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두의 권 (무삭제판)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말, 동생이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가져왔다.
소위 'B'자로 불리던 불법복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말 자막이 없어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들으면서도 충격적인 내용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작품이 바로 아시다 토요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북두의 권-세기말구세주전설'(1986년)이었다.

브론슨이 글을 쓰고 하라 테츠오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아주 잔혹하다.
주인공 켄시로가 구사하는 무술은 인체의 내장을 파괴하는 북두신권이어서 두들겨맞은 악당들은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폭발하거나 관절마다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죽어간다.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저렇게 잔혹한 묘사를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워낙 이미지가 강렬해 끝까지 보게 된다.
수십 권이 넘는 원작 만화에 비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상영시간이 2시간이 채 안되기 때문에 아쉽지만 근육을 과장해서 그린 그림체를 그대로 재현해 원작의 맛을 잘 살렸다.

무삭제로 국내 정식 출시된 DVD는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한다.

그러나 화질은 비디오테이프 수준이다.
색도 번지고 샤프니스도 많이 부족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파워 DVD 캡처샷>

인류가 핵전쟁으로 괴멸 상태에 빠진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고층 건물에 배가 꽂혀 있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혹성탈출'의 자유의 여신상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다.

주인공 켄시로는 오직 한 명만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북두신권을 전수받는다. 북두신권은 인체의 연결점인 비공을 찔러 내장을 모두 파괴하는 암살기의 일종이다.

반면 레이가 사용하는 남두성권은 인체 외부를 공격한다. 특히 레이의 남두수조권은 손으로 대기를 갈라서 진공의 칼을 만들어 인체를 종이조각 자르듯 절단한다.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린 '히트'의 스토리를 쓰기도 한 브론손의 작품들은 대체로 잔혹하다. 이 애니메이션 역시 온통 피가 철철 흘러넘쳐서 80년대 당시에는 도저히 국내 상륙이 불가능한 작품이었다.

근육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여러 번의 덧칠로 선을 강조하는 하라 테츠오의 그림은 지나치게 만화적이다. 그래서 그림을 못그린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다. 현재 그는 희귀한 눈병에 걸려서 한쪽 눈은 실명한 상태이며 남은 한쪽마저 시력이 점점 ?옛沮側 있단다.

수십권이 넘어가는 원작 만화는 80년대에 여러번 해적판으로 소개되면서 주인공 켄시로의 이름이 라이거, 타이거 등으로 둔갑했다. 정식판은 90년대 들어 국내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