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노팅힐 (CE)

울프팩 2005. 2. 18. 01:20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가 감독을 하거나 대본을 쓴 영화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가 대본을 쓰고 로저 미첼(Roger Michell)이 감독한 '노팅힐'(Notting Hill, 1999년)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런 조그만 책방 주인 태커(휴 그랜트 Hugh Grant)가 세계적 톱스타인 여배우 스콧(줄리아 로버츠 Julia Roberts)과 사랑에 빠지는 설정은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이지만 대사나 이야기 진행 방식이 보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그만큼 설득력 있다는 얘기.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감탄을 하며 봤다.
이야기, 배역, 영상, 음악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지난해 여름 새로 나온 DVD 타이틀은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초반 화질은 아쉽지만 시간이 갈수록 안정되며 후반 클로즈업 영상 등은 좀 나아진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 대신 배경음악의 풍성한 배음 효과로 공간을 채운다.
특히 리처드 커티스, 미첼 감독, 던칸 캔워시 프로듀서 등 세 사람의 음성해설이 들을 만하다.

지도와 함께 노팅힐 지역을 소개한 부록도 아이디어가 좋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던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는 원래 샤를르 아즈나부르가 발표한 노래다. 프랑스 사람이 부르는 게 이상하다는 의견에 따라 급히 코스텔로를 섭외, 그가 부르게 됐다.
런던 노팅힐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슈퍼 35mm로 촬영. 대본을 쓴 리처드 커티스는 실제 노팅힐에 산다.
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휴 그랜트의 파란 대문 집은 원래 로저 미첼 감독 소유였다. 그는 영화 성공 후 이 집을 비싼 값에 팔았으며 현재 저곳에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휴 그랜트가 영화 속에서 운영하는 별 볼 일 없는 여행전문 서점. 원래 저곳은 '니콜라스 앤틱'이라는 골동품 가게다. 제작진이 잠시 빌려 간판과 실내장식을 바꾸고 촬영. 영화 성공 후 많은 사람들이 노팅힐에서 저 서점을 찾지만 찾을 수 없는 이유가 골동품점이기 때문.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 속에서도 스타를 연기하는게 싫어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대본을 읽고 대사가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묵은 런던의 리츠 호텔. 외관과 실내, 그가 투숙한 스위트룸 트래팔가 슈트 등 모든 공간을 실제 리츠 호텔에서 찍었다. 런던 특급 호텔인 리츠 호텔은 양복을 입지 않으면 드나들 수 없다.
휴 그랜트는 줄리아 로버츠를 만나러 와서 급한 김에 '경마와 사냥' 잡지 기자라고 둘러댄다. '경마와 사냥'은 실제 잡지이며, 영화가 성공하자 휴 그랜트에게 명예 편집장을 제의했다.
비스듬한 부감샷이 편안함을 준다. 이 영화는 주연 못지않게 빛나는 조연들의 힘이 컸다. 휴 그랜트 친구로 나온 조연들은 하나같이 개성들이 살아 있다. 그만큼 연기들을 잘했다.
남의 정원 담을 넘어 들어가 연정을 키우는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 실제 개인 소유인 이 정원은 개봉 후 숱하게 벤치를 도둑맞았다는 후문. 푸른 잔디밭은 DVD 작업을 하며 초록색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덧입혔다. 영화에서는 잔디가 많이 파여 흙바닥이 보인다.
리처드 커티스는 처음부터 남녀 주인공에 줄리아와 휴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
줄리아가 자신의 험담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 식당은 실제 로버트 드니로가 소유한 'Nobu'라는 런던 초밥집이다.
휴가 떠난 줄리아를 그리워하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은 스크린에 가짜 영화를 CG로 삽입했다.
현관에 서 있는 기모노 차림 여자 사진은 놀랍게도 대한항공 홍보물이다. 로저 미첼 감독이 KAL에서 받은 것을 영화에 활용.
휴의 룸메이트로 나오는 라이스 한스. 휴는 인터뷰에서 그를 가리켜 "네안데르탈인 같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환상적 장면. 휴가 노팅힐의 포토벨로 로드를 천천히 걷는 동안 4계절이 바뀌는 장면이 아주 아름답다. 특히 안정적 카메라 워크가 돋보인다. 눈은 CG로 처리했다.
영화 속에서 줄리아가 사극을 찍는 곳은 런던 켄우드하우스다.
휴의 친구가 개업한 레스토랑은 세트다. 점포 밖 행인들은 원근감 표현을 위해 키가 160cm대 이하인 사람들만 뽑았다.
줄리아의 막판 기자회견장면은 여러 평론가들이 언급했듯 '로마의 휴일'을 연상케 한다.
두 사람의 결혼식이 열리는 곳은 런던 햄프턴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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