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최종병기 활

울프팩 2011. 8. 13. 20:29

허공을 가르는 화살 하나가 이토록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몰랐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병자호란때 청에 끌려간 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선의 명궁 이야기를 다뤘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한 것은 스피디한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다.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처럼 빠르게 바뀌는 컷과 다채로운 앵글은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화면은 빠른 액션의 속도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액션에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도 전광석화다.
쉼없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허공을 가르며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하는 화살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영화는 조선시대 무협영화라기보다 서부극이나 SF 활극에 가깝다.
일촉즉발의 순간 서로의 눈빛을 번갈아 보여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에서 흔히 보던 샷이다.

박해일, 류승룡, 김무열, 문채원 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청나라 장수 쥬신타를 연기한 류승룡의 눈빛은 압권이다.

더불어 음향도 칭찬하고 싶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공간을 꿰뚫는 소리, 사방을 휘도는 바람소리를 제대로 디자인했다.

아쉬운 점은 컴퓨터 그래픽 처리한 호랑이다.
나름 잘 살렸지만 아무래도 실물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옥의 티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싹을 틔운 긴장감 넘치는 연출 솜씨를 이 작품으로 만개시켰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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