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The Place Beyond the Pines, 2013년)는 서양 영화치고는 특이하게 되풀이되는 인연을 다뤘다.

아버지 대에서 얽힌 악연이 아들 대에서 다시 되풀이 되는 과정은 기독교적 원죄 의식과도 닿아 있지만, 어찌보면 동양적 정서인 윤회를 연상케 한다.

 

오토바이 스턴트맨이 옛 연인과 아들을 위해 은행을 털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다뤘다.

감독이 초점을 맞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끈끈한 관계다.

 

사랑하면서도 다가설 수 없는 관계는 헤어진 연인사이, 부자 지간, 친구 지간에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이를 기나긴 서사와 인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것은 전적으로 데릭 시앤프랜스 감독의 공이다.

 

말초적 재미와 뮤직 비디오식 빠른 장면 전환에 익숙하다면 긴 호흡의 이 영화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영화의 기대치를 떨어뜨린 것은 블루레이 판매 문구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을 기획하고 판매한 예스24는 이 영화를 2013년 최고의 느와르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느와르가 아닌 가족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오토바이를 탄 은행강도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를 느와로 홍보한 것은 예스24의 패착이다.

홍보를 떠나 영화 자체에 실망스러운 점은 지나친 우연성이다.

 

경찰의 아들이 전학을 와서 하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옛 악연의 자식과 연결되는 점이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였다.

마치 악연을 만들기 위한 드라마투르기는 억지 눈물을 짜내기 위한 신파 영화를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그 뒤로 이어지는 예상 가능한 용서와 화해 역시 큰 울림을 주지 못하고 평이하게 흘러갔다.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감독의 성향 탓일 수 있지만, 고운 빛깔과 달리 의외로 맛이 싱거운 요리처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필름의 질감이 느껴져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화질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가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삭제장면, 제작과정 등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주연을 맡은 라이언 고슬링. 그는 감독과 이루지 못한 환상에 대해 얘기하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은행을 턴 뒤 떨어진 곳에 세워놓은 트럭에 오토바이를 숨기고 달아나는 환상을 얘기했다. 그는 감옥가는게 무서워서 실행을 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는데, 이 내용이 감독과 작가가 공동 구상한 내용과 맞아떨어졌다. 

미국에서 22명의 오토바이 스턴트맨들만 할 수 있다는 글로브 오브 데스 묘기. 닫힌 철제 우리 안에서 3대의 오토바이가 번갈아 가며 허공을 달리는 이 묘기를 찍기 위해 숀 밥빗 촬영 감독이 직접 우리에 들어가 찍다가 떨어진 오토바이에 깔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옛 연인으로 나온 에바 멘데스는 실제 라이언 고슬링의 애인이다. 고슬링의 추천으로 출연했다. 감독은 처음에 에바가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2시간 가량 에바가 살던 LA의 동네를 드라이브하면서 친해져 영화에 캐스팅했다. 

영화 촬영 8주 전에 원래 촬영감독이 죽는 꿈을 꿨다며 촬영을 포기해, '헝거'를 찍은 숀 밥빗 촬영감독으로 교체됐다. 

영화의 포스터가 된 신호등 장면. 라이언 고슬링은 얼굴에 단검 문신을 하고 나타났다가 곧바로 후회했다. 

오토바이와 트럭을 이용한 은행강도 기법은 '금요일밤의 강도'로 알려진 칼 구거시안이 30년 전에 실제 사용해 성공한 수법이다. 감독은 실제 경험을 살리기 위해 은행 강도를 만나 인터뷰하고, 강도를 당한 적이 있는 은행 직원들을 영화 속 은행원 역으로 섭외해 촬영했다. 

사진 찍어주는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 역할을 한 여성이 감독의 부인 섀논 플럼이다. 

강도를 당하는 은행은 촬영장소인 스케넥터디 부근 퍼스트내셔널은행에서 찍었다. 

촬영 장소인 뉴욕주의 스케넥터디는 제네럴일렉트릭(GE)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사실상 GE의 도시다. 숲 너머로 GE 건물이 보인다. 스케넥터디는 모호크 인디언 말로 '소나무 숲 너머'라는 뜻이다. 

촬영 중 스케넥터디에 태풍 아이린이 들이닥쳐 500년 만에 대홍수가 일어나면서 장비가 모두 침수됐다. 필름도 유실될 뻔 했으나 겨우 찾아서 촬영을 재개했다. 

데릭 감독은 10세부터 30세까지 드럼을 치다가 고막이 터져서 이명성 난청을 앓고 있다. 현장감을 살린 들고찍기 장면이 인상적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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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울프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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