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토르 : 천둥의 신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 5. 23:41

돌연변이, 외계 생명체, 로봇 등에 이어 드디어 신까지 슈퍼 히어로로 등장했다.
마블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토르 : 천둥의 신'(Thor, 2011년)의 주인공은 북구 신화에 등장하는 천둥과 번개의 신 토르다.

신 중에서도 가장 힘이 센 존재인 만큼 휘두르는 파워도 무시무시하다.
그런 존재가 어쩌다가 지구에서 악당들을 상대하게 됐을까.

바로 그 까닭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신들의 세계에도 인간사 못지않게 얽히고 설킨 원한과 권력욕이 부딪쳐 지구로 불똥을 튀겼고, 급기야 지상에서 무지막지한 힘의 대결이 펼쳐진다.

당연히 볼거리는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요란벅적지근한 영상이다.
만화보다 섬세하고 화려한 영상은 웅장한 음향과 함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단순히 볼거리만 있는게 아니다.
세익스피어극 전문으로 널리 알려진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을 맡아 캐릭터에 섬세한 성격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캐릭터간 갈등 구조와 은은하게 깔린 로맨스가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한마디로 기대 이상의 꽤 잘 만든 슈퍼히어로물이란 뜻.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최상의 화질을 자랑한다.
화사한 색감과 디테일이 뛰어난 영상은 블루레이를 보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의 위력이 대단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등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국내 출시된 합본판의 경우 DVD 타이틀도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토르는 북구 신화에 나오는 천둥과 번개의 신. 영어로 목요일인 Thursday는 '토르의 날'이란 뜻으로,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영화는 유독 더치 앵글이라고 부르는 삐딱한 사선 앵글 샷이 많다. 브래너 감독이 만화책 프레임을 일부러 흉내내기 위해 더치 앵글을 많이 사용했다.
제작진은 뉴멕시코주 산타페시 외곽에 푸엔테 안티구오 마을 세트를 지었다. 마을 이름은 스페인어로 '낡은 다리'란 뜻. 원작 만화에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바이프로스트와 같은 맥락의 지명이다.
토르의 아버지 오딘이 토르의 무기인 망치와 갑옷을 벗기고 지구로 추방하는 장면은 감독이 역사적 사건인 드레퓌스 사건을 흉내낸 것. 프랑스 육군 대위였던 드레퓌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독일 간첩으로 몰려 계급장인 견장을 뜯기고 옥살이를 했다. 프랑스는 100년 만인 1995년 드레퓌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브래너 감독은 악평이 싫고 내용 유출을 꺼려 가족과 친지만 초청해 내부 시사회를 가졌다.
산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토르의 무기인 망치 묠니르는 자격이 있는 사람만 들 수 있다. 아더왕의 엑스칼리버 신화와 유사한 부분이다. 만화에선 캡틴 아메리카, 슈퍼맨, 원더우먼 등도 토르와 같은 자격을 갖는다.
수문장 헤임달의 싸움 장면은 프랑스의 특수효과 회사 BUF가 디지털 작업을 맡았다.
신들의 왕국 아스가르드는 CG와 세트가 합쳐졌다. 그린 스크린 촬영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할랴홀 등은 직접 세트를 만들었다.
아스가르드 풍경은 위스키트리에서 시각효과를 담당.
이 영화는 조스 웨던 감독의 '어벤저스'로 이어진다. 어벤저스에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호크아이 등이 함께 출연할 예정.
특수 제작된 갑옷 의상은 착용에 1시간이 걸리고, 입고 있으면 땀이 비오듯 쏟아져 배우들은 파이프로 연결해 찬물로 몸을 식히는 냉각조끼를 입었다.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는 193cm의 장신이어서 배역에 잘 어울렸다. 여주인공은 나탈리 포트만이 맡았다.
원작자인 스탠 리는 '스파이더맨' 등 영화화된 모든 작품에 카메오로 나온다. 재미를 붙인 모양. 스탠 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구신화를 이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토르를 그렸다"고 한다.
브래너 감독은 마블사에서 영화를 너무 많이 바꿔놓았다며 마음이 상해 속편 연출을 거절했다.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 '토르2'는 '롬' '소프라노스' 등 TV시리즈를 만든 앨런 테일러가 감독을 맡는다. 원래 '몬스터'를 만든 여류 감독 패티 젠킨스가 내정됐으나 마블사에서 너무 간섭을 한다며 거절해 얼마전 앨런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