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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네이키드 런치: 블루레이

울프팩 2018. 11. 27. 00:00

기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1991년)는 그의 전작인 '플라이'처럼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가 윌리엄 버로우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살인 등 금기시된 소재를 기이한 영상으로 비틀어서 표현했다.

감독은 검열을 피해서 순화시켰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속이 거북한 그림 투성이다.
여기에 여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볼 만큼 별난 철학을 가진 버로우즈의 세계관이 결합돼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단은 이 작품을 1991년의 대표작으로 추켜올리며 열광했다.

기존 영미문학과 다른 실험적 글쓰기와 소재의 차별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난해한 작품은 분명 금기에 대한 도전을 통해 억압받는 소수를 조명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영화도 마찬가지.

크로넨버그 감독은 버로우즈의 난해한 소설 여러 편을 섞고 여기에 부인을 살해한 그의 개인사까지 연결해 버로우즈를 이해하는 한 편의 백화점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전미비평가협회와 뉴욕비평가협회의 감독 및 각본상을 휩쓸었다.
그렇지만 내용이 어렵고 모두의 공감을 얻기 힘든 작품이라 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내용의 난해함은 버로우즈의 생각과 환상을 추상적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서사 구조를 갖추기는 했지만 인과 관계를 쉽게 납득하기 힘들게 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버로우즈의 환상을 재구성한 충격적인 영상이다.

벌레로 변한 타자기가 다른 타자기를 씹어먹는 장면이나 소위 섹스 벌레의 등장, 기괴한 생명체 농장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 충격적이다.


비록 '플라이'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크로넨버그의 기발한 표현력을 높이 사고 싶다.

특히 버로우즈에 대한 사연을 알고 보면 난해한 그림들이 십분 이해가 간다.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블루레이 타이틀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크라이테리언 타이틀을 구입하는 길 뿐이다.

 

미국판 크라이테리언 타이틀은 당연히 한글 자막이 들어있지 않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라이테리언 명성에 걸맞게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도 괜찮은 편이며 색감도 좋다.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갤러리, 단편들이 들어 있다.

부록은 과거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이 훌륭했다.

 

감독의 음성해설은 물론이고 원작자 인터뷰, 제작과정, 심지어 버로우즈가 읽어주는 원작 오디오북까지 한글화 돼있어 난해한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피터 웰러가 연기한 주인공 윌리엄 리는 원작자인 버로우즈의 분신. 들고 있는 권총은 영화 속 대사처럼 러시아제가 아닌 체코산 시제드.

리와 부인은 벌레 퇴치를 위해 갖고 다니던 살충제에 중독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마약을 살충제로 대신 표현했다.

부인과 친구들이 정사를 벌여도 신경 쓰지 않는 리. 그의 관심은 마약 성분을 지닌 살충제뿐이다. 버로우즈는 극 중 인물인 리처럼 시카고에서 방충 업체에서 해충퇴치원으로 일했다.

등에 말하는 항문을 갖고  있는 벌레는 원작의 '말하는 항문'을 순화롭게 표현하기 위한 크로넨버그의 생각이었다.

마약에 취해 부인을 쏘아 죽인 리. 실제로 버로우즈는 멕시코시티에서 술에 취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인을 권총으로 쏘아 죽였다. 이후 버로우즈는 부인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대표작인 장면. 약에 취한 리의 눈에 보이는 환각 같은 존재인 머그웜프. 머그웜프는 '플라이' '그렘린즈'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CWI사가 만든 2미터짜리 로봇으로 15명이 각 부위를 조종했다.

급기야 말하는 곤충 타이프라이터까지 등장. 이 물건 역시 CWI사에서 만든 기계 모형으로 여러 사람이 움직였다.

양성애를 상징하는 섹스 벌레.

버로우즈가 머물렀던 모로코의 탕헤르 거리는 캐나다 토론토 세트에서 촬영. 원래 모로코로 갈 예정이었으나 출발 전날 걸프전이 터져 할 수 없이 토론토에서 찍었다.

'에이리언'의 로봇, '반지의 제왕'의 빌보로 등장한 이안 홀름이 소설가 톰 프로스트 역을 맡았다. 이안은 젊은 시절 제2의 로렌스 올리비에로 촉망받던 배우다. 

1950년대 분위기의 갈색톤이 감도는 영상은 피터 슈시츠키가 촬영.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던 버로우즈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모두 즐겼던 양성애자였다. 그는 공개적으로 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머그 웜프의 머리에서 나오는 환각 성분의 액체를 빨아먹는 사람들. 마약 공장의 은유적인 표현이다. 이를 위해 CWI사는 50개의 머그 웜프 인형을 제작했다.

로이 샤이더는 이중인격자이면서 마약을 제조하고 공급하는 비열한 인물을 연기.

리가 운전하는 차는 캐나다의 봄보디아사에서 만든 스노모빌. 리가 입국하려는 아넥시아는 버로우즈가 속죄의 심정으로 입문한 소설의 세계를 나타낸다.

'로보캅'으로 낯익은 피터 웰러는 크로넨버그 감독에게 버로우즈의 열혈 팬이라며 리 역할을 맡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 발탁됐다.

네이키드 런치 2Disc
데이빗 크로넨버그
Criterion Collection: Naked Lunch (네이키드 런치) (한글무자막)(Blu-ray) (1991)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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