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울프팩 2006. 3. 14. 10:59

작가는 영혼의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을 품어야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 '서편제'처럼 두고두고 파먹을 상처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피기스(Mike Figgis) 감독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1995년)는 작가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존 오브라이언의 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니컬라스 케이지 Nicolas Cage)와 매춘부(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의 아픈 사랑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자기파괴로 이어지는 한 인간의 절망과 허무를 한 편의 시처럼 훌륭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때로는 흔들리며, 때로는 포커스 아웃되는 영상은 마치 보는 이가 술에 찌든 주인공인 것처럼 감정에 젖어들게 만든다.

영상과 더불어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 것은 음악이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스팅(Sting)의 노래와 감독이 직접 작곡한 곡들은 눈을 감고 음악만 들어도 좋을 만큼 뛰어나며 분위기를 잘 살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술에 취한 듯한 영상과 아련한 음악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빼어난 수작이다.
1.7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민망할 정도로 화질이 안 좋다.

잡티와 스크래치가 난무하는 것은 물론이고 윤곽선도 흐릿하고 색까지 바래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것 같다.
돌비디지털 2.0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는 없지만 황홀할 정도로 배경음악의 편안함을 잘 살렸다.

오히려 2 채널이어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부록은 전무하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글은 안 써지고, 아내와 이혼한 주인공의 유일한 벗은 술이다. 하루종일 술에 젖어사는 그는 운전할 때도 술을 마신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알코올 중독 연기는 압권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 LA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의 남우주연상을 모두 싹쓸이했다.
매춘부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슈. 이 작품은 중간중간 다큐멘터리처럼 인터뷰 화면이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화질이 좋았더라면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의 밤풍경이 제대로 살았을 텐데 안타깝다. 주빌리 쇼로 유명한 발리 호텔이 배경에 보인다.
마이크 피기스는 사실감을 위해 35mm가 아닌 슈퍼 16mm 필름을 사용해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줬다.
수영장 물속에서까지 술을 먹는 주인공.
영상과 함께 음악마저 보는 이를 취하게 만든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일부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트럼펫과 건반 연주까지 했다. 원래 피기스 감독은 어릴 때 록밴드와 블루스밴드에서 기타와 트럼펫을 연주했다.
원작자인 존 오브라이언은 영화화를 결정한 지 2주 뒤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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