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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베를린 (블루레이)

울프팩 2018. 3. 30. 17:07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2년)은 새삼 분단국가라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념 때문에 갈린 남과 북의 정보요원들이 한반도도 아닌 머나먼 이국땅인 독일 베를린에서 맞부딪치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얘기다.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을 택했을까.

베를린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 동백림 사건이라는 역사점 오점을 안고 있는 장소다.

 

동백림 사건은 박정희 정권 시절이던 1967년 중앙정보부가 독일에서 유학중인 학자나 예술인들이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간첩 교육을 받은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잡아들인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은 베를린까지 가서 작곡가 윤이상 등을 강제로 잡아다 고문하고 사건을 조작해 몇 명에게 사형까지 선고하며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결국 최종심에서 무리한 수사가 인정돼 간첩죄가 적용하지 않았고 독일과 외교적 마찰까지 빚은 끝에 관련자들이 모두 석방됐다.
그만큼 베를린은 독일이 동서로 분단된 냉전 시대를 상징하는 도시이면서 덩달아 남과 북의 이념이 첨예하게 맞부딪혔던 아픔과 비극이 상처로 남아있는 공간이다.

 

동백림 사건이 발생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념의 덫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베를린이라는 장소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며 영화와 잘 어울린다.

 

문제는 이런 역사성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베를린이 갖는 정치적 역사적 함의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 세대와 공간적 시간적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런 한계 때문에 영화는 액션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런데 영화가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액션이 개봉 당시 인기를 끌었던 '본' 시리즈와 닮았다는 논란을 낳았다.

 

북한과 남한 요원들, 아랍계 테러범들에게 쫓기는 하정우가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격투 끝에 달아나는 장면은 본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총을 거꾸로 잡고 휘두르는 격렬한 육박전은 건 카터로 대표되는 '이퀼리브리엄', 좁은 공간에서 관절을 꺾고 비틀며 투박한 액션을 주고받는 장면은 007 최근작과 '미션 임파서블' 근작들의 액션을 떠올리게 한다.

 

어찌 보면 액션의 경향이고 흐름일 수 있지만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드넓은 갈대밭 격투 장면은 테렌스 영 감독의 '레드 썬'과도 닮았다.

 

정작 류 감독은 '여명의 눈동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레드 썬'이 떠올랐다.

갈대밭뿐 아니라 많은 부분을 베를린과 라트비아에서 현지 촬영한 덕분에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다만 좀 더 베를린의 이국적인 풍경을 더 자세히 다뤘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 그러지 못한 이유는 예산 문제가 컸으리라고 본다.

 

내용은 무난하지만 북한의 마카오 비밀계좌 추적 등을 끌어다 붙인 것은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으로 스파이 액션을 지향하면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설정 등 플롯이 정치하지 못하다 보니 이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킬링 타임 무비 역할은 충분히 한다.

할리우드 액션 같은 적당한 볼거리와 한석규 하정우 전지현 이경영 류승범 등 묵직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있기 때문이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모노크롬톤의 색감을 잘 살렸다.

 

폭발 장면처럼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부분의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클로즈업의 디테일은 좋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총격 장면 등에서 효과적인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다양한 부록이 들어 있다.

우선 류승완 감독과 하정우, 최영한 촬영감독, 한재덕 PD의 음성해설, 류승완 감독과 '아저씨'를 만든 이정범 감독의 해설 등 2가지 음성해설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삭제 장면, 로케이션, 액션 연출, 제작과정, 음향효과 등에 대한 설명이 포함됐다.

해당 부록들은 HD 영상과 SD 영상을 섞어서 만들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북측 특수요원을 연기한 하정우.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로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유대인 추모관을 둘러보던 중 영감을 얻어 냉전시대 스파이물 같은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무기밀매 장면은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위치한 고급 호텔에서 촬영.

남측 정보기관 요원을 연기한 한석규가 건물 지붕을 건너뛰며 하정우를 추격하는 장면은 베를린의 웨스틴 그랜드 호텔에서 찍었다.

주독일 북한대사를 연기한 이경영.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수많은 스파이들이 암약하던 공간이다.

제작진은 베를린 외에 헝가리 체코 등을 촬영지로 알아봤으나 예산이 맞지 않아 가장 저렴한 라트비아를 택했다. 기차 외관은 항공 촬영했고 내부 장면은 라트비아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북한 대사를 연기한 이경영이 북한 특수공작원 역의 류승범을 만나는 장면은 베를린의 오펜바움 브릿지에서 촬영.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는 여성으로 나온 전지현. 제작진은 베를린 물가가 너무 비싸서 랜드마크 위주로 촬영을 했다.

베를린의 대표적 명소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북한과 남한 요원들 사이의 추격전을 찍었다.

하정우가 탈출 과정에서 유리 지붕을 뚫고 떨어지는 장면은 안성 DIMA 세트장에서 촬영. 제작진이 13미터 높이의 세트를 만들었다. 여기서 와이어에 매달린 스턴트맨이 하정우를 대신해 연기했으나 와이어를 놓치는 바람에 떨어져 기절했다고 한다.

류 감독은 극 중 동전 USB가 나오는 장면을 톰 롭 스미스의 추리소설 '차일드 44'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동전 속에 마이크로필름을 집어넣는 대목이 나온다. 

라트비아는 빈 건물이 많아서 촬영을 위해 쉽게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류 감독은 베를린의 유대인 학살 추모관에서도 촬영하고 싶었으나 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유대인 추모관은 모든 영화 촬영이 금지된 장소라고 한다.

촬영은 최영환 촬영감독이 담당. 그는 류 감독의 '다찌마와 리', '범죄의 재구성' '타짜' '오로라공주' '베테랑' '도둑들' 등을 찍었다.

베를린 대성당 앞에서도 촬영.

액션 지도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담당. 그는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북한군 특공무술인 격술을 활용했다.

류승범이 악역으로 등장.

류 감독은 막판 갈대밭 장면 등이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베를린(일반판)2 DISC
베를린 : 블루레이 (2Disc)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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