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진가신 감독의 '명장'(The Warlords, 2007년)은 무협영화가 아니다.
형태는 무술 영화의 틀을 따랐지만 본질은 전쟁터에서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의리를 다룬 드라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진 감독은 '첨밀밀' '금지옥엽' 등 주로 러브 스토리를 찍었다.
'명장'은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영화다.

진 감독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았기에 초식에 의존한 정통 무술보다는 전쟁터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실전 격투기에 초점을 맞췄다.
액션은 '영웅' '연인' 등에서 현란한 무술 연출을 선보인 유명한 정소동 무술 감독이 맡았기에, 박진감 넘친다.
여기에 '울트라 바이올렛' '황비홍' 등을 촬영한 황악태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 중화권을 대표하는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영웅본색' 시리즈 이후 실로 오랜만에 남자들의 의리를 다룬 영화를 만났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잘 차린 밥상에 간이 제대로 맞지 않은 반찬이 오른 것처럼 영화는 밋밋하다.

그것은 아마도 2% 부족한 진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리라.
액션에 집착한 나머지 진 감독 특유의 감정선을 살리는 작업에도 실패했고, 그렇다고 '연인'이나 '영웅'처럼 눈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추천'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정소동이 살린 살과 뼈가 부딪는 실감나는 무술 연출 덕분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평범하다.
아무래도 블루레이보다 샤프니스가 떨어지다보니 영상이 깔끔하지 않다.

DTS-ES 6.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일단 요란한 음량으로 압도한다.
2번째 디스크에 실린 부록에는 제작과정, 삭제장면, 프로덕션 저널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진가신 감독, 정소동 무술감독,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등 제작진이 화려한 영화다. 그러나 내용은 제작진의 이름값에 못미쳤다.

전란기 황량하고 거친 느낌을 잘 살린 영상은 황악태 촬영 감독 솜씨.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어 난세를 헤쳐가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유덕화는 산적 두목을 연기했다.

이연걸은 전쟁터에서 부하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재기를 노리는 장군 역을 맡았다.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는 두 의형제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을 연기한 금성무.

두 의형제 사이를 오가는 여인을 연기한 서정뢰. '색계'의 탕웨이처럼 평범한듯 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다.

이 작품의 액션은 초식에 의존한 기존 무술영화와 달리 전쟁터의 막싸움 같은 투박함이 특징.

상처, 잘린 수족 등을 표현하기 위해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이 참여했다.

말이 겁먹어 동요하지 않도록 말의 눈을 가리고 무조건 앞으로 달리도록 한 채 기마전을 촬영.

300필의 말, 1,500명 이상의 병사들이 동원된 전쟁 장면. 자욱한 포연은 2~3미터 길이의 비닐관에서 뿜어내는 연기로 만들었다.

황량하고 피폐한 공성전은 1차 세계대전때 참호전을 연상케 한다. 복잡한 참호는 실제로 제작진이 땅을 파서 재현.

이 작품은 와이어나 컴퓨터 그래픽이 전혀 쓰이지 않는 점이 특징. 모두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고, 그만큼 부상이 잦아 기공사가 따라다니며 배우들 치료를 해줬다.

유덕화의 칼 싸움 장면은 마침 촬영장을 찾은 서극 감독 조언대로 배우들이 1분 가량 물구나무를 서서 핏발 선 눈을 만들어 촬영.

이연걸이 환상을 보는 장면과 금성무가 능지처참 당하는 장면 등은 삭제됐다. DVD 부록에는 삭제 장면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