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빅 피쉬

울프팩 2004. 8. 17. 02:01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빅 피쉬'(Big Fish, 2003년)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다니엘 월라스의 단편집을 원작 삼아 이 영화를 구상했다.

이 작품은 '가위손' '크리스마스의 악몽' '슬리피 할로우' 등 그의 판타지물과 많이 다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매개로 영화를 만들어서 궁극적으로 가족의 화합,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를 강조한다.

그는 DVD 음성해설을 통해 "정신과 의사도 이만큼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기 힘들 것"이라며 이 작품이 결국 아버지에게 못다 한 말을 고백한 송가였음을 밝혔다.
커다란 물고기, 집채만 한 거인, 유령 마을 등 덧칠해진 판타지 요소들은 결국 데코레이션일 뿐.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낭만적이 된다. 이게 기억의 본성이다"라는 그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이해가 없다면 이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반면 아버지에 대한 그의 기억을 관객이 공유하며 공감하기에 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그를 이해하든 못하든 팬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슬리피 할로우'나 '크리스마스의 악몽'만큼 가슴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의 화질은 우수하다.

무엇보다 형형색색 색상이 잘 살아 있으며 흔한 잡티 하나 없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괜찮은 편.

전쟁영화처럼 요란하지 않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있다.
한정판은 팀 버튼이 직접 그린 드로잉 북 북클릿과 필름 컷이 들어 있어 소장가치가 높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런 장면 때문에 팀 버튼 감독은 몽상가 소리를 듣는다.
나무 위에 걸린 자동차. CG를 싫어하는 팀 버튼은 실제로 자동차를 나무 위에 올렸다.
이 영화는 팀 버튼 작품 가운데 가장 화사하다. 제작진은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집 앞을 온통 꽃밭으로 바꿔놓은 장면을 찍기 위해 실제로 꽃을 심었다.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을 현실로 옮긴 장면. 주인공(이완 맥그리거)이 허공에 떠 있는 팝콘을 손으로 치우며 걸어가고 있다.
대학 교수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원작자 다니엘 월라스.
중국어를 사용하는 북한군이 등장하는 어설픈 장면. 뒤에 인공기도 보이고 문서에 한글이 적혀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중국어를 쓴다. 팀 버튼이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관객을 무시하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명품 라디오 '티볼리'가 보인다. 정말 부드럽고 중후한 소리를 들려주는 물건이다.
팀 버튼이 보안카메라 앵글이라고 부른 장면. 은행에 설치된 보안카메라가 내려다본 듯한 각도로 촬영했다.
1976년판 '킹콩'의 히로인 제시카 랭을 오랜만에 본다.
거인 '칼'로 등장하는 2.5m의 매튜 맥그로리. 영화 속에서 카메라 조작으로 3.6미터의 거인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발이 큰 사람으로 기네스 북에 오른 인물.
결국 '빅 피쉬'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팀 버튼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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