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빅 히어로 (블루레이)

울프팩 2015. 5. 10. 19:37

일본의 마징가Z와 여기 영향을 받은 로보트 태권V로 대표되는 1970년대 흑백TV와 극장에서 만난 로봇물들은 특징이 있었다.

높은 건물만한 로봇 몸체 안에 사람이 비행체를 타고 결합해 조종하고, 거대한 주먹을 미사일처럼 발사해 적을 쓰러 트렸다.

 

한마디로 사람이 조종대로 움직이는 기계에 가깝다.

하지만 1990년대 등장한 '자이언트 로보'나 '아이언 자이언트' 등 일본과 미국 로봇물들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화려한 기능은 없지만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정해진 원칙에 따라 움직이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기계라기 보다 친구에 가까운 개념이다.

 

월트디즈니가 마블과 손잡고 내놓은 '빅 히어로'(Big Hero 6, 2014년)는 작품의 배경이 된 동,서양의 만남 못지 않게 1970년대와 90년대 로봇물이 뒤섞인 느낌이다.

아픈 사람을 찾아가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주는 귀여운 치유 로봇이 1990년대 로봇물의 성격을 띠었다면, 무장을 하고 하늘을 날며 주먹을 발사하는 전투로봇은 1970년대 로봇물을 연상케 한다.

 

어찌보면 이런 설정은 마징가Z와 아이언 자이언트가 섞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설정은 제작진 구성과 무관치 않다.

 

마블코믹스 원작에서 제목과 캐릭터만 가져 왔을 뿐 이야기는 공동감독인 돈 홀과 크리스 윌리엄스가 만들었다.

이들은 제작을 위해 도쿄를 방문해 현장 스케치를 하며 작품 속 배경이 된 가상 도시에 도쿄와 샌프란시스코의 이미지를 섞었다.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와 도쿄가 섞인 공간에서 가라테를 하는 로봇이 악당과 맞붙는다.

그림 뿐만 아니라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월트디즈니의 한국인 직원인 김시윤이 수석캐릭터 디자이너를 맡았고,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는 한국인 최초의 수석 애니메이터가 된 김상진이 담당했다.

이들의 손 끝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로 설정된 '고고'가 탄생했다.

 

이 같은 결합은 디즈니와 마블의 결함만큼이나 이질적이면서 색다른 재미를 준다.

내용은 디즈니 특유의 가족애를 주장하는 단선적인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정감가는 캐릭터와 세밀한 그림이 이 같은 단조로움을 메꿔준다.

 

특히 위성지도를 활용해 재현한 가상 도시의 모습은 실제 풍광처럼 아주 정교하다.

여기에 빛의 반사를 정확히 표현해주는 기술인 하이페리온으로 실사같은 그림을 만들어 냈다.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에 정감가는 캐릭터와 정교한 그림의 만남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또다른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대, 디즈니 외부와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실험이 흥행을 통해 가시적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뛰어난 화질을 자랑한다.

가상 도시의 세밀한 풍경이 뛰어난 디테일로 재현됐고, 색감 또한 우수하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도가 좋아서 소리의 방향감과 이동성이 확실하게 살아난다.

우리말 더빙도 들어 있다.

 

부록은 반려견 이야기를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과정, 캐릭터 설명, 삭제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C에서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정감가는 치료로봇 베이맥스는 제작진이 카네기멜론대학을 방문했다가 의료 목적으로 개발한 비닐재질의 로봇팔 등 소프트로봇을 보고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가상 도시는 미 지질연구소 지도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지형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대로 재현하고, 그 위에 도쿄의 풍경을 혼합해 만들었다. 

스탠 리가 그림 속 인물이라는 희한한 방식으로 카메올  출연했다. 맨 왼쪽 그림 속에 서 있는 인물이 스탠 리다. 

디즈니가 마블을 사들이면서 원작인 마블 코믹을 토대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원작 만화에서는 주인공 소년의 아버지가 치료 로못인 베이맥스를 만드는 설정이지만 이를 애니에서는 형이 만드는 것으로 바꿨다. 다니엘 헤니가 형 테디 목소리를 맡았다. 

발사되는 주먹은 마징가Z를 연상케 한다. 베이맥스의 얼굴은 제작진이 도쿄 신사에서 본 목탁을 보고 흉내냈다. 목탁을 모르는 감독은 음성해설에서 이를 "특이한 모양의 종"이라고 표현했다. 

디즈니는 반사되는 빛을 그대로 재현한 하이페리온 기술을 개발해 실제 같은 조명효과를 만들어 냈다. 

'씬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행오버2'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이 날쌘돌이 고고의 목소리를 맡았다. 고고 캐릭터는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들을 모델로 만든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다. 애니메이터 김상진씨는 배두나를 모델로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은 디즈니와 마블이 처음 손 잡고 만든 작품이다. 원제는 빅 히어로 6다. 

평소 베이맥스의 걸음걸이는 아기 펭귄과 기저귀를 찬 아기 걸음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 작품은 제 87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 애니 작품상을 받았다. 

마치 '천지창조'나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을 보는 듯하다. 폴아웃보이가 부른 주제가 'Immortals'도 좋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빅히어로
감독: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더빙: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제이미 정 외
빅히어로 2D : 블루레이
감독: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더빙: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콧 애짓, 제이미 정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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