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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피라미드의 공포(블루레이)

울프팩 2023. 3. 1. 16:56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 감독의 '피라미드의 공포'(Young Sherlock Holmes, 1985년)는 작품성이나 이야기보다 엉뚱한 요소 때문에 주목받은 영화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이다.

 

이 작품은 영화 사상 처음으로 순전히 컴퓨터그래픽으로만 만든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 중간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튀어나와 신부를 위협하는 기사가 CG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유명한 조지 루카스의 ILM에서 무려 4개월 동안 작업해 만들었다.

지금 보면 별 것 아니고 엉성해 보이는 CG 캐릭터이지만 당시로서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로 만든 존재가 연기를 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요즘 각종 질문에 진위 여부를 떠나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척척하고 논문이나 리포트도 쓰는 대화명 인공지능(AI) '챗GPT'와 비슷한 놀라움이다.

CG 캐릭터 덕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완성도는 떨어진다.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셜록 홈즈(Sherlock Holmes)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고교생인 홈즈와 왓슨이 런던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원래 홈즈를 창조한 소설가 코난 도일(Conan Doyle)경은 홈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원작에서 홈즈, 왓슨, 레스트레이드 경감 등 캐릭터 이름만 빌려 왔을 뿐 순전히 제작진의 창작이다.

 

레빈슨 감독은 주인공들이 실마리를 쫓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추리소설처럼 구성했다.

그러나 홈즈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추리 과정이 어설프다.

 

특히 홈즈가 특정 인물을 용의자로 지목한 추론 근거가 약하다.

스승처럼 모신 교수가 죽으며 내뱉은 한마디 단어가 결정적 단서이지만 단어의 영문 철자를 알지 못하는 관객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영화는 홈즈와 런던에 숨어든 사교집단 라미테프의 대결을 더 부각하는 바람에 추리보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모험활극에 가깝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그만큼 여성을 낀 홈즈 일행이 악당들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을 보면 스필버그 감독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무엇보다 사교집단의 인신공양 모습과 관련 장치들은 '인디아나 존스 2 미궁의 사원'과 흡사하다.

 

더불어 홈즈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도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코난 도일의 원작을 보면 홈즈는 권투와 펜싱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으로 나오는데, 홈즈를 연기한 니콜라스 로우(Nicholas Rowe)는 전혀 그렇지 않고 키만 커서 유약해 보인다.

 

물론 어린 시절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홈즈 팬으로서 실망스러운 캐스팅이다.

또 홈즈가 평생 애용하는 사냥 모자와 파이프의 유래, 여자와 잘 사귀지 못한 원인 등을 만들어 넣었는데 너무 작위적이어서 공감하기 힘들다.

 

엔딩 타이틀이 끝날 때까지 참고 보면 홈즈의 평생 숙적 모리어티 교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억지춘향식이어서 실소가 나온다.

 

한마디로 제작자인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력이 빚은 홈즈의 어린 시절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엉성한 이야기, 매력이 떨어지는 배우의 미스 캐스팅 등이 겹쳐 한계를 드러냈다.

다만 추적 장면은 교차 편집으로 긴장감을 높였는데 이 또한 인디아나 존스의 추격 장면을 연상케 한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샤프니스가 떨어져 윤곽선이 두꺼운 편이다.

 

돌비트루 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투 장면 등 일부 액션에서만 리어 채널을 적극 활용한다.

 

부록은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니콜라스 로우와 앨런 콕스가 홈즈와 왓슨을 연기. 홈즈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엘리자베스는 소피 워드가 맡았다.
영화는 내레이션에 의존한다. 배우 마이클 호던 경이 해설자인 왓슨의 나이든 목소리를 맡았다.
대본은 크리스 콜럼버스가 7개월 동안 썼다.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튀어나온 기사는 ILM이 4개월 동안 만든 영화 사상 최초의 CG 캐릭터다.
국내 제목과 달리 극 중에서 피라미드는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인디아나 존스2의 축소 버전처럼 보이는 이집트 사교집단의 인신공양 장면.
한창 고왔던 소피 워드. 1964년생인 그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등에 출연했다.
왓슨을 연기한 앨런 콕스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트로이' '엑스맨' 등에 출연한 배우 브라이언 콕스의 아들이다. 앨런 콕스는 촬영 중 급성장해서 너무 커보이지 않도록 다른 배우들과 약간 거리를 두거나 앉아 있는 장면을 주로 찍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학교 장면을 찍었는데 가짜 눈을 뿌리는 바람에 잔디가 죽어 스티븐 스필버그가 잔디 교체 비용을 물어줬다.
홈즈의 트레이드 마크같은 사냥 모자와 파이프의 유래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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