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메모장

노무현에 대한 잊지못할 기억

울프팩 2009. 5. 27. 08:10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둔 며칠 전인 지난해 2월.
MBC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때 본 잊지못할 기억 하나.
노 대통령이 촬영팀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청와대 뜰을 걷고 있었다.

그는 방금 걸은 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시멘트 길이었는데 돌을 새로 깔았다."

내일 모레면 청와대를 나갈 사람이 왜 길을 굳이 고쳤을까.
"대통령이 처음 들어오면 이거 못고친다. 처음 와서 자기가 있을 곳이기 때문에 돈을 들여서 뭘 하는게 주저된다."

아마도 외부 이목도 있고, 들어와서 기다렸다는 듯 편하게 바꾸는게 주저된다는 뜻일게다.
"떠나는 사람이 돈 들어 갈 일 다 해주고 가면 좋다. 대통령 전용기도 주문하려고 했는데, 지난번 국회에서 기각됐다. 비행기는 지금 주문하면 다음 대통령 마지막 한 해 정도에 탈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못해놓고 가서 좀 섭섭하다."

하긴, 비행기는 주문하면 최소한 3,4년 걸린다.
그러니 대통령 전용기는 그가 타는게 아니라 다음 대통령, 즉 이명박 대통령이 타는 셈이다.
결국 대통령 전용기 주문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었다.

그때 TV를 보면서 그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나도 모르게 탄복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참 그릇이 큰 사람이구나...절로 보면서 좋았고 흐뭇했다.

그가 떠난 지금, 왜 그렇게 그 기억이 나는 지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때 그 영상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나처럼 가슴이 아플까.

서거하신 노무현 대통령이 전용기 주문을 고려한 이유는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가 무려 24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며 소형기이기 때문.
1985년 도입된 보잉 737 전용기는 항속거리가 3,000여km 남짓이어서 베트남 정도만 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10여년간 11회 정도밖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좌석도 40석 남짓해서 보통 100여명 이상의 수행원이 따라붙는 외국 방문시, 상당 수의 수행원들은 다른 비행기를 타야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미국 등 멀리 나갈때에는 보통 전세기를 빌려 탄다.
전세기를 빌리면 대통령이 기내에서 일을 볼 수 있도록 수십 억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고친다.
물론 이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고에서 나간다.

다시 대통령이 귀국하면 항공사는 비행기를 놀릴 수 없으니 내부 시설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그리고 또 대통령이 해외 출장에 나서면 다시 수십 억원을 들여 비행기를 뜯어고친다.

상황이 이렇기에 국고도 아끼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필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이유로 다음 대통령을 위해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한나라당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비행기를 사는 것은 사치라고 주장하고 일부 언론들이 국가 경제에 부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그런데.
그토록 반대했던 한나라당은 지난해 국회에서 2012년을 목표로 대통령 전용기 도입 계획을 통과시켰다.

여기 책정된 예산은 3,000억원.
그동안 달러와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통과됐더라면 1,000억원이면 충분한 일을, 뒤늦게 두 배가 넘는 돈을 들이게 됐다.

그래서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슬프고 화가 난다.
고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는 요즘.
아니나 다를까, 그 영상도 유튜브에 있었다.

그 부분을 여기 올려본다.
다시 보노라니, 그가 눈물나게 보고 싶다.

대통령 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