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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퀘벡시티의 거리들

울프팩 2019. 8. 13. 06:00

퀘벡시티는 섬이다.

서울에서 가는 길이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만큼 멀다.

 

일단 직항이 없다.

토론토까지 에어캐나다를 타고 13시간 날아가서 다시 퀘벡시티로 향하는 국내선을 타고 1시간 50분쯤 가야 한다.

 

에어캐나다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이코노미 좌석이 다른 항공기보다 앞뒤 간격이 약간 넓은 것 같고 한글 더빙을 지원하는 영화들이 여러편 들어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훌륭했다.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 천장에 매달려있는 종이비행기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쇠고기와 고기죽이 나오는 밥도 그럭저럭 먹을만했으며 중간에 간식으로 컵라면을 줬다.

다만 국내에서 먹던 맵고 칼큰한 컵라면이 아닌 나가사키 짬뽕 같은 컵라면이어서 맛은 그다지 없다.

 

중간 기착지인 토론토 피어슨 공항은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

미국과 붙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 무엇을 보고 갈 것인지 꼬치꼬치 묻고 돌아갈 항공권 e-티켓까지 요구했다.

캐나다의 여성사회학자였던 프란시스 맥켄지가 1937~1988년까지 살았던 집. 거버너스 가든 바로 뒤에 있으며 사진찍기 좋은 곳이다.

더러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공항에서 e-티켓을 요구한 경험이 있어서 출력해 가기를 잘했다.

덕분에 다른 입국자들에 비하면 시간이 덜 걸렸다.

 

피어슨 공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하필 토론토 공항에서 전체 비행기 시간들이 늦어지는 바람에 당초 예상보다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예쁜 꽃들 앞에 나무 의자가 놓여있어 이 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퀘벡시티에 도착했을 때는 깜깜한 밤 11시였다.

퀘벡시티의 장 르사주 공항에서 첫날 묵었던 로프츠 두 트레조르 호텔까지는 택시로 20~25분 정도 걸렸다.

 

공항을 오가는 택시 요금은 시내와 달리 정액제였으며 팁을 따로 줘야 한다.

요금은 팁 15%를 포함해서 40 캐나다 달러가 나왔다.

맥켄지가 머물렀던 곳을 알리는 파란 안내판이 출입문 옆에 붙어 있다.

화가의 거리인 트레조르 골목에 있는 로프츠 호텔은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바로 앞에 있어서 올드타운을 관광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제일 꼭대기층인 4층에서 하루 잤는데 시설이 깔끔했다.

 

1층 현관에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돼 있고 각 방에 또 다른 번호로 열어야 하는 디지털 도어록이 달려 있다.

작고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 방에 들어가니 훌륭한 주방 시설과 소파, 샤워시설에 깜짝 놀랐다.

 

역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4층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위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레조르 골목에 있는 로프츠 호텔

그러나 머무는 동안 옥상에 올라갈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건물 자체가 아주 높다란 것도 아니고 올라가 봐야 그다지 남다른 전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로프츠가 편한 것은 나고 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점이다.

체크 인과 체크 아웃은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체크 아웃할 때 간단히 방 정리를 한 뒤 팁만 봉투에 넣어서 방에 놓고 나오면 된다.

나올 때 문 앞에 체크아웃 표시를 걸어놓아야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맞은편에 있는 퀘벡시티 시청. 낮보다 형형색색으로 분수가 빛나는 밤이 더 예쁘다.

퀘벡시티에 머물렀던 6월 마지막 주의 일주일 동안 날씨가 괜찮았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약간 쌀쌀하니 긴 옷과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하지만 낮에는 햇볕이 쨍쨍하고 기온이 제법 올라가 섭씨 26도에 이르러 조금만 걸어 다니면 땀이 촉촉하게 난다.

대신 저녁에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살 만했다.

퀘벡시티의 상점가들이 모여 있는 생장거리. 이 곳에 초록색 맥도날드 매장도 있다.

그런데 무슨 조화 속인 지, 한국으로 돌아온 그다음 주부터 퀘벡시티의 기온도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었다고 한다.

하긴 같은 기간 알래스카도 섭씨 32도까지 올라가서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선텐을 했다고 하니 말해 무엇하랴.

 

지구의 기후변화가 확실히 심각한 모양이다.

그것 보면 일부러 맞추기 힘들겠지만 좋은 날씨와 적당한 기온 속에 여행하는 것도 운이다.

 

일주일 동안 비가 온 날은 하루 정도였는데 그것도 하루 종일 온 것은 아니고 잠깐 왔으며 구름이 많이 끼고 개었다가 흐리기를 번갈아 했다.

전체적으로 맑은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진한 코발트 빛을 볼 수 있다.

생장 거리 어느 옷가게에 내걸린 '나는 구글이 필요없다. 우리 남편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과일을 좋아해서 머무는 동안 다양한 과일을 먹고 싶었는데 과일가게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동네 편의점에서 물어보니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걸어서 3,4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인 리처드를 알려줬다.

 

이 곳은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부티크 노엘에서 아주 가깝다.

리처드를 찾아가니 마침 신선한 과일이 몇 종 있었고 다양한 주전부리와 우유, 요구르트 등이 있어서 좋았다.

프티 샹플랭의 맛있는 레스토랑인 미친 돼지.

점심과 저녁식사는 주변에 맛있다는 집들을 찾아다니며 해결했다.

가장 훌륭했던 집은 역시 프티 샹플랭 거리에 있는 '미친 돼지'(Cochon Dingue Champlain)다.

 

베이비 립이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찾아갔다.

베이비 립은 라지를 시키면 둘이 먹기에 훌륭하다.

 

음료 중에는 생과일을 갈아주는 오렌지 앤 망고 스무디가 했다.

단 이 곳은 오전 11시 이전에도 문을 열지만 점심 식사 주문은 11시 30분부터 받는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 1층에 있는 비스트로 샘. 식사와 음료, 칵테일 등을 판매한다.

이 곳 역시 무료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투숙했던 샤토 프롱트낙 호텔 1층에 있는 비스트로인 샘(Sam)도 나쁘지 않았다.

 

돼지 등심 요리와 바닷가재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꽤 맛있고 보기 좋게 요리를 했으나 아무래도 비싼 호텔 식당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착하지 않다.

즉 가성비에서 점수를 약간 갉아먹는다.

칙샥의 대표메뉴인 칙샥버거와 클래식 푸틴.

한국 관광객이 비교적 많이 가는 다름 광장에 위치한 칙샥은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원래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집이어서 칙샥 버거가 훌륭했다.

 

하지만 이 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클래식 푸틴은 느끼했다.

라즈베리 음료도 그저 그렇다.

 

차라리 그냥 주는 물을 마시는 게 낫다.

이 곳 역시 와이파이가 무료다.

의사당을 향해 가는 길에 있는 페페. 맛있는 브런치 카페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의회 의사당으로 향하는 거리에 위치한 샌드위치집 페페도 맛있다.

여기는 전형적인 브런치 카페인데 레몬 빵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

 

또 오렌지와 당근 등 과일과 야채를 적당히 섞어서 갈아주는 건강 음료의 맛도 훌륭했다.

단 가게가 아주 작아서 전면 창에 붙어 있는 좌석이 서너 개뿐이다.

 

따라서 자리가 없으면 들고나가서 먹어야 한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노란색 간판에 콧수염을 그려 놓아 쉽게 찾을 수 있다.

페페의 내부. 아주 작고 아담한 카페다.

노트르담 대성당 방면에서 아래 상가 쪽으로 쭉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피자집 포르토 피노(porto fino)도 훌륭했다.

푸른색 차양을 드리운 집인데 들어가 보면 내부는 붉은색과 페라리 장식 등으로 꾸며 놓았다.

 

이 집의 훈제 요리 샐러드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맛이 아주 훌륭했다.

이 식당은 한글 메뉴도 제공한다.

피자집 포르토 피노의 내부. 바와 테이블이 섞여 있는 독특한 구조다.

메뉴판의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한글 메뉴 사이트로 연결된다.

사이트에서 페북 아이디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연결된다.

 

어느 식당이나 가격표에 팁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알아서 적당히 줘야 하는데 보통 15%를 주며 맛있거나 서비스가 좋으면 더 줘도 된다.

생장 거리에 있는 빵집.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빵이 아주 맛있다.

카드를 결제할 때는 직원이 결제기를 내밀고 팁 퍼센티지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버튼을 알려준다.

그러니 굳이 현금이 없어도 된다.

 

1608년에 설립된 퀘벡시티는 캐나다 퀘벡주의 주도다.

주민의 95%가 불어를 사용하는 프랑스 문화권이다.

사무엘 올랑드 파크를 향해 내려가다가 발견한 어느 집 앞에 서 있는 잘린 말 조형물. 섬뜩하면서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불어를 몰라도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적다.

퀘벡시티는 성벽을 중심으로 올드타운과 뉴타운으로 나뉘며 관광의 중심지인 올드타운은 다시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 있는 어퍼 타운과 절벽 아래 프티 샹플랭으로 대표되는 로어 타운으로 구분된다.

 

1536년에 성벽을 처음 쌓은 인물은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jacques cartier)였다.

그는 1541년 이 곳에 마을을 만들려고 했으나 원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실패했다.

루아얄 광장에서 부두쪽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갤러리 거리. 양 옆에 고급스러운 갤러리와 드문 드문 상점이 있다. 이곳이 진짜 화가의 거리가 아닐까 싶다.

마을이 들어선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608년이었다.

프랑스 탐험가였던 사무엘 드 상플랭이 세인트 로렌스 강변의 루아얄 광장에 마을을 만든 것이 퀘벡시티의 모태가 됐다.

 

상플랭은 1604년 펀디만 일대를 탐험하면서 원주민들과 모피 거래를 주로 했는데 이때 겨울 나는 방법을 배웠다.

이후 영국인들이 치고 올라오자 상플랭은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루아얄 광장에 모피 교역소를 세우면서 정착촌을 만들었다.

뒤프랭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세인트 로렌스 강. 엄청 넓다.

퀘벡시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푸른색 바탕에 흰색 십자가를 그려 놓은 깃발을 자주 볼 수 있다.

퀘벡주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십자가 주위의 백합꽃 문양은 프랑스 왕가를 상징한다.

더러 자동차 번호판에도 이 문양이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루아얄 광장의 어느 상점에 퀘벡 깃발이 걸려 있다.

참고로 퀘벡에서는 자동차 뒤쪽에만 번호판을 붙인다.

퀘벡시티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아브라함 평원(Plains of Abraham)은 생각보다 엄청 넓다.

 

사람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오르는 시타델 옆 아브라함 평원이라는 곳은 그저 세인트 로렌스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설치된 일부일 뿐이다.

시타델부터 거의 사무엘 올랑드 파크까지 걸어서 약 1시간 거리에 해당하는 지역이 모두 아브라함 평원이다.

사무엘 올랑드 파크를 향해 가던 길에 만난 공원 겸 운동장. 축구장 서너개가 들어갈 만큼 넓은 이 곳도 아브라함 평원의 일부다.

그 지역을 걸어보고 과거 전장이었던 아브라함 평원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 실감했다.

아브라함 평원은 1756년 프랑스와 영국이 벌인 7년 전쟁의 주요 전쟁터 중 한 곳이다.

 

당시 영국군은 지금의 뒤프랭 테라스가 있는 절벽을 기어 올라가 기습작전을 벌여 시타델 일대를 프랑스군으로부터 빼앗았다.

절벽을 기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던 프랑스군은 완전히 허를 찔린 셈이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시타델 위로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당시 기습작전을 지휘한 인물이 영국의 울프 장군이다.

바로 샤토 프롱트낙 호텔 뒤쪽 거버너스 가든에 있는 오벨리스크 기념비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울프 장군은 시타델을 차지한 뒤 대포를 설치해 프랑스군을 포격했다.

이 포격을 시작으로 아브라함 평원에서 일대 결전이 벌어졌다.

뒤프랭 테라스에 늘어선 대포들 뒤로 보이는 흰색 기념탑의 주인공이 울프장군과 몽캄백작이다.

당시 프랑스군 사령관은 거버너스 가든의 오벨리스크 주인공 중 나머지 한 사람인 몽캄 백작이다.

아브라함 평원 전투는 지리적 이점을 누린 영국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희생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울프 장군과 몽캄 백작 등 양군 사령관이 이 곳에서 모두 전사했다.

어쨌든 영국군은 아브라함 평원 전투에서 이긴 덕분에 몬트리올까지 함락할 수 있었고 프랑스의 북미 지배를 끝낼 수 있었다.

카르티에 공원에 그려 놓은 거대한 벽화를 보고 부두를 향해 다음 골목으로 내려가면 파크 드 유네스코라는 작은 공원이 나오는데 그 주변 건물 벽에도 작은 벽화가 있다.

그래서 캐나다 사람들은 이 곳을 배틀 필드라고 부른다.

도시 동쪽 끝에 있는 철도역 비아 레일 스테이션(VIA Rail Station)도 가볼만 하다.

 

비아 레일은 뉴펀들랜드와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제외한 캐나다 전역의 1만4,000킬로미터 구간을 연결하는 국영철도다.

퀘벡시티의 관문인 팔레역(Gare Du Palais)은 외관이 샤토 프롱트낙 호텔과 비슷하다.

퀘벡시티 역사.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닮았다.

1915년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역을 만들었는데 일부러 청동 지붕과 적갈색 벽돌을 사용해 샤토 프롱트낙 호텔과 닮은 꼴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주로 프티 샹플랭에서 기념품을 사는데 부두에서 예전 시장이 있던 자리로 향하는 거리도 괜찮다.

 

주로 갤러리와 골동품 상점이 모여 있어서 특이한 물건을 사고 싶으면 이 곳에 들려보는 것도 좋다.

단 모든 상점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더러 직원들도 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문명박물관 벽에도 커다란 나비를 그려 놓았다. 이곳은 1층 로비와 카페는 무료이지만 박물관 내부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덴마크 접시라고 주장한 제품 뒷면에 버젓이 메이드 인 차이나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도깨비 (감독판) : 블루레이 : 품절임박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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