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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반지의 제왕3 왕의 귀환(4K 확장판)

울프팩 2021. 3. 5. 00:17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Lord of the Rings-Return of the King, 2003년)은 '반지의 제왕' 3부작 가운데 가장 스펙터클 하다.
무엇보다 인간과 샤우론 군대가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펠렌노르 평원 전투가 볼 만하다.

집채만 한 무마킬 군단과 로한의 기병대, 오크 무리가 일제히 뒤엉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비록 디지털 작업이지만 엄청난 박력을 선사한다.
거대한 미나스 티리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싸움은 스펙터클한 판타지 전투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괴물 코끼리와 벌이는 싸움이 압권이다.
반면 극적 긴장감이나 신비로움은 1편이 가장 앞선 느낌이다.

톨킨(J.R.R. Tolkien)의 원작 소설을 영상으로 풀어낸 묘미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문학이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소설 전편은 물론이고 영화 3부작을 모두 봤지만 큰 감동과 재미는 못 느꼈다.

그렇지만 장대한 소설을 영상 3부작으로 펼쳐낸 감독의 연출력과 위대한 디지털 작업은 두고두고 찬사를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무려 11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며 '벤허' '타이타닉'과 함께 최다 수상 타이기록을 세웠다.

원작자인 톨킨은 장대한 3부작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다뤘다.
특히 3편에서 인간의 왕인 아라곤(비고 모르텐슨 Viggo Mortensen)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고 다시 왕자를 되찾는 과정은 곧 인간성의 회복을 암시한다.

사실 이 작품 속 악당들은 딱히 악역이랄 게 없다.
악마 샤우론이나 우르크하이 등 괴물은 그 존재 자체가 신화 속 악마처럼 가상의 존재일 뿐이다.

오히려 악당이라고 느낄 만한 존재는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이나 곤도르의 섭정처럼 거대한 악의 세력과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배신하거나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간들이다.
특히 절대반지의 노예가 돼서 이중인격으로 분리된 골룸은 인간은 아니지만 가련한 악당이다.

인류는 어려운 시기에 그런 존재들을 숱하게 봤다.
히틀러 치하나 일제강점기 또는 그 이후 군사정권 시절 독재 정권에 협력한 자들이 그런 존재들이다.

이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독재자들에게 협력한 무리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싸움을 축약한 것처럼 보인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시종일관 슬픔과 공포로 가득 찼다가 막판에 희망으로 반전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반지 원정대의 고난에 찬 여정이 곧 슬픔과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인 셈이다.
장대한 이 작품의 끝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희망이어서 다행이고, 그런 점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국내 출시된 4K 박스세트 가운데 3편은 극장판 한 장과 확장판 두 장 등 총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확장판은 극장판보다 50분이 늘어났다.

극장판에서 삭제됐던 사루만의 최후와 아라곤이 유령 군대를 만나는 과정 등을 확장판에서 볼 수 있다.
그 바람에 4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을 지그시 참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디테일이 뛰어나고 색감이 자연스럽고 명암대비가 좋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 역시 훌륭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채널 분리가 확실해 소리를 듣는 재미가 있으며 저음 또한 둔중한 무게감이 잘 살아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1,2편에서 골룸 역을 맡아 모션캡처 영상과 목소리로만 등장했던 앤디 서키스가 골룸이 되기 전 스미골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프로도를 중심으로 한 로맨스랄게 딱히 없다. 오히려 프로도와 샘의 브로맨스가 더 두드러졌다.
사루만의 최후는 극장판에서 삭제됐다. 그게 불편했던지 사루만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는 시사회에 불참했다.
사루만이 머문 아이센가드는 뉴질랜드 북섬 웰링턴 인근 하코트 공원에서 찍었다.
세오덴 왕의 황금궁전이 있던 에도라스는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의 바이킹족 마을을 연상케 한다.
요정들의 은신처였던 리벤델 장면은 뉴질랜드 북섬의 웰링턴 인근 카이토케 공원에서 찍었다.
샤우론에 맞선 자들의 마지막 희망인 도시 미나스 티리스의 전경은 웨타디지털에서 210미터 높이의 도시를 72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미니어처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피터 잭슨 감독은 처음부터 1,2,3편을 한꺼번에 기획해 3억7,000만달러를 들여 4년여간 3부작을 찍었다.
웨타디지털은 최후의 결전인 펠렌노르 싸움 장면을 위해 20만명의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었다.
원래 처음 영화를 제작하려고 한 곳은 할리우드의 미투 사건으로 날아간 하비 와인스타인이 이끌던 미라맥스였다. 그러나 미라맥스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한편짜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이를 거절하면서 판권이 뉴라인시네마로 넘어갔다.
아라곤이 유령 군대를 찾아갔을때 해골더미가 쏟아지는 장면 등은 극장에서 삭제됐으나 확장판에 들어갔다. 유령 도시 장면은 뉴질랜드 남섬 퀸즈타운 인근 디어파크 하이츠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피터 잭슨 감독은 샤우론 편에 가담한 해적 선단의 선원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거미를 싫어한 피터 잭슨 감독은 어려서 지하실에서 본 거미의 기억을 되살려 괴물 거리 쉴롭을 만들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공포심을 유발한 존재는 샤우론보다 나즈굴이다. 1편에서 처음 말을 타고 나타난 나즈굴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호빗이 올리펀트라고 부른 8층 건물 높이의 괴물 코끼리가 펠렌노르 전투에 등장.
샤우론의 근거지인 모르도르와 화산이 보이는 장면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2,797미터 높이의 루아페후산에서 찍었다.
뉴라인시네마는 피터 잭슨 감독과 계약하면서 각 편당 2시간 20분을 넘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잭슨 감독은 이를 무시하고 극장판을 3시간 분량으로 찍었다.
골룸을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기르던 고양이의 소리를 참고해 목소리를 만들었다.
골룸이 나오는 장면은 피터 잭슨 감독의 부인 프랜시스 월시가 연출했다. 그는 각본도 공동 각색했다.
피터 잭슨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절대 반지가 파괴된 뒤 벌어지는 샤이어 전투를 반지의 운명과 관계가 없다고 보고 생략해 원작 팬들에게 원성을 샀다.
제작진은 뉴질랜드 북섬 해밀턴시 외곽 마타마타 평원에 위치한 150만평 규모의 목장을 이용해 호빗마을을 만들었다.
악을 물리쳤지만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프로도를 연기한 일라이저 우드는 이 작품 촬영을 18세에 시작해 22세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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