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홍콩 - 소호

울프팩 2012. 2. 11. 13:30

홍콩섬을 가보면 왜 홍콩이 국제도시로 각광을 받는 지 알 수 있다.
온갖 금융기관의 아시아태평양 헤드쿼터가 즐비하고, 여기 맞춰 고층건물과 으리으리한 쇼핑몰, 온갖 맛있는 레스토랑이 빼곡하다.

구룡이 서울의 강북이라면 홍콩섬은 서울의 강남 같은 곳.
그 경계를 바다가 가르고 있다.

구룡의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10~15분 간격으로 밤 12시까지 운행하는 페리를 타면 8분 가량 걸려 홍콩섬에 도착한다.
날씨가 궂거나 배를 타기 싫다면 구룡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만 가면 홍콩역이다.

홍콩섬은 쑤하우, 즉 소호로 알려진 센트럴과 셩완,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 등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주로 관광객이 붐비는 곳은 센트럴이다.

높이 400m가 넘는 홍콩 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홍콩 최대 쇼핑몰인 IFC몰과 랜드마크몰, 세계 최장 으로 유명한 800m 길이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가로지르는 소호가 모두 센트럴에 몰려있다.
홍콩에 야경을 한 눈에 내려다보는 빅토리아픽크도 이 곳에서 트램을 타야 오를 수 있다.

나머지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 셩완 등도 센트럴 만큼은 아니지만 홍콩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한 곳들이다.
모두 센트럴에서 지하철을 타면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홍콩섬을 갈 때는 발이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걸어다니며 볼 곳이 많아 발이 아프다.

홍콩섬을 향하는 페리 갑판에서 촬영. IFC 타워를 걸치고 셩완 방면을 바라본 풍경이다.
센트럴과 홍콩 컨벤션센터가 위치한 완차이를 바라 본 풍경.
페리 선착장 뒤로 높이 400m, 88층의 IFC 제 2타워가 서 있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뛰어내린 곳이다. 2003년 완공된 IFC는 88층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광둥어로 죽음과 발음이 비슷한 14, 24층이 없다. IFC몰에는 파이낸셜타임즈, 스미토모 등 유명 기업들은 물론이고 온갖 명품숍과 고급 슈퍼인 시티가 입주했고 홍콩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다.
구룡 방면을 바라본 풍경. 멀리 홍콩에서 가장 높은 ICC 빌딩이 보인다.
IFC 제 1 타워와 제 2타워를 연결하는 브릿지에 애플 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모든 창문을 동그랗게 만들어 마치 구멍뚫린 건물처럼 보이는 센트럴의 자딘하우스. 52층 건물로, 1973년 당시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뒤쪽으로 IFC 2타워가 보인다.
자딘하우스 맞은 편에 위치한 유명한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이 건물에서 2003년 4월1일 장국영이 투신자살했다. 그가 묵었던 21층 스위트룸은 지금은 없어졌다.
홍콩의 명물이 된 세계에서 가장 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시작점.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는 소호를 가로질러 올라가며 무려 800m나 계속된다. 오전 6~10시는 아래 방향으로만,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는 위로만 움직인다.
에스컬레이터는 정류장처럼 중간 중간 끊어져 있어 좌우로 뻗어있는 도로나 근처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를 찍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다가 그래험 스트리트에서 내리면 유명한 맛집 칠리파가라를 찾을 수 있다.
매운 칠리요리 전문점인 칠리파가라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 잡기가 쉽지 않을 만큼 인기있다.
칠리파가라에서는 양배추 위에 새우를 얹고 칠리 소스를 끼얹은 jumbo prawn in Long-jin 요리가 아주 맛있다. 하지만 The pearl of the orient라는 요리는 너무 맵다. 열대 과일에 튀김옷을 입힌 음식인데 맛은 있지만 입에서 불이 날 정도. 덜 맵게 해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칠리파가라에서 매운 음식을 먹어 속에서 불이 난다면 린드허스트 테라스쪽으로 약간만 걸어내려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유명한 타이청베이커리를 꼭 들려야 한다. 이곳에 에그타르트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만큼 너무 너무 맛있다. 갓 구워낸 빵에서 노랗게 찰랑거리는 계란맛이 일품. 2개 정도 사면 혼자 먹기 좋다. 이 곳은 현금만 받는다.
타이청베이커리는 앉아서 먹을 곳이 없다. 따라서 에그타르트를 담은 비닐봉지를 들고 거꾸로 다시 조금만 걸어올라오면 홍콩의 명물인 퍼시픽커피 체인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유명한 커피나 망고주스와 같이 에그타르트를 먹으면 칠리요리로 불이 나던 속이 가라앉는다.
지금도 그 맛을 떠올리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이 기가 막힌 타이청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 퍼시픽커피에서 파는 망고주스도 꼭 먹어볼 만 하다.
소호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색이 인상적인 요크셔푸딩집. 건너편에 바로 유명한 푸른색 스탠튼바가 있다.
푸른색이 인상적인 스탠튼바는 맥주나 와인 등을 판다.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다보면 영화 '중경삼림'에서 왕정문과 양조위가 만나던 재래시장을 볼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왕정문처럼 과일을 사서 먹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래시장 한 켠에 위치한 노천식당 골목. '중경삼림'에서 양조위는 이곳에서 밥을 먹다가 왕정문을 만났다. 이곳은 홍콩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홍콩은 생각만큼 물가가 싸지 않다. 어지간한 식당가서 먹을 만한 메뉴를 2개 정도 시키면 홍콩달러로 300불을 훌쩍 넘어간다. 우리 돈으로 4,5만원 하는 셈.
이소룡 마니아라면 대번에 알아볼 코즈웨이베이의 레드페퍼레스토랑. 남북루라는 한자 간판이 걸린 이 곳은 이소룡의 미완성 유작인 '사망유희'에서 악당 두목의 아지트로 외관만 등장한다. 영화에 나온 집 모양의 네온사인이 그대로 걸려 있다.
레드페퍼 레스토랑은 홍콩 최고의 베스트 레스토랑상을 매년 수상한 꽤 유명한 집이다. 이곳에서는 sweet and sour pork, 즉 탕수육이 맛있다. 가장 홍콩적인 분위기가 잘 사는 곳.
나이들어 보이는 점원에게 이 곳이 '사망유희' 촬영지가 맞냐고 물었더니, 맞다며 대뜸 벽에 걸린 이 증서를 보여줬다. 골든하베스트 사장이 '사망유희' 촬영을 허락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한 편지였다.
레드페퍼레스토랑에서 5미터 가량만 올라가면 바로 왕가위의 영화 '화양연화'에 등장한 골드핀치레스토랑이 있다. 스테이크 등 서양요리집인 이곳에서 양조위가 장만옥을 만나 함께 식사를 한다.
홍콩의 랜드마크인 중국은행 건물. 센트럴 지하철역 앞에 위치한 이 건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격자무늬의 불빛이 인상적이다.
센트럴 역앞에서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픽크 전망대에 오르면 중간에 만날 수 있는 마담 루소의 이소룡 밀랍인형. 처음에는 루소 인형전시관을 가보려고 했으나 너무 다르게 생긴 이소룡 인형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기울어진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산을 오르다보면 홍콩의 마천루가 마치 쓰러져 덮치는 듯한 아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빅토리아 픽크 정상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야경. 그야말로 빛의 바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