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울프팩 2007. 2. 22. 05:57
손재곤 감독의 '달콤, 살벌한 연인'(2006년)은 전형적인 연극형 영화다.
현실성 떨어지는 소재와 정해진 공간 안에 다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은 영락없는 연극이다.

뜻하지 않게 여러 사람을 죽인 여인과 생전 연애 한번 못해본 쑥맥같은 남자가 살인마 여인을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에피소드들이 엎치락 뒤치락 엮이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랐다.
어색하게 꼬일 법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간 손감독의 연출력은 돋보인다.

다만 희한한 소재를 택한 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특히 살인이 벌어지는 과정과 인물들의 관계 설정이 느슨하다.
그나마 이를 메꿔준 것은 배우들의 연기.

주연을 맡은 박용우, 최강희는 '라이어'의 주진모, 공형진처럼 시침 뚝떼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쉬운 것은 기대만큼 별다른 반전이 없다는 점.
소재 자체가 무리수인 만큼 의외의 반전으로 더 이상 무리하지 않겠다는 감독의 계산이 깔려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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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오히려 손재곤 감독의 '달콤, 살벌한 연인'이라는 영화 제목을 여기 갖다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피 튀기는 연애담을 담았다.

사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무조건 달콤할 수 만은 없다.
살다보면 싸우기도 하고 서로 미워하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 작품은 피 튀기는 연애현장을 그대로 담았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연애의 주인공들은 어머니 식당일이나 거들면서 소일하는 날건달이나 다름없는 청년 영운(김승우)과 룸싸롱 나가요 걸 연아(장진영).
영운은 약혼자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아와 4년동안 바람을 피운다.
연아도 영운이 약혼한 사실을 알지만 헤어지지 못한다.

시작부터 잘못된 이들의 만남은 급기야 영운의 결혼 후에도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힘든 사랑은 삶을 괴롭게 만드는 법, 급기야 둘은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인다.

영화는 힘든 연애가 빚은 고달픈 삶을 어찌나 적나라하게 파헤쳤던지, 보는 내내 영운에게 절로 욕을 해대고 연아를 바라보며 연신 혀끝을 차대기 바쁘다.
그만큼 보는 이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 감정이입이 쉽다.

결코 제목처럼 가볍지 않은 이들의 연애 이야기는 종내 가슴을 묵직하게 내리누르며 막을 내린다.
싸구려 같은 인생들의 향연일지라도 그 속을 관통하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교훈을 남기는 작품이다.
어차피 인생의 희노애락은 삶의 질과 상관없이 똑같기 때문이다.

무슨 영화제인지 잊어버렸지만 이 작품으로 장진영이 여우주연상을 받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는데, 작품을 보고 나서 의문이 깨끗이 해소됐다.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장진영의 연기가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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