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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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르 아즈나부르 'Isabelle'

울프팩 2004. 9. 13. 00:56

1980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영화잡지를 뒤적이다가 프랑스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가 1965년 발표한 '이자벨'이라는 노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다는 루머 비슷한 얘기였는데, 그 바람에 국내에서도 금지곡이 됐다는 글이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동네 음반점으로 달려갔다.
당시 음반점들은 돈 받고 LP에 들어있는 노래들을 이것저것 테이프에 복사해 줬다.

'이자벨'을 찾았더니 주인아저씨는 백판을 한 장 들고 와 녹음해줬다.
금지곡이니 백판 외에 들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노래일까, 기대 반 호기심반으로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노래를 들었다.
약 3분여 노래가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 노래를 듣고 사람이 죽었다는 얘기를 들어 긴장했는데, 흐느끼듯 이어지는 아즈나부르의 신음소리 같은 후렴구는 머리끝이 쭈뼛서게 만들었다.

그 뒤로 이 테이프는 꽤 오래 처박혀 있어야 했다.
그러다 다시 듣게 된 것은 대학 시절이었다.

테이프를 정리하던 중 우연히 다시 들었는데, 사랑이니 실연이니 하는 단어에 가슴이 아련하던 나이 탓인지 그때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그 목소리에 빠져서 아즈나부르의 CD를 10여 년 동안 열심히 찾았는데 최근까지 국내에서 이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영국을 다녀온 집사람에게 부탁해 이 노래가 들어있는 CD를 구했다.
중학교 때 백판을 녹음해 들은 뒤로 20년이 넘어서야 그의 음반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아즈나부르의 목소리와 이 노래가 아주 서럽게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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