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며 전염병처럼 옮아간다.
폭력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폭력의 희생자에게 전가되는 공포 또한 폭력처럼 전염된다.
특히 폭력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폭력이 주는 두려움이 더한층 배가된다.


이 같은 공포를 바탕으로 폭력은 가지를 치듯 더욱 증식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 2005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용은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저 조용한 카페 주인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홍길동 같은 싸움 실력을 발휘해 총을 든 악당들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주인공은 위기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구하며 졸지에 영웅이 됐지만 그때부터 주변에 무시무시한 갱단이 맴돈다.

과연 주인공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점증적으로 커지는 폭력과 공포의 전염성을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플라이' '비디오드롬' '네이키드 런치' 등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전작들처럼 잔혹한 폭력 묘사는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세밀하게 그려낸 폭력 장면을 통해 폭력에 대한 혐오감을 더 배가시켰다.
이 과정을 수수께끼에 쌓인 주인공의 정체를 풀어가는 추리물처럼 구성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과 긴장감이 커지도록 했다.

 

그만큼 짜임새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여기에 '반지의 제왕'의 비고 모르텐슨, '어비스'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명연을 펼친 에드 해리스, '코요테 어글리'의 마리아 벨로 등 쟁쟁한 스타들의 연기도 빛을 발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만한 좋은 작품이다.
좋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아직까지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한글자막이 없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한 수준이다.

 

윤곽선이 두터워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보다 많이 개선됐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총소리에서 들리는 저음도 묵직하다.

부록으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프로모션 영상과 다큐멘터리, 삭제 장면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도입부부터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어쩌면 인류가 지닌 광기와 폭력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도입부에 제작진 자막을 넣지 않기로 유명하다. 마치 TV 프로그램처럼 보여서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금기를 깼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시험 삼아 넣어봤는데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을 맡은 비고 모르텐슨.

야외 촬영은 캐나다 밀브룩에서, 실내 장면은 캐나다 스튜디오 세트에서 촬영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마리아 벨로. 크로넨버그 감독은 치어리더가 미국인들의 성적 환상을 자극하는 요소로 봤다.

전반에 나오는 아이들의 마리화나 피우는 장면은 TV 및 기내 상영시 삭제됐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 영화의 폭력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직접적인데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체에 직접 가해지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세밀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은연중에 언론의 폭력도 다루고 있다. 부지불식 중 드러나는 신변 노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강조한다.

마피아들의 차로 사용된 크라이슬러 300D.

한쪽 눈에 콘택트렌즈를 끼고 불편한 특수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고 악역으로 출연한 에드 해리스.

필라델피아 술집으로 나오는 이 장소는 크로넨버그 감독의 예전 작품인 '플라이'에도 등장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이 작품인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정체성을 다룬 영화로 정의했다. 마음의 갈등을 다뤘다는 뜻.

감독의 말마따나 이 작품에서는 총보다도 발로 목을 밟고 손바닥으로 코를 뭉개는 등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통한 폭력이 훨씬 더 잔혹하고 위협적이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시퀀스를 그때그때 정한다. 그만큼 즉흥적인 면이 많다.

이 작품의 90% 이상은 27미리 광각렌즈로 촬영. 밀접한 시각적 동질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또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주인공의 형으로 나온 윌리엄 허트. 서로 죽이기 위해 싸우는 두 형제의 모습은 카인과 아벨 같다.

영화는 잔혹한 폭력이 지나간 뒤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연 잔혹한 싸움을 치르고 돌아온 주인공의 삶과 가정은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을 통해 뒷이야기는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A History of Violence (폭력의 역사) (한글무자막)(Blu-ray) (2009)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폭력의 역사 (1Disc)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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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