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

이소룡이 위대한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끝까지 그의 아우라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맹룡과강' '당산대형' '정무문' '사망유희' 등 홍콩에서 촬영한 작품은 물론이고 미국 제작사에서 만든 '용쟁호투'에서도 특유의 괴조음과 비장미 넘치는 무술 영웅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그는 모든 작품에서 팬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았고 한 번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환경이 달라진다고 옷을 갈아입으면 자신의 색깔을 잃고 만다.

특히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일 경우 더욱 추해 보인다.
루이스 레테리어(Louis Leterrier) 감독의 '더 독'(Unleashed, 2005년)은 무술 스타 이연걸(李连杰)을 구겨진 걸레처럼 더 할 수 없이 초라하게 만든 작품이다.

그의 액션은 변함없이 화려하지만 배역이 어울리지 않았다.
이연걸에게서 성격파 배우의 연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로맨스 가이의 달콤한 모습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황비홍'의 현란한 액션을 고대할 뿐이다.

그러나 이연걸과 이 작품은 그런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목에 개목걸이까지 차고 나와 열심히 진지한 연기를 했지만, 말은 줄이고 액션을 늘려 좀 더 이연걸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액션 장면 외 왠지 어눌해 보이는 그의 모습과 늘어지는 이야기는 여러 모로 아쉽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풀 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영상으로 키워도 큰 잡티 없이 선명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LCD 화면으로 보면 색감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최신 작품답게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음량이 너무 커서 평소보다 약간 줄여서 들어야 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눈에 힘을 빼고, 옆에 모건 프리먼이 앉는 것 만으로는 성격파 배우가 될 수 없다.

이연걸은 꽉 다문 입과 눈에 힘이 들어가야 면모가 살아난다.

이연걸의 액션은 실제 신체접촉이 잦다. 즉, 세게 때리지는 않지만 실제로 상대를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