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2012(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2. 5. 00:58

예전에 미 우주항공국(NASA)은 최악의 SF 영화로 '2012'(2009년)를 꼽았다.
재난 영화 전문가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태양의 이상 활동으로 중성미자가 증가하면서 지구에 과도하게 쏟아진 중성미자가 지구의 핵을 끓어오르게 만들어 지각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화산 폭발, 해일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해 인류가 멸망하는 내용이다.

개봉 당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실제로 인터넷 등을 통해 걱정을 쏟아내자 NASA에서 영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웹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NASA가 이 작품을 최악의 SF 영화로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NASA는 태양의 중성미자가 전파 수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구의 핵을 녹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블루레이 부록에서 자연재해를 경고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라고 주장하면서도 마야 연구가들의 2012년 지구 멸망 주장을 함께 소개했다.

일부 연구가들은 5000여 년 전 마야인들이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나온 독특한 달력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지구 멸망일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가 보여주는 재난은 압도적이다.

땅이 뒤집히고 산처럼 일어선 바닷물이 티베트의 고산지대를 휩쓰는 광경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위력적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짜 영상이지만 어찌나 실감 나게 만들었는지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로 화면을 키우면 보는 내내 숨죽이게 된다.

하도 영상이 황당하다 보니 오히려 믿음이 덜 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볼거리는 풍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 영화가 언제나 그렇듯 영웅적인 남성들의 활약으로 희생자를 구출하는 억지 미담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마치 영웅을 만들기 위해 재난을 만든 것처럼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인류가 극단의 위기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과연 이타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질문을 던진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밝기가 약간 어두운 느낌이 들지만 디테일이 우수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소리의 이동성이 좋고 각 채널별로 쏟아지는 효과음의 방향감도 훌륭하다.
저음 또한 묵직해서 전체적으로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HD 영상의 제작과정, 캐스팅, 삭제 장면, 또 다른 결말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감독의 음성해설은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온갖 재난을 모두 모아놓은 이 작품은 2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든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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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들은 나슈트라고 부르는 우주 시간을 계산했고, 260일로 된 촐킨 달력을 만들었다. 이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까지만 기록됐는데, 일부 마야 연구가들은 이 날을 종말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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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태양은 11년마다 활발한 활동을 한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이런 사실을 5,000년 전에 예측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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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질주할 때 차들이 쏟아지는 장면은 모두 CG다. 그 외 초반 지진 때문에 차량이 날아가는 장면은 실제 자동차를 와이어로 연결해 집어던지거나 고압의 질소가스로 차량을 발사해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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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이 뒤틀리며 발생하는 지진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짐벌 위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블록을 제작했고 배우들이 이 위에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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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이 치솟으며 캘리포니아가 통째로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물리 기반 SW를 이용해 CG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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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시민들의 영웅을 연기한 존 쿠삭과 미래 예언가 찰리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 두 사람은 스튜디오의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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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요세미티 화산 폭발을 뚫고 이륙하는 장면은 캐나다 들판에서 촬영한 영상에 CG를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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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 화산 폭발 장면의 시각 효과는 더블 네거티브사에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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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 차량이 질주하는 장면은 헬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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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리히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이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재난영화를 좋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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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해일에 휩쓸린 항공모함 존 F 케네디호가 백악관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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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을 덮치는 물벼락은 숨이 막히게 만든다. 이 장면은 독일 스캔라인사에서 CG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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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날 데도 숨을 데도 없다. 결국 인류가 선택한 마지막 카드는 거대한 노아의 방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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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태양의 이상 폭발이 전기를 못쓰게 만들어 혼란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한꺼번에 화산, 지진, 해일 등 모든 재난을 일어나게 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