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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정글

울프팩 2014. 10. 24. 21:00

송윤희 감독이 만든 '하얀 정글'(2011년)은 현직 의사가 상업화된 의료계와 의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고발 다큐멘터리다.

우선 산업의학과 의사인 그가 파헤치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대형병원들이 매일 의사들에게 내왕 환자수와 병상 가동률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필요 여부를 떠나 각종 검사와 고가 의료 장비 이용을 장려한다.

그렇다 보니 돈벌이에 내몰린 일부 대형병원 의사는 환자의 평균 진료시간이 31초에 불과하다.

 

송 감독은 이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의료계를 흰 가운을 입은 맹수들의 전쟁터인 하얀 정글로 묘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료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의료 민영화를 거론한다.

 

송 감독은 의료 민영화를 '살인'으로 본다.

대형병원들은 영리를 위해 돈 버는 진료과 위주로 키우고 그렇지 못한 응급진료과 등은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동네중소 병원들은 덩치를 키우는 대형병원에 흡수될 수 있고, 대형병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자체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만 받고 공공 의료보험 가입자들을 멀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 번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했던 이야기들이지만, 의료계 종사자가 직접 자신과 주변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하니 울림이 더 크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하루 세끼 병원 다닐 교통비도 여의치 않은 빈민층들이 심각한 질환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영상을 보면 과연 정부가 주장하는 의료 산업의 선진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 지 의문이 든다.

그렇기에 "시장 경쟁에 맡겨 두면 더 이상 병원이 아니다"라는 감독의 말이 유독 가슴에 남는다.

 

비록 마이클 무어 감독처럼 강조하려는 내용을 도발적이고 극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세련된 영상으로 꾸며내는 맛은 떨어지지만, 차분하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꽤나 설득력있다.

더러 감정에 호소하는 영상들은 흠이라기 보다 오히려 감독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갖고 있는 메시지의 힘이 영화적 완성도를 뛰어넘는다.

공공 의료 정책과 의료 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은 그저 그렇다.

송 감독 혼자서 적은 예산으로 연출, 촬영, 편집, 내레이션까지 맡은 작품인 만큼 극 영화 같은 화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 인터뷰와 삭제 장면 등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대형 병원들이 매일 의사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마치 영업실적 알림판처럼 의사들을 압박한다. 

정부가 2007년 병원 광고의 규제를 풀면서 지하철 역, 길거리 등에 각종 병원 광고가 난무하고 심지어 블로그 등에도 병원 광고를 게재한다. 이 같은 비용은 결국 환자들의 진료비에서 뽑을 수 밖에 없다. 

대형병원들이 자랑하는 최신 첨단장비 또한 들여오는 비용을 환자들에게 각종 검사를 권해 뽑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전신의 암 조사를 위한 PET CT촬영은 학술적으로 권고되지 않는 사항인데도 대형병원의 건강검진 항목에 들어가기 일수다. 

송 감독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7년 국내 도입된 건강 보험의 문제도 지적한다. 당시 기업 50%, 노동자 50% 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한 건강보험은 정부에서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77년부터 의료 수요가 급증했다고 지적한다. 

어느 대학병원 의사의 환자 1명당 평균 진료시간이 31초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 짧은 시간에 환자는 궁금한 것 조차 제대로 물어보지 못한다. 

어느 병원 원무과에 붙어 있다는 문구가 상업화된 의료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송 감독은 공공 의료 정책이 실종된 의료 민영화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비 공공부담률이 55%에 불과해 OEDC 국가 평균 73%에 턱없이 못미친다. 그만큼 의료보험이 제 역할을 못해 국민들이 아직도 많은 의료비를 직접 부담한다는 뜻이다. 

인도주의실천 의사협회 회원으로 산업의학과 의사인 송 감독은 아주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산업의학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했고, 레지던트 시절 적십자병원에서 내과 주치의로 일했다. 의대 시절 영화에 빠져 독립 영화 워크숍에 참여해 단편 영화 제작을 한 경험이 있고, 고교때 연극을 하기도 한 그는 안산의료생협 의사인 남편에게서 돈이 없어 당뇨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 얘기를 듣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꽃이 있는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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