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4월의 두브로브니크

울프팩 2012. 4. 14. 13:06
'아드리아해의 진주' '지상 낙원'으로 칭송되며, 세상의 모든 금을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휴양지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의 4월은 비수기다.

5~10월이 성수기이며, 그 중에서도 7,8월이 피크다.
30도를 넘는 고온과 강렬한 햇볕에 살이 익을 것 같지만, 여름축제의 흥겨움을 만끽 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비수기인 11~4월은 다르다.
맑은 날을 볼 수도 있지만, 7,8월 피크처럼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 하늘을 보긴 쉽지 않다.

어쩌다보니 두브로브니크의 절정과 비수기를 모두 접하게 됐다.
7,8월의 두브로브니크가 화장을 해서 한껏 아름다운 여인네라면 비수기의 두브로브니크는 민낯의 여인네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날은 비가 퍼부었고, 다음날 하늘이 개긴 했지만 뭉게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그래도 두브로브니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늘에서는 바람이 차게 느껴져 긴팔 외투가 필요하지만, 성벽에 올라 햇볕을 받으며 걷기 시작하면 땀이 흘러 외투를 벗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반팔 외투에 점퍼 등 웃웃을 하나 걸치는 것.

오전 내내 성벽을 돌고, 점심을 먹었는데 사르르 부는 봄바람에 한기가 느껴져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하지만 그건 약과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드산 정상에 오르니 바람이 강하다.
여인네의 긴 생머리가 하늘로 승천할 정도.

지난해 여름에 왔을 때에는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십자가 아래 바위턱까지 내려갔지만, 이번에는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워낙 강해서 위험하기 때문.

다시 올드타운으로 내려와 여기저기 거리를 걸었는데, 맑은 날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지 않다.
사진찍기는 편하지만 여름축제의 흥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두브로브니크는 여름에 와야 한다.
사람에 부대끼고 물가가 비싸더라도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려면 그게 낫다.

오자마자 성벽부터 올랐다. 지난해 여름 경험에 비춰보면 성벽은 오전에 돌아야 한다. 내려다보이는 스투라둔 대로가 크게 붐비지 않는다. 필레 게이트 쪽 성벽은 지난해와 달리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차가 다닐 수 없는 올드타운에 공사차량이 가끔 돌아다닌다.

필레게이트 왼쪽, 남쪽 바다를 향한 보카요새와 건너 35미터 절벽위에 서 있는 로브리예나츠 요새가 인사하듯 마주보고 있다. 바람이 세게 불다보니 만처럼 휘어든 해안가에 파도가 철썩인다. 물이 차서 수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스르드산 정상에 뭉게구름이 걸렸다. 성수기에 보기 힘든 풍경이다.

로크럼 부두에 IFA 걸이 돌아다닌다. 아래 위로 빨간 옷을 입고 붉은 구두에 머리까지 빨갛게 염색한 IFA 걸은 IFA를 상징하는 홍보여성. 지난해에도 같은 여성이 모델을 했단다.

지난해 여름에는 보수 공사 중이던 플로체 게이트 앞 도미니크 수도원은 지붕 수리를 마쳤다. 대신 루자 광장 앞 성 블라시오 교회가 시청쪽 옆면을 수리 중이었다.

스트라둔 거리 위에도 구름이 걸렸다. 우리네 청명한 가을날씨 같다. 쌀쌀한 봄바람이 분다는 게 다를 뿐.

두브로브니크의 모든 성문과 주요 건물 출입문 위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수호성인인 성 블라시오. 성 블라시오 교회 위에서 구름을 머리에 인 채 루자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스르드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를 끼고 그림처럼 붉은 색 성이 떠있다. 앞에는 로크럼 섬이 보인다. 비수기인 4월에 가 본 두브로브니크의 맑은 날은 여기까지가 아니길 바라며 산을 내려왔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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