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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울프팩 2009. 11. 1. 23:47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탐미적인 폭력을 즐긴다.
유희하듯, 때로는 공들여 도자기를 빚듯이 그가 만들어 내는 폭력은 잔혹하면서 미적인 감각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거친 폭력 장면들은 영화를 위한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도 예외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가상의 미군 특공대가 말 그대로 나치 사냥을 하는 얘기다.

야구방망이로 죽을때까지 사람을 두드려패고, 인디언처럼 시체의 머리가죽을 벗겨낸다.
폭력 앞에서는 나치만 사악하고 잔인한 것이 아니다.

전쟁통에 휩쓸린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미군이나 독일군이나 더 할 수 없이 잔혹하고 위악적이다.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폭력의 맨 얼굴을 솔직하게 바라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특징이자 타란티노식 미덕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폭력을 위한 예찬물은 아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귀결점을 향해 정교하게 맞물린 구성 속에 폭력 장면은 장식품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를 패러디한 타이틀로 시작해서 여러 군데 서부극의 오마주들이 발자국처럼 남아 있다.
'킬 빌' '데쓰 프루프'처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뜻.

더불어 언제나 그렇듯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탁월한 선곡 솜씨를 볼 수 있는 음악들도 훌륭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서부극 음악,  데이빗 보위의 'Putting out the Fire' 등 귀에 익은 곡들이 줄줄이 흐른다.

또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마이크 마이어스 등 유명 배우들 사이로 틈틈히 보이는 개성있는 조연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호스텔'의 감독 일라이 로스, 쇼산나를 연기한 멜라니 로랭, 무뚝뚝한 휴고 상사 틸 슈바이거, 얄미운 한스 대령 크리스토퍼 왈츠 등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다.

비록 허황된 가공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 지 모를 만큼 재미있게 볼 만한 오락 영화다.
작품성이나 오락성 모두 인정받을 만한 수작이다.
확실히 쿠엔틴 타란티노는 갈 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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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lourious Basterds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O.S.T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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