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이

울프팩 2005. 11. 12. 22:15

한 사람의 평생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다루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기 영화가 어렵다.

테일러 핵포드(Taylor Hackford) 감독은 '레이'(Ray, 2004년)를 통해 지난해 작고한 미국의 대중음악가 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리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굴곡이 많았던 레이 찰스(Raymond Charles Robinson)의 젊은 날에 집중해 인물을 조명하는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캐릭터 묘사에 능한 핵포드 감독답게 '사관과 신사' '백야' 등 그의 전작처럼 복잡다단한 내면을 지닌 주인공 레이를 훌륭하게 표현했다.

핵포드 감독이 그럴 수 있었던 요인은 주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Jamie Foxx)의 공이 크다.
실제 레이 찰스도 감탄할 만큼 젊은 날의 레이를 쌍둥이처럼 연기한 폭스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소 늘어질 수 있는 전반부를 성공적으로 넘긴 것은 폭스의 연기가 절대적이다.
그만큼 폭스의 연기가 빛났다.

줄거리보다 귀에 익숙한 음악과 함께 레이인지 폭스인지 모를 만큼 감쪽같은 폭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빛바랜 사진 같은 갈색톤의 영상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샤프니스가 뛰어나지 않지만 잡티가 없고 이중윤곽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무난하고 편안한 소리를 들려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확장판 구성이다.
DVD는 극장 개봉 시 삭제된 28분의 영상이 추가된 확장판을 담고 있다.

그러나 추가된 영상은 애너모픽 처리가 되지 않아 화면비가 달라지며 화질도 뚝떨어진다.
따라서 본편은 극장판으로 보고 확장판에 해당하는 부분은 2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삭제장면을 따로 보는 게 오히려 더 낫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젊은 날의 레이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 몸짓, 표정, 연주 모습 모든 게 레이를 똑 닮았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훌륭한 연기다.
제이미 폭스는 3세 때부터 피아노를 쳐서 클래식 피아노 장학생으로 대학에 갔다. 덕분에 레이 찰스가 연주하듯 실제 피아노 연주를 훌륭하게 했다. 감독도 이 사실을 모르고 섭외했다가 폭스의 연주를 듣고 깜짝 놀랐다.
레이 찰스가 자신의 인생을 만든 위대한 인물로 꼽은 어머니 아레사. 샤론 워렌이 연기했다.
나무에 병을 매단 것은 악령을 쫓기 위한 흑인들의 미신이다. 촬영은 주로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스언스에서 했다.
레이는 7세 때 장님이 됐다. 레이의 아역 CJ 샌더스는 이 작품에서 연기를 처음 했다. 신인답지 않게 핵포드 감독이 감탄할 만큼 연기를 잘했다.
레이는 희한하게도 여자의 손목과 팔뚝을 더듬어 미인 여부를 판단했다.
레이를 스타로 만든 애틀랜틱레코드의 아메트 사장과 빌보드지 기자 제리 웩슬러(오른쪽). 제리는 인종차별적 흑인음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싫어 처음으로 'R&B'(리듬 앤 블루스)라는 말을 만들었다.
레이와 그를 지켜준 부인 델라(케리 워싱턴). 레이는 외부에서 안경을 거의 벗지 않아 친한 사람 몇몇 외에 그의 눈을 못 봤다.
레이는 3인조 여성 코러스를 처음 사용한 음악가다. 여성 코러스 멤버와 외도를 해 문제가 됐다.
LA 햅번가에 위치한 레이가 실제 살았던 집. 영화 속에 그대로 등장한다.
음악, 마약, 여인들이 레이의 젊은 날 코드다. 레이는 KKK본부가 있던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마약사용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당시 흑인들의 인권 관련 발언이 문제가 돼 보복 체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핵포드 감독은 레이의 어린 시절, 즉 과거는 생생한 컬러로 표현하고 현재는 약간 빛바랜 색감을 사용했다. 레이가 시력을 잃기 전에 화려했던 세상이 시력 상실 후 어두워진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중반 이후 핸드헬드 카메라 사용이 부쩍 늘어난다. 마약 사용으로 흔들리는 레이의 삶을 표현한 것.
1950년대까지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식당이 많았다. 그래서 재즈 뮤지션들이 순회공연을 다니면 식당 역할을 하는 가정에서 밥을 사 먹었다. "영화를 보면 레이와 함께 미국의 변화가 보인다"는 핵포드 감독의 말이 와닿는 장면이다.
핵포드 감독은 영화의 기획부터 완성까지 15년이 걸렸다. 촬영 기간 제작사와 의견이 맞지 않아 2번이나 사표를 내기도 했다. 레이의 삶이 인간 승리였던 만큼 이 작품은 핵포드 감독의 승리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트  (3) 2005.11.27
위대한 모험 펭귄  (2) 2005.11.17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8) 2005.11.08
오! 수정  (0) 2005.10.14
시월애  (4) 200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