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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MBC 대학가요제

울프팩 2010. 1. 16. 23:21
1985년은 청소년기를 보낸 마지막 해였다.
개인적으로 고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며 청소년기를 마감했지만, 사회적으로도 마지막이 많았다.

학력고사가 그 해 11월을 끝으로 논술이 추가되며 바뀌었고, 교복 자율화도 3년 만에 폐지됐다.
입시 제도가 바뀐데 이어 교복마저 다시 입게 됐으니 고교생들에게는 수난을 예고한 해였다.
그러고보니 개인적으로는 빡빡머리에 검은 교복을 마지막 입은 세대였고, 두발 및 교복 자율화를 처음 맞은 세대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도 격동의 한 해였다.
서울 미 문화원이 대학생들에게 점거되면서 전두환 군사정권의 폭압은 도를 더해갔다.

그때를 기점으로 사회구성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며 이듬해인 86년에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론(NLPDR)이 등장, 반제민중민주주의 혁명론(AIPDR)과 함께 약칭 NL과 PD 진영을 형성하게 된다.
이때 창작과비평사도 등록을 취소당했다.

마지막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황야의 7인' '왕과 나'로 유명한 대배우 율 브린너가 그해 10월에 세상을 떴다.
9월에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만든 애플 컴퓨터에서 쫓겨났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63빌딩이 완공됐고,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개통됐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점이었다.
그 해 예선전에서 말레이시아에게 져서 본선 진출을 거의 포기했던 우리는 최순호, 허정무를 앞세워 네팔, 말레이시아, 일본을 차례로 격파하며 멕시코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에서는 1라운드에 탈락했지만 진출 만으로도 값진 결과였다.
본선에서는 갈색 폭격기 차범근까지 가세해 싸웠지만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같은 조로 묶이는 등 대진 운이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 월드컵 우승국이었다.

나쁜 시작도 있었다.
85년은 해외 근로자가 발병하며 국내 최초의 에이즈 환자가 보고된 해였다.

가요계에서는 조용필, 구창모, 전영록, 나미, 김수철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해 10대 가수왕이었던 조용필은 '허공' '그 겨울의 찻집'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이 수록된 8집을 12월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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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85년 MBC 대학가요제 LP. 개인적으로는 좋은 노래들이 즐비한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 모든 음반들이 CD와 블루레이 및 DVD로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토록 요란했던 85년 12월20일에 제 9회 MBC 대학가요제가 열렸다.
비록 아마추어들이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춘 출전자들이 많았다.

대상은 '바다에 누워'를 부른 부산 동의대 출신 높은 음자리가 받았다.
남녀 혼성듀오였던 이들은 출전 당시 동아리 친구라고 밝혔지만 나중에 동거 생활을 한 과거가 드러났다.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자 여성멤버가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과거를 밝힌 것이다.
당시 '바다에 누워'는 꽤 인기가 많았는데, 남성 멤버인 김장수가 개사, 작곡을 했다.

대상 곡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은상을 받은 서울예전 출신 신입생들의 '신입생'이라는 곡을 참 좋아했다.
당시 고교 교사였던 이은집씨가 작사한 이 곡은 사실 대학가요제 출전 이전에 이미 발표된 곡이었다.

작사가 이은집 교사는 특이한 인물이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등 라디오 프로에 나와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얘기를 들려주던 그는 여러 편의 인기 노랫말을 썼다.

대학가요제 금상곡인 '윷놀이'를 비롯해 85년 은상 수상곡 '신입생', 85년 동상 수상곡 '풍년굿'이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한 해에 두 곡의 수상곡을 작사했으니 보통 경력이 아니다.
하지만 노랫말을 들어보면 학교 선생님답게 다분히 건전가요풍이다.

그리고 건국대 출신의 이경순이 부른 동상 수상곡 '사랑이야기'도 좋았다.
약간 트로트풍이어서 이채로운 곡이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중앙대 출신이었던 원미연도 이때 출전했다.
'들녁에서'라는 노래를 부른 그는 훗날 유명한 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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