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공모자들

울프팩 2012. 9. 1. 16:42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올 여름 본 다수의 개봉작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뛰어난 이야기의 완결성과 긴장감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도둑들' '이웃사람' 등 여타의 작품들을 압도한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장기를 꺼내는 장기밀매조직의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목을 조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 숨을 못쉬게 하는 것처럼,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온 몸을 짓누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한 현실적인 공포는 일반 공포물의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다.

특히 영화는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말의 기대를 끼워넣어 작위적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냉혹할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로만 승부를 걸었다.

그렇다고 영화를 잔혹하다거나 상상력이 지나치다 탓하기 힘든 게, 현실을 돌아보면 영화보다 더 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원안, 각본, 기획, 연출까지 한 김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1년여간 장기밀매사건과 실재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다고 한다.

그러니 스토리가 옹골찰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허를 찌르는 추리소설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나 '오리엔트특급 살인'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김 감독이 사건 배열과 구성에 공을 들였다.
다만 선내에서 아내를 찾아 헤매는 남편 이야기는 왜 집어넣었는 지 감독의 의도가 짐작은 가지만, 개연성은 다소 떨어진다.

영화의 리얼리티는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나온다.
특히 임창정의 연기가 압권이다.

지금까지 양아치 연기의 달인으로만 알았던 임창정을 이 작품으로 다시 보게 됐다.
평소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껄렁함은 모두 사라지고 진지하게 변신한 임창정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

필요할 때 적절히 분노를 표출하고, 그렇지 않을 때 냉정하게 감정을 제어해 관객이 충분히 배역에 젖어들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아마도 이 작품은 임창정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듯 싶다.

충분히 그를 뛰어난 연기자로 상기시킬 만한 작품이다.
비록 잔혹 영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 탄탄한 연출,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가 뒷받침된 수작이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이큰2  (2) 2012.10.07
피에타  (4) 2012.09.07
이웃사람  (2) 2012.08.26
도둑들  (2) 2012.07.28
연가시  (0)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