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손님

울프팩 2015. 7. 11. 11:37

김광태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손님'(2015년)은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우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를 모태로 했다.

6.25 전쟁 직후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악사(류승룡)가 산골 외딴 마을에서 겪게 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이야기가 어찌 흐를 지 뻔히 짐작이 간다.

마을을 습격한 쥐떼와 악사가 나서서 이들을 퇴치한 뒤 전개되는 내용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로 승부를 걸려면 결국 남는 것은 볼거리 뿐이다.

그래서 김감독은 간간히 집어 넣은 유머 코드와 영화 '이끼'를 연상케 하는 괴이한 분위기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어설픈 유머는 그다지 파괴적이지 않고 괴이한 분위기는 '이끼'와 너무 닮았다.

마을을 지배하는 위압적인 촌장과 그에 동조하는 주민들, 사실상 밀실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폐쇄된 마을 분위기가 그렇다.

 

더불어 김 감독은 이 작은 이야기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제목이 얘기하는 손님은 우리에게 익숙치 않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의미하면서도 쥐를 통해 퍼진 페스트, 역병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자체가 역병에 대한 공포를 우화로 표현한 만큼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니 제목의 중의성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기에 광복 후 지금까지 역사의 질곡으로 끊임없이 민족을 옥죄어 온 빨갱이에 대한 두려움, 즉 위정자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적절하게 활용해 온 반공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원한과 복수의 고리의 된 계약의 불이행은 곧 우리 사회에 퍼진 불신을 꼬집었다.

"셈을 치른다"는 말이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어쩌면 더 공포스럽다.

 

끝으로 촌장의 정체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광복 이전까지 역사를 짚은 부분은 너무 많이 나아간게 아닌 가 싶다.

그렇다 보니 반찬을 잔뜩 차려 놓았는데 왠지 양식과 한식이 마구 뒤섞인 조화되지 않은 밥상을 받은 느낌이다.

 

더불어 선무당과 악사의 로맨스 등 일부 장면은 이야기를 너무 늘어지게 만든다.

그나마 악사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낸 류승룡의 연기가 돋보였다.

 

상대적으로 기대했던 천우희는 '한공주'만큼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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