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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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스패로(블루레이)

울프팩 2018. 9. 19. 00:00

여간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타 하리와 김수임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는 결국 프랑스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남한에서 활동했던 김수임은 자생적 공산주의자에 가까운 간첩이다.

연인이었던 공산주의자 이강국을 사랑한 그는 미 군정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빼돌렸다.

 

김수임 역시 1950년 4월에 체포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당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춤솜씨(마타 하리) 또는 출중한 영어 실력(김수임) 등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을 놓고 보면 여간첩은 곧 색(色)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계라는 것이 과거의 술책일 뿐 현대에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의 영화 '레드 스패로'(Red Sparrow, 2018년)는 미인계를 무기로 삼는 여성 스파이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잘 나가던 발레리나가 다리를 다친 뒤 비밀요원 양성기관에서 훈련을 받고 여간첩으로 거듭난다.

스패로 학교로 알려진 비밀요원 양성기관이 가르치는 것은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이 학교에 들어간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사용하게 된다.

언뜻 보면 만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황당하게도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둔 내용이다.

 

영화의 원작이 된 동명 소설을 쓴 인물은 미 중앙정보부(CIA)에서 33년간 근무한 제이슨 매튜스다.

그는 정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겪고 들었던 이야기들을 CIA의 승인을 받아 적당히 녹여 넣었다.

 

그중의 일부가 바로 스패로 학교다.

매튜스에 따르면 구 소련은 1950, 60년대 젊은 여성들을 뽑아서 성적 기교를 가르치는 스파이 학교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는 그 학교가 카잔시에 있었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미국도 비슷한 학교를 만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언론 보도를 찾아보면 구 소련은 1965년 KGB가 모스크바 인근 클린이라는 곳에 성적 기교를 가르치는 학교를 세워 여간첩을 양성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따라서 이 영화 속 얘기가 모두 허구인 것은 아닌 듯싶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영화는 정적이다.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액션에 초점을 맞춘 첩보물이 아니어서 쫓고 쫓기는 액션보다는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몸을 무기로 삼은 여간첩이 주인공이다 보니 야한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야한 장면보다는 첩보전에 능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작전에 초점을 맞췄다.

별 기대 없이 보면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액션을 기대하면 싱겁고 심심할 수 있다.

 

볼 만한 것은 여주인공을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와 와이드 화면을 잘 살린 영상이다.

제니퍼 로렌스는 대역과 번갈아 나오기는 했지만 발레리나 연기를 직접 하며 과감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연기했다.

 

스산한 러시아의 풍경과 멋진 건물의 내외부를 잘 잡은 영상은 그나마 이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위안이다.

하지만 막판에 예측 가능한 작은 반전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어서 극적 재미를 주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색감을 잘 살렸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에서 총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원작자 설명, 로케이션과 캐스팅, 후반 작업과 삭제 장면, 스파이 세계 묘사 등을 다룬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부록도 모두 HD 영상들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자인 제이슨 매튜스는 원작 소설을 2013년에 처음 출간했으며 총 3부작으로 구성했다. 국내에는 2부까지 출간됐다.

발레 장면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오페라 하우스에서 촬영. 초반 공연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다.

주연을 맡은 제니퍼 로렌스는 하루에 3시간씩 몇 달에 걸쳐 발레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워낙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 이사벨라 보일스턴이 일부 장면의 대역을 했다.

원작 소설은 핀란드의 헬싱키의 그리스의 아테네를 무대로 다뤘으나 영화에서는 부다페스트로 달라졌다.

러시아의 정보부 건물로 나온 곳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촬영.

주인공이 호텔로 찾아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부다페스트의 한 호텔에서 촬영. 객실 내부는 모스크바의 고급 호텔인 메트로폴을 흉내 내 만든 세트에서 찍었다.

줄거리는 원작 소설과 약간 다르다.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성적 무기를 적극 활용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그렇지 않다.

레드 스패로 학교로 나온 건물 외관은 부다페스트 인근에 캐슬 데그라는 곳에서 촬영. 한때 고아원이었던 이 건물은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으나 사람이 별로 찾지 않아 거의 빈 곳이라고 한다.

원작자인 제이슨 매튜스는 1960년대 구 소련이 미인계로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스파이 학교를 카잔시에서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부다페스트와 빈, 런던, 브라티슬라바에서 촬영했다.

원작자인 제이슨 매튜스는 CIA 시절 부다페스트에서 오랜 기간 첩보원으로 활동을 했다.

제이슨 매튜스는 책을 출간하기 전에 영화 판권을 먼저 팔았다.

소설을 보면 주인공 도미니카는 2부에 해당하는 '배반의 궁전'에서 러시아 정보부원으로 계속 활동하며 대위까지 승진한다. 극 중 등장하는 욕조 속 시체는 정교하게 만든 인형이다.

조엘 에저튼이 미국 CIA 요원으로 등장.

2013년에 처음 영화화 계획이 발표됐을 때 초기 내정된 감독은 대런 아로노프스키였다.

그러나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2014년에 연출을 포기하면서 다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루니 마라가 주연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참으로 끔찍했던 고문 장면. 화상 치료용 피부이식 도구를 이용해 산 채로 사람의 피부를 벗겨낸다.

소설에서는 여주인공 도미니카의 삼촌이 아주 나이 많은 인물로 나온다. 감독은 이를 비슷한 나이의 잘 생긴 남자로 바꿨다. 삼촌을 연기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푸틴과 닮아 화제가 됐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레드 스패로 (1Disc 풀슬립 스틸북 한정판) : 블루레이
레드 스패로 (1Disc 렌티큘러 오링케이스 스틸북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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