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메모장

노무현의 마지막 모습들

울프팩 2009. 5. 30. 00:26
2009년 5월29일.
노무현. 그가 떠났다.
TV에서 운구 행렬이 경복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할 때부터 창 앞에 섰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었다.
동십자각을 지난 운구가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광화문 앞을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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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꺼냈다.
커다랗게 펼친 태극기의 네 귀를 잡은 차량들이 선두에 서고, 우뚝 선 영정이 뒤를 따랐다.
그 뒤 영구차에 그가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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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가 맞은 편 세종문화회관 앞에 왔을 때였다.
셔터를 누르고 나니, 세상이 커다랗게 출렁였다.
그가 바로 앞을 지나는 순간, 그동안 그렇게 참았던 뜨거움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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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꿈꾸었던 세상, 함께 했던 시대가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87년 6월의 거리에서 매캐한 최루탄을 함께 맡고, 민중 가요를 같이 불렀던 그 사내가 떠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는 슬픔과 안타까움과 회한과 분노가 뜨겁게 소용돌이쳤다.

출렁이는 물결 너머로 세종로 사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보였다.
그 뒤로 보이는 시청 앞은 온통 노랑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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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두려운 지 오전 내내 철벽을 쌓았던 경찰차가 운구가 지날 틈을 만들었다.
그 사이로 묵묵히 내려다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뒤로 한 채 운구 행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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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좀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물결에 휩싸여 노제가 열리는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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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제가 열리는 내내, 참담했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꾼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불행한 역사가 참담했다.

눈물이 흐른다면 닦지 마라.
오늘이 아니면 언제 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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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 사이로, 너울대는 만장 너머로 그를 보냈다.
진정한 대통령 노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