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감독의 '푸른 소금'은 간이 덜 밴 소금구이같은 영화다.
'첩혈쌍웅' 같은 1980년대 홍콩 느와르 정서와 세련된 뮤직비디오를 닮은 영상이 어우러졌는데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느와르 액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하고, 오히려 로맨스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저격용 소총을 휘두르는 여자 암살자와 알고도 모른체 하는 조폭 두목의 연정이라는 설정 자체부터 부자연스럽다.
그 속에 한 없이 강한 척 하는 여전사와 마냥 쿨한 아저씨의 이미지는 오히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영화의 성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또한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어차피 영화라는게 허구이긴 하지만 손쉽게 오가는 총기 거래나 서부극처럼 총질이 난무하는 장면들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쳤다.
또 실종된 여주인공의 친구를 비롯한 설명없이 건너 뛴 장면들은 관객의 상상력만으로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지나치게 멋부린 연극적인 대사들은 현실감이 없어서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다만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한 영상 만이 시선을 끌 뿐이다.
이 감독이 '시월애'에서 보여준 탁월한 영상 감각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빛을 발했다.
탁 트인 하늘과 염전, 들판 등 와이드 앵글들은 광각 렌즈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
그래서 보고 나면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영상미가 뛰어났던 일부 장면들만 기억에 남는다.
마치 예쁜 팬시 상품처럼.
송강호를 비롯한 이경영, 김뢰하, 이종혁 등 남자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표정 연기가 부족한 신세경은 미스 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신세경은 연기보다 오히려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노래가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