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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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DVD)

울프팩 2014. 5. 26. 09:11

김기덕 감독만큼 영화를 개봉할 때 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국내 감독도 많지 않다.

그의 19번째 작품인 '뫼비우스'(2013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개봉전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세 번이나 등급심의를 해서 논란이 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심의에서 사실상 개봉불가나 마찬가지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결국 김 감독이 3분 가까이 잘라낸 뒤 세 번째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김 감독은 언론인, 평론가 상대의 제한 시사회를 열어서 개봉에 대한 찬반투표를 갖고 30% 이상 반대표가 나오면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제의까지 했다.

그만큼 개봉전부터 논란을 모은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작품관이 뚜렷한 영화다.

 

내용은 어느 가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건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아내가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집을 나간 뒤, 아버지가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특징인 금기시된 성, 잔혹한 폭력 등이 고통스럽게 묘사된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통한 쾌락 추구가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아이러니컬한 요소다.

 

극 중 인물들이 피를 흘리며 열락의 기쁨을 느끼는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다.

김 감독 영화를 보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굳이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이런 표현 외에는 방법이 없었는 지 의아하면서 불편한 대목이다.

 

과거 작품에서는 그러면서도 김 감독 특유의 번뜩이는 표현력과 영상 감각이 돋보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그런 부분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효과음만 살리고 무성영화처럼 대사를 모두 삭제했는데, 의도는 알겠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대사가 없어도 의미 전달이 충분히 될 만한 내용이지만, 대사 유무가 큰 차이를 갖지 못하는 만큼 지나친 고집처럼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작품은 나름 의미가 있다.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김 감독의 의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록 비록 표현이 과격하고 불편하며 전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김 감독만의 메시지를 향해 모든 것을 응축시키는 일관된 에너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계단현상이 보이는 등 화질이 평범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예고편 외에 전혀 없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눈에 보이는 시각적 잔혹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제작, 각본, 연출, 촬영, 편집 등 1인 다역을 했다. 

이은우가 아내와 애인의 1인 2역을 했다. '10억'이라는 영화에서 박희순의 아내 역할로 잠깐 나왔다. 

김기덕의 페르소나인 조재현이 비운의 남편 역으로 등장. 독특한 총기도 김 감독의 디자인으로 보인다. 

'온 몸이 성기'라는 전제하에 성의 쾌락을 다른 방법으로 찾는 장면들은 고통스러울 만큼 보기 불편하다. 

영화가 말하는 뫼비우스는 결국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전이되는 원죄에 가까운 고통이다. 

슬라보에 지젝은 고유 가치를 뛰어넘는 잉여쾌락 때문에 끝없는 욕망을 추구한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다룬 욕망은 지극히 유물론적이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뫼비우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