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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샤이닝(4K 블루레이)

울프팩 2019. 10. 21. 00:01

오래도록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샤이닝'(The Shining, 1980년)은 2004년에 DVD로 나왔다.
언론에서는 금단의 벽이 무너졌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등위에서 펄쩍 뛸만큼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될 수 없었던 이유는 존속살인 때문이다.
아버지가 미쳐서 가족을 죽인다는 내용이 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샤이닝'은 심리 공포의 걸작이다.

무엇보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의 광기어린 연기가 압권이며 이를 절제된 연출로 소화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솜씨 또한 높이 살만하다.

 

내용은 겨울이면 폭설로 폐쇄되는 유명한 호텔을 돌봐주는 일을 작가(잭 니콜슨) 가족이 맡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몇 달 동안 고립된 산속에서 아내(셜리 듀발 Shelley Duvall)와 아들과 함께 단 세 식구가 사는 작가는 서서히 알 수 없는 기운에 짓눌려 미쳐간다.

 

영화가 친절한 편은 아니다.

도대체 그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작가 일행이 알 수 없는 기운에 짓눌려가는지, 막판 호텔에 걸린 사진과 작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상상력을 자극해 공포심을 배가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무차별한 살인마나 괴물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심리만으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걸작이다.

 

특히 독보적인 영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당시 막 개발된 스테디 캠을 적극 활용해 등장인물 뒤에서 쫓아가며 마치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영상을 창출했다.

 

아이의 등 뒤에서 바닥 높이로 바짝 붙어 따라가는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다음 복도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공포감을 형성한다.

큐브릭은 이 작품으로 현장감 넘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스테디 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으며 훗날 많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환한 조명은 폐쇄적인 겨울의 공포 분위기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서큘러 컨트롤러라는 독특한 악기까지 개발해 만들어낸 으스스한 음악 역시 톡톡히 한 몫 했다.

 

혼신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처럼 스탠리 큐브릭의 치밀한 연출과 구성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크게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스탠리 큐브릭이 얼마나 뛰어난 감독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 출시된 DVD 타이틀은 감독의 원래 의도를 살려 4 대 3 화면비로 출시됐다.

그러나 최근 국내 출시된 4K 블루레이 타이틀은 극장 개봉판처럼 1.85 대 1 화면비로 나왔다.

 

본편은 무삭제판 DVD와 동일하게 143분으로 출시돼 119분으로 나왔던 일반 블루레이보다 늘어났다.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블루레이의 화질은 좋은 편이다.

블루레이보다 디테일이 우수하고 윤곽선이 깔끔하며 색감도 선명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공포감을 조장하는 소리가 사방 채널에서 쏟아진다.

 

부록으로 스테디캠 발명가인 개럿 브라운과 큐브릭의 전기 작가 존 박스터의 해설, 제작과정, 비주얼 설명, 촬영 및 음악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큐브릭은 언제나 그렇듯 광활한 배경을 보여주며 영화를 시작한다. 눈쌓인 산봉우리가 보이는 도입부는 더할 수 없이 평화롭다. 초현실적 이미지로 가득한 이 작품은 '시계태엽 오렌지'의 영향을 받았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호텔 외관은 오리건주 팀버라인 롯지에서 촬영.
샤이닝은 일종의 예지와 텔레파시 같은 초능력이다. 큐브릭은 오랫동안 음침한 이미지의 고딕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다.
큐브릭 감독은 움직이는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스테디 캠을 개발한 개럿 브라운을 영입해 촬영했다.
호텔 내부 세트는 영국 스튜디오에 만들었다. 큐브릭은 사람들을 각지로 보내 호텔 방 사진 수천 장을 찍어오게 한 뒤 이를 보고 각기 다르게 방을 꾸몄다.
2.5미터였던 미로 울타리는 9.8 와이드렌즈를 사용해 3.5미터 정도로 커보인다.
미로를 내려다 본 장면은 모형으로 만든 미로를 위에서 찍은 뒤 사람이 걸어가는 장면을 따로 찍어 겹쳤다.
엄청난 눈더미는 모두 소금과 스티로폼이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한 여름에 찍느라 에어콘도 없는곳에서 무척 고생했다는 후문.
큐브릭은 원래 대스타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잭 니콜슨을 구상중인 작품 '나폴레옹'에 기용할 생각이어서 이 작품에 출연시켰다.
큐브릭 감독은 스티븐 크레인의 소설 '블루 호텔'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큐브릭 감독은 커다란 창문 바깥에 70만와트 조명을 설치해 흰 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했다.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 연출을 의뢰받은 뒤 다이앤 존슨의 소설 '새도우 노우즈'를 읽고 작가 존슨에게 스티븐 킹의 원작 각색을 맡겼다.
큐브릭의 탁월한 영상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 큐브릭은 이 장면을 찍으려고 바닥에 누워 잭 니콜슨을 올려다보며 촬영했다.
큐브릭 감독은 같은 장면을 수십번 찍으며 배우들을 몰아 붙였다. 그러면 배우가 매번 다른 연기를 하다가 지쳐 나중에 기괴한 표정과 동작 등을 하게 된다. 잭 니콜슨의 표정은 27,28회차 촬영때 나왔다.
큐브릭 감독은 셜리 듀발에게서 필요한 히스테리를 끌어내기 위해 가혹할 정도로 극한까지 몰아 붙였다.
스티븐 킹의 원작은 인디언 묘지 위에 지은 호텔에 유령이 출몰하는 내용이다. 큐브릭 감독은 이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큐브릭 감독은 청색 색조를 높이고 적색과 황색을 죽여 추워보이게 만들었다. 또 안개의 산란효과를 이용해 안개가 퍼지며 찬기가 감돌도록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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