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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블루레이)

울프팩 2014. 4. 12. 18:51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년)는 SF영화라기 보다 공포영화에 가깝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두려움이 나온다.

 

우선 첫 째는 끝모를 적막한 공간이 주는 절대 고독의 두려움, 즉 영화적 스토리가 주는 두려움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역설적 공간이다.

 

가장 탁트인 드넓은 공간이면서도 주인공을 옴짝달쌀 못하게 옥죄는 감옥처럼 역설적 이중성을 띄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127시간'의 등장인물처럼 절대 고독과 마주한다.

 

더불어 이 영화는 갈등 구조를 빚어내는 적(適)이 없다.

소리마저 삼켜 버리는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여주인공이 상대해야 하는 적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자신이다.

 

절대 고독의 두려움

 

스스로 갖는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 수록 단단해져 희망의 끈을 놓게 만들고 절망의 나락으로 등을 떠민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자신과 싸워 이기는 법을 이야기한다.

 

비결은 바로 자신을 믿고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또다른 두 번째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적 두려움, 바로 케슬러 신드롬이다.

 

미 우주항공국(NASA)의 연구원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1978년 발표한 케슬러 신드롬은 인류가 쏘아올려 우주에 떠도는 인공위성과 각종 로켓 잔해 등 우주물질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연쇄반응이다.

즉 위성과 위성이 충돌하면서 산산조각나면 수많은 파편들로 부서지면서 또다른 수백가지 연쇄 충돌 가능성을 야기한다.

 

이렇게 연쇄폭발이 일어나면서 형성된 파편지대는 모든 위성과 우주정거장을 위험에 빠뜨리고 시간이 지나서 지구로 떨어질 경우 유성이나 행성충돌보다 더 무서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UN은 우주쓰레기 경감지침을 만들어 지구 궤도를 떠도는 우주 물질을 추적하고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직 없다.

 

케슬러 신드롬은 2007년과 2009년에 실제로 일어났다.

2007년 1월 중국은 자국의 버려진 기상위성 FY-1C를 파괴하기 위해 KT-2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그런데 미사일은 위성과 충돌하면서 무려 추적가능한 3300개의 파편을 지구 궤도에 흩뿌려 놓으며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켰다.

2009년 2월에는 두 개의 위성이 우주에서 충돌했다.

 

모토로라 등이 투자한 통신위성회사 이리듐의 위성 이리듐33이 궤도전환을 하다가 러시아의 폐기된 군사위성 코스모스2251과 충돌해 공중폭발하며 우주를 지뢰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숨어 있는 케슬러 신드롬의 공포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는다.

NASA에 따르면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들은 소총탄환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따라서 우주에서는 빠른 속도 때문에 직경 1mm 크기의 아주 작은 물체도 충돌시 수류탄과 동일한 폭발 에너지를 뿜어 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현실적 공포를 담고 있다.

 

즉, 과학적 지식을 알면 보이는 또다른 숨어 있는 공포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를 컴퓨터그래픽과 시각효과를 동원해서 아주 그럴듯하게 사실적인 영상으로 꾸려 놓았다.

 

어찌보면 배경의 변화도 없고 등장인물도 불과 두 명이 전부이지만, 영화가 주는 긴장과 극적 재미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타이트한 연출과 마치 보는 이가 우주에 함께 표류하는 듯한 사실감을 부여하는 영상 덕분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 지 모를 만큼 집중력이 높은 뛰어난 작품으로, 새삼 우리가 사는 이 행성과 우주 공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대지에 두 발로 서 있다는 것이 더 할 수 없는 행복과 위안으로 다가오는 수작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우수하다.

검은 우주공간의 깊이감이 느껴지고 디테일이 좋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이동성이 뛰어나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시각효과, 단편 영상, 케슬러 신드롬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 3시간 분량의 HD 영상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쿠아론 감독은 케슬러 신드롬을 기초로 시나리오를 썼다. 착륙선 강하시 보이는 지구 모습은 풍선 같은 기상관측기구에 카메라를 달아 성층권까지 올려보낸 뒤 고화질 사진을 찍어 이를 참고했다.

여주인공을 맡은 산드라 블록과 조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 스크린 밖에서 임무를 지시하는 목소리는 에드 해리스가 맡았다. 여주인공에 안젤리나 졸리가 캐스팅됐으나 그만뒀고, 나탈리 포트만이 섭외됐으나 임신때문에 하차했다. 이후 레이첼 와이즈, 나오미 와츠, 애비 코니쉬, 캐리 멀리건, 시에나 밀러, 스칼렛 요한슨, 레베카 홀 등이 스크린 테스트를 받거나 거론됐다. 

모든 것이 보이는 헬멧의 투명 바이저는 CG로 그려 넣었다. 진짜 바이저를 사용할 경우 세트 촬영하는 스튜디오 내부가 반사되기 때문. 배경음악에 와인잔에 물을 채워 문질러 연주한 소리와 글래스 하모니카 연주가 들어갔다. 

쿠아론 감독은 광활한 우주 공간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롱테이크 촬영을 많이 했다. 특히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영상을 보고 우주에서 카메라 한 대를 사용해 찍은 다큐 느낌을 살리기 위해 롱테이크를 사용했다. 남자 배우 역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다니엘 크레이그, 톰 크루즈,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 존 트래볼타, 브루스 윌리스, 러셀 크로, 케빈 코스트너 ,덴젤 워싱턴 등이 물망에 올랐다. 

우주 비행사들은 우주공간에서 완전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 궤도 안에 있기 때문에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힘이 약한 극미중력 상태에 놓인다. 이를 허공에 둥둥 떠있는 무중력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시속 2만7,360km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구궤도를 돌기 때문. 즉, 지구궤도곡선을 따라 엄청나게 빨리 돌아서 지구의 중력이 수직으로 끌어 내리지 못해 조용히 떠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에어로크에서 마치 태아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한다. 이 순간 에어로크는 탄생의 근원인 자궁이 된다. 이 장면은 산드라 블록이 한쪽 다리를 고정시킨 자전거 의자처럼 생긴 기구에 올라앉아 천천히 회전하며 촬영. 에어로크는 원형으로 조명이 둘러싼 드럼세탁통 같은 세트다. 여기서 산드라와 카메라가 회전하고 조명도 따라 돌면서 우주공간의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배우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무중력 상태처럼 연기를 했다. 여기에 인형조종사들이 사전시각화 영상을 보고 와이어에 매달린 산드라의 몸동작을 인형처럼 조종했다. 제작진은 무중력 상태 표현을 위해 우주비행사들이 훈련에 사용하는 보밋 코멧을 타고 체험했다. 대형 점보기인 보밋 코멧은 고고도로 올라갔다가 수직 낙하를 하면서 20초 가량 일시적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낸다. '아폴로 13'을 보밋 코멧에서 찍었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들은 궤도를 떠도는 각종 로켓잔해나 부유물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보호막을 설치하는데, 그 바람에 덩치가 커져 충돌위험성이 더 늘어난다. NASA에 따르면 인류는 그동안 4,500번 로켓을 쏘아올려서 2만개의 물질이 궤도를 떠돌고 있으며 이중 1,000개의 위성만이 작동을 하고 나머지는 우주 쓰레기로 남아 있다. 

UN은 위성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충돌경감 지침을 따로 만들었다. 교차로를 지나는 자동차처럼 위성 중 하나가 더 빨리 움직이거나 느리게 움직여 충돌을 피하자는 것. 하지만 1957년부터 미 공군이 우주감시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위성충돌을 사전 경고하지만 충돌경감지침에 따라 피할 수 있는 위성은 1,000개 중 80개에 불과하다. 

각종 시각효과는 프레임스토어에서 담당. 이 작품은 무중력상태의 정교한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 봇앤돌리라는 회사에서 제작한 로봇을 이용해 카메라와 조명을 조정했다. 또 LED 조명으로 둘러싼 라이트박스라는 상자를 만들어 이 속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고 로봇이 조종하는 카메라가 이를 촬영. 

착률용 캡슐이 떨어지는 장면은 3분의 2 크기로 만든 모형을 크레인으로 호수에 떨어뜨려 촬영. 이 장면은 오리지널 '혹성탈출'을 참조했다. 유타주 파월호에서 65mm 필름으로 찍은 뒤 CG로 초록색을 입혔다. 

양수의 은유인 호수에서 주인공이 기어나와 일어서고 걸어가는 장면은 인류의 진화를 의미한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를 위해 하루 2시간씩 주 6일 동안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 무용수 출신인 그는 다이버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래비티 : 블루레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산드라 블록 출연/George Clooney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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