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침팬지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0. 17. 15:54
유명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와 '지구'로 유명한 알레스테어 포더길과 마크 란필드 감독이 공동으로 만든 세 번째 작품인 '침팬지'(Chimpanzee, 2012년)는 제목 그대로 멸종 위기에 처한 침팬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이번 작품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전작들이 전 지구적인 거대한 시각에서 자연을 바라봤다면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의 카메라는 아주 마이크로한 세계에 집착한다.
빗물에 포자를 날리는 버섯부터 침팬지 일가의 작은 몸짓까지 그들의 시선은 세밀하고 정교해졌다.

여기에 드라마도 섞였다.
각본을 쓰고 인위적으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오랜 시간 카메라를 정글에 버텨 놓은 노력의 부산물로 얻은 드라마다.

실제로 제작진은 어린 침팬지 새끼인 오스카에 초점을 맞춰 그들 무리의 행태를 담고자 추적을 했는데, 그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오스카가 고아가 된다.
제인 구달의 말마따나 "어린 침팬지 새끼에게 어미의 죽음은 사형"이다.

누가 챙겨주지 않고 정글의 생존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컷들은 어린 새끼들을 공격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 된 오스카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늙은 왕초 수컷이 따라붙는 오스카를 자식처럼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놀라운 자연의 드라마에 카메라를 접고 철수하려면 제작진은 촬영을 이어갔다.
이 작품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이고 인간의 감정을 투영한 것이 과연 진정한 다큐멘터리인 지 의문을 가질 만 하다.
자연이 만든 담백한 드라마에 마치 인간의 시선으로 덧칠을 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3년 여간 정글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작품을 만든 제작진의 노력은 칭찬할 만 하다.
가족이 함께 보며 자연의 신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아주 뛰어나다.
'마이크로코스모스'처럼 미세하게 잡은 빗방울과 포자 등이 또렷하게 보일 만큼 영상이 세밀하고, 색감 또한 자연스럽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에서 울리는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마치 숲에 앉아 있는 것 같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침팬지에 대한 설명,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돼 있다.
뮤직비디오 뒷이야기만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준비되지 않은 어린 새끼에게 자연은 혹독하다. 준비되지 않은 자들에게 냉혹한 인간 사회 같다.
디즈니네이처의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가봉 마코쿠에서 240km 떨어진 열대우림으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카로 에메랄드가 부른 'That Man', 맥클레인 시스터즈의 'Rise' 등 삽입곡도 좋다.
이 작품의 자문은 야생침팬지 재단을 이끄는 크리스토퍼 보쉬가 맡았다. 그는 침팬지들과 친해지기 위해 5년 넘게 숲에서 살았다.
침패지 사회의 서열을 보여주는 털고르기. 이 무리에 끼지 못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는 사람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돌로 호두를 내리쳐 까먹고, 나뭇가지로 개미를 훑어 먹는다.
사람처럼 잡식성인 침팬지는 부족한 단백질을 원숭이를 잡아먹어 보충한다. 작전을 짜서 무리지어 원숭이를 사냥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이크로코스모스'처럼 고속촬영으로 숲의 변화를 촬영. 빗방울에 포자가 날리는 광경을 정교하게 담았다. 이 작품의 수익 중 일부는 제인 구달 재단에 기부돼 침팬지 보호에 쓰인다.
수컷 침팬지는 주로 사냥과 종족 보존을 맡고 새끼들을 돌보지 않는다. 그런데 우두머리 수컷이 어미잃은 새끼를 돌보는 이례적인 광경을 제작진이 포착하게 돼 작품화했다.
침팬지 얘기 못지 않게 흥미를 끄는 것은 부록에 실린 망고플라이 얘기다. 망고플라이는 널어놓은 옷에 알을 낳는다. 이 옷을 모르고 그냥 입으면 톱니가 달린 알이 살갗을 파고 들어 피부밑에서 자란다. 마치 모기에 물린 것처럼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는데, 해결책은 바셀린을 두껍게 발라 질식시킨뒤 짜내야 한다. 망고플라이 알을 짜내는 제작진 모습을 보면 징그럽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침팬지 : 블루레이
침팬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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