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해운대 신라스테이

울프팩 2023. 2. 18. 17:13

부산 감천문화마을을 둘러본 뒤 택시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송도로 내려갔다.

송도 해수욕장은 1913년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최초로 문을 연 공설 해수욕장이다.

 

이곳에 1964년 해상 케이블카가 설치됐다.

1960, 70년대 송도가 신혼 여행지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던 송도는 각종 쓰레기와 오염수가 넘쳐나며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바람에 케이블카도 적자가 늘면서 1988년 운행이 중단됐고 급기야 2002년 철거됐다.

 

그러나 부산시가 송도해수욕장을 깨끗하게 재정비하면서 2017년 케이블카를 다시 설치해 운행했다.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 1.62km를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1인당 왕복 2만 원을 받는다.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해 아래를 볼 수 있는 것과 불투명한 것 두 가지다.

노선 중 가장 높은 곳은 해상에서 86m까지 올라가지만 투명한 케이블카에 타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그렇게 무섭지 않다.

 

투명한 케이블카 바닥으로 바다를 내려다보니 의외로 깨끗한 녹색이어서 놀랐다.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가면 그다지 볼 것은 별로 없다.

케이블카 탑승장 건물 옥상에 어린 왕자를 테마로 만든 조형물들이 몇 개 있고 탁 트인 바다가 전부다.

부산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감천문화마을도 그렇고 어린 왕자 테마가 많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돌아와 넘어간 곳은 해운대다.

해운대는 여름철 피서 인파가 몰리는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곳으로 넓은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 해수욕장이다.

 

통일신라시대 문인 최치원이 소나무가 서 있는 흰모래사장에 반해서 자신의 호인 '해운'을 붙여줘 지명이 됐다.

원래는 송도 해수욕장이 더 인기였다.

멀리 보이는 동백섬과 조선호텔 인근에 미군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미군이 동백섬 주변에 주둔하면서 해수욕장 일대가 미군 휴양지로 지정돼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미군들이 물자 수송을 위해 해변의 소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바람에 최치원이 감탄한 백사장 위에 소나무를 지금은 볼 수 없고 해변에서 떨어진 산책로에만 소나무가 있다.

 

미군 부대가 있는 곳이 그렇듯 각종 술집과 집창촌이 들어서며 한때 환락가로 유명했다.

지금은 미군부대가 빠져나간 뒤 정비되면서 높다란 건물과 호텔들이 해변에 들어섰다.

그중에 신라 스테이는 가성비가 좋은 호텔이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바로 바다가 보이고, 호텔 앞 차도를 건너면 해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신라 스테이에서 잠깐 걸어서 중동 쪽으로 들어가면 먹거리로 유명한 해운대 전통시장이 나온다.

시장 골목 전체가 각종 먹거리를 파는 식당들로 빽빽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을 관통해 나가면 건너편에 부산의 명물 제과점 OPS가 있다.

유명한 슈크림빵을 비롯해 그냥 지나치기 힘든 맛있는 빵들이 가득하다.

 

신라 스테이 앞 해변 산책로를 따라 쭉 걸어가면 끝에 세 쌍둥이처럼 고층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엘시티가 나온다.

엘시티 인근에 명물 호랑이 젤라떡과 '쏙시원한 대구탕'이 있다.

두 군데 모두 길게 줄을 설 정도로 맛집이다.

호랑이 젤라떡은 아이스크림을 감싼 떡으로, 1인당 2개씩만 판다.

 

쏙시원한 대구탕은 반드시 대구탕과 함께 계란말이를 같이 먹어야 한다.

시원한 국물과 두툼한 대구살이 일품인 이 집은 워낙 유명해 벽면 가득 유명인들의 서명이 가득하다.

쏙시원한 대구탕과 호랑이 젤라떡은 마주보고 있다. 대구탕을 먹고 디저트로 젤라떡을 먹으면 된다.
3개의 고층건물이 나란히 늘어선 엘시티. 저기에 롯데호텔과 전망대, 전망대 위에 스타벅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