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슈퍼 사이즈 미

울프팩 2004. 11. 13. 08:45

한 달 동안 하루 세끼 식사를 햄버거로만 때우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체중이 11kg 불어나고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수치가 과도하게 올라간다.

모건 스펄록(Morgan Spurlock) 감독은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를 통해 이를 몸소 실험했다.
제목의 슈퍼 사이즈는 맥도널드의 대형 세트 메뉴 이름.

그는 의사들과 상담을 통해 사전 건강검진을 마친 후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한 달 후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눈앞이 노랗고 움직일 때 힘들다"는 말로 표현했지만 의사는 "죽을 수도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한다.
작품 속에 드러난 스펄록의 한 달은 의사의 경고가 수긍이 갈 만큼 끔찍하다.

커다란 '슈퍼 사이즈' 햄버거 세트를 먹다가 지쳐서 게우는 모습과 뱃살이 늘어지며 눈에 띄게 변하는 체형을 보면 의사의 경고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햄버거를 비롯한 패스트푸드에 대한 스펄록의 도전이다.

그의 도전은 치밀하다.
단순한 자가 실험뿐 아니라 배스킨라빈스 창업주의 아들 존 로빈스, 음식업계를 대표한 미국 식음료협회 이사와 가진 인터뷰를 수록해 객관성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중 존 로빈스의 인터뷰는 충격적이다.
현재 그는 배스킨라빈스의 상속권을 모두 포기하고 숲 속에 오두막을 지은채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와 삼촌이 성인병으로 비참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
그가 저술한 '음식혁명'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그러나 TV 보도 프로그램만큼 객관적이지는 않다.
일례로, 작품 속에 출연한 돈 고스크는 하루에 몇 개씩 햄버거를 먹지만 비만과 거리가 먼 마른 체형이다.

그는 엔딩 크레디트에 잠깐 나와 "감자튀김을 전혀 먹지 않는다"는 말로 마른 체형을 설명한다.
이런 점을 보면 "과연 햄버거가 비만의 주범일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보다 재미있다.
이유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음식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암전 효과도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이 작품 상영 이후 미국에서는 맥도널드사가 슈퍼 사이즈 메뉴를 폐지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생활이 곧 정치라는 명제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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