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택한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 2008년)는 한 판의 전자오락같은 액션극이다.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시간을 전후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을 각각의 인물의 관점에서 그린 이야기.
당연히 영화는 범인을 색출해 일망타진하는 내용으로 흐른다.
등장인물마다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퍼즐 조각처럼 이어붙여서 한 편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시도는 신선하다.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는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개연성을 찾아서 연결한 점은 돋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너무 사건에만 응축돼 있어서 상당히 무미건조하다.
마치 한 편의 수사극 가운데 액션 부분만 떼어낸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버튼만 누르면 진행되는 전자오락처럼 오로지 범인 잡는데만 골몰하게 된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의 추세가 그런 것 같다.
'킹덤'도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이 영화 또한 앞뒤 배경없이 오로지 사건에만 매달린다.
또 현실성도 떨어진다.
과연 미국 대통령 암살이 저렇게 간단한 일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사건의 전개와 추격 등 액션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면 차라리 미국 대통령보다는 기업인이나 다른 존재를 선택하는게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영시간 90분 동안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지루할 틈은 없지만 보고 나면 남는 것은 없다.
시고니 위버, 포레스트 휘트테이커 등 쟁쟁한 배우들도 파편처럼 쪼개진 이야기 속에 자신의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없이 눈으로 쫓아가며 즐기기에 좋은 영화다.
감독은 '헨리 8세'를 만든 피트 트레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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