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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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제 6회 MBC 대학가요제

울프팩 2010. 1. 22. 20:50
난 1982년에 영화 '친구'처럼 까만 교복을 입었다.
그 해는 일제의 잔재물이라고 꼽히던 검정 교복을 학생들이 마지막 입은 해였다.

일본 순사처럼 목에 후크를 채우고, 금장 쇠단추를 줄줄이 단 검정 교복은 학생복이라기보다 군복의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머리를 스님처럼 '빡빡' 깎고 다녔다.

그러다가 변화가 일었다.
82년, 교복 자유화에 앞서 두발 자유화를 1년 먼저 실시한 것이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이었던 그 해, 학생들은 검정 교복에 길게 머리를 기르고 다녔다.
멀리서 보면 검정 교복에 길게 기른 머리가 영락없는 양아치였다.

그 해에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해방의 느낌을 선사했다.
학생들에게는 두발 자유화를,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야간 통행을 허가했다.

야간 통행? 무슨 소리냐고?
그 시대를 살지 않았다면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다.

1945년 일본 강점기에서 벗어난 이후 1982년까지 무려 36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밤 12시 이후 새벽 4시까지 길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
어쩌다 통행금지 시간을 어겨 방범대원들에게 붙들리게 되면 파출소에 끌려가 새벽 4시까지 꼬박 잡혀 있어야 했다.

'통금' 시간에는 가로등마저 꺼져 온 거리가 괴괴했다.
그러기를 36년 만에 통금이 사라졌으니, 사람들은 눌렸던 숨통이 트인 기분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 해 처음, 프로야구라는 것이 생겼다.

OB베어스, MBC 청룡, 삼미 슈퍼스타즈 등 여러 프로팀이 등장해 사람들을 스포츠의 흥분 속으로 몰고 갔다.
원년 우승은 박철순, 김경문 배터리를 앞세우고 국가대표 최강의 홈런타자 김우열이 버티고 있던 OB베어스가 차지했다.

난 독일군 군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과 김우열을 너무 좋아해 OB베어스를 응원했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바다를 딛고 일어선 군사 정권은 마치 선심쓰듯 여러가지 선물을 국민들에게 던진 셈이다.

그 해에는 유독 별들이 많았다.
불멸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Billie Jean' 'Beat it' 등 넘버 1 히트곡이 줄줄이 들어있는 '스릴러' 음반을 내며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꽃미남 밴드 듀런듀런이 등장했고, 토니 베실이 'Mickey'를 불러제꼈다.
국내는 '친구여' '비련' '자존심' 등을 부른 조용필의 전성기가 변함없이 계속됐다.

한 켠에서는 절세 가인 잉그리드 버그만이 조용히 눈을 감았고, 모나코의 왕비까지 올랐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숨졌다.
그리고 영원한 '댄싱 퀸' 아바가 해체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잊지 못하는 이름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김득구다.
그 해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BA라이트급 챔피언전에 도전한 김득구는 챔피언 '붐붐' 맨시니에게 14라운드에서 강한 한 방을 맞고 쓰러졌다.
 
그대로 실려나간 그는 뇌사 상태에서 눈 한 번 못떠보고 4일 만에 병원에서 숨졌다.
그렇게 아들 곁을 떠나지 못했던 그의 어머니도 3개월 뒤 자살했다.
TV로 생중계된 권투 시합을 지켜본 국민들은 충격적인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한 셈이다.

그렇게 스러져간 김득구는 권투계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15라운드였던 권투 시합은 12라운드로 줄었고, 라운드 사이의 휴식시간도 60초에서 90초로 늘었다.
또 선수 보호를 위해 스탠딩 다운제도 도입됐다.

1982년 9월4일에 열린 제 6회 MBC 대학가요제에는 이 같은 시대상이 묻어 있다.
그 해 대상은 수수한 옷차림에 통기타를 메고 나와 '참새와 허수아비'를 부른 홍익공전의 조정희가 차지했다.

고음에서 다소 불안하고 음이 이탈하기도 했지만, 풋풋한 학생들의 순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애처로운 노랫말은 훗날 꾸러기들로 가수 데뷔한 임지훈이 썼다.

정작 가장 인기있었던 곡은 한양대의 우순실이 불러 동상을 받은 '잃어버린 우산'이었다.
우순실이 워낙 노래를 맛깔나게 잘 불렀고, 멜로디도 우리네 정서와 잘맞아 라디오에서 최고 인기 신청곡이었다.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경남공전 학생들 모임인 하비비가 부른 '꿈의 세계로'도 좋았다.
그 해 대학가요제 노래들은 요즘처럼 화려한 꾸밈은 없지만 서정적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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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반에서 나온 1982년 제 6회 MBC 대학가요제 LP. 이 음반 역시 CD로 발매되지 않아 LP와 카세트 테이프로 갖고 있다. 오른쪽 위 조그만 네모 안에 보이는 진행자는 차인태 전 아나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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