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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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리 '두들림' 동영상

울프팩 2006. 8. 22. 09:56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7년 가을이었다.
이름도 특이했지만 생머리를 길게 길러서 허리까지 드리우고 하얀색 개량한복을 입은 채 1집 음반을 들고 신문사를 찾아온 그는 꼭 도사같았다.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육식은 않고, 채식만 즐겼다.
재미있었던 것은 무엇이든 두드려 소리를 만들 수 있다며 그 자리에서 젓가락으로 유리잔을 두드리며 다양한 리듬과 소리의 고저로 독특한 그만의 음악을 들려줬다.

알고보니 나이도 엇비슷했다.
그때부터 최소리와 친구가 돼서 어언 10년이 흘렀다.

최소리는 참으로 독특한 음악인이다.
12살때 처음 북채를 잡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유현상이 활동했던 록그룹 백두산에서 드러머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오랜 세월 북을 두드리는 바람에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데도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북채를 놓지 않는다.

그의 연주 모습은 참으로 신묘하다.
흔히들 양 손에 하나씩 두 개의 북채를 쥐는 반면 그는 동시에 7~8개의 북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신들린 듯 연주한다.
그 모습을 보면 사람이 아닌듯 싶어 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악기도 만들었다.
가야금과 비슷한 소리금이라는 악기는 리듬만 있던 타악기 세계에 선율을 펼쳐 놓았다.
울림통이 없는 기타처럼 생긴 소리금 여러 대를 부채처럼 펼쳐놓고 젓가락처럼 가는 채를 손가락에 여러 개 끼우고 바람처럼 두드리면 아주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온다.

하도 신기해 개인적인 음악 모임에 초대해 공연을 가진 적도 있고 소설가 이외수씨에게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소설가 이외수를 처음 만나던 날, 그는 자신의 차에 책상만큼이나 커다란 대북과 소리금 등 여러 개의 악기를 손수 싣고왔다.

음악인의 자존심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이외수씨 집 거실에 악기를 벌려놓고 여러 사람의 넋을 빼놓는 태풍같은 연주를 했다.
지금도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열정을 다해 연주하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랜 세월 고생한 끝에 SBS 드라마 '장길산' 음악감독, 이번 월드컵 응원전 등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쳐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지금도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그의 연습실이 눈에 아른거린다.
한 번 연락해 봐야겠다. 잘 지내는지...

그의 음악세계를 집대성한 음반. 소중한 그의 선물이다.

펼치면 지금까지 낸 그의 음반들과 동영상 CD, 사진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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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낼 때마다 사인을 해서 건네줬다. 커버 뒷면 special thanks...에 항상 이름까지 넣어주며 기억해 준 그의 정성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