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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스탈린그라드 (블루레이)

울프팩 2014. 7. 2. 21:20

어떻게 표현해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는 소재가 있다.

제 2 차 세계대전 때 독·소 격전지였던 스탈린그라드가 그런 소재다.

 

모든 전쟁이 비극일 수 밖에 없지만, 스탈린그라드는 특히 군인, 민간인 가리지 않고 유례없이 많은 사상자를 내서 더 비극적이다.

히틀러는 제 2 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뒤 1941년 6월 불가침조약을 맺은 당시 소련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비운의 전장 스탈린그라드

 

초반에는 나치 독일이 승승장구했으나 첫 번째 겨울을 맞으면서 끔찍한 동장군과 진흙탕에 갇혀 예봉이 꺾었다.

이에 히틀러는 소련의 에너지원인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노리고 병력을 집중했다.

 

폰 클라이스트 대장이 이끄는 독일 제 1 기갑군은 장기인 전격전을 발휘해 파죽지세로 치고 나가 마이코프 유전지대를 점령했다.

여기서 오만해진 히틀러는 병력을 두 개로 쪼개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일부는 카프카스 유전을 공격하고, 프리드리히 폰 파울루스 대장이 이끄는 제 6 군은 북부의 스탈린그라드로 향했다.

일부 장성들은 병력을 나누는 것을 반대했지만 히틀러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히틀러가 스탈린그라드에 고집한 이유는 산업 중심지라는 이유도 있지만, 스탈린의 이름을 딴 도시여서 꼭 뭉개버리고 싶다는 증오와 자존심이 컸다.

하지만 소련군의 지독한 저항에 부딪친 독일군은 좀처럼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지 못했고, 이 바람에 히틀러는 예비대와 함께 남부의 병력을 뽑아서 스탈린그라드로 보냈다.

 

그 바람에 남부 공략에 나선 병력도 약화돼 모든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전형적인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모두 놓친 꼴이다.

 

이후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라는 거대한 늪에 빠졌다.

소련군은 폐허가 된 도시에서 집요한 시가전으로 독일군을 괴롭혔고 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 독일 제 6군은 1943년 2월에 항복했다.

 

독일군은 항복하기 전에 스탈린그라드에서 빠져 나올 기회가 있었으나 히틀러가 자존심 때문에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항복하지 못하도록 파울루스 대장을 원수로 승진시켰으나 소용없었다.

 

스탈린그라드에 33만명의 병력을 투입한 독일군은 이곳에서 22만명이 전사하고 9만여명이 항복해 포로가 됐다.

반면 소련군은 47만명이 사망했고 65만명이 전사해 무려 11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민간인도 무려 4만여명이 죽었다.

결국 독일은 스탈린그라드 패배로 급격하게 몰락했다.

 

그만큼 스탈린그라드는 제 2 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전역이었다.

스탈린그라드 전역에서도 붉은 10월 제철공장, 트랙터공장 등의 전투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전투가 바로 파블로프의 집 전투다.

 

스탈린그라드의 명물, 파블로프의 집

 

파블로프라면 개를 이용한 조건 반사 실험으로 유명한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를 떠올리지만, 구 소련에서 그보다 더 유명한 인물이 바로 야코프 파블로프 하사다.

소련군 제 13 친위사단 소속이었던 그는 독일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아파트에서 전사한 소대장 대신 24명의 병사들을 데리고 1942년 9월23일부터 11월25일까지 58일간 탱크를 앞세운 독일군에 맞서 싸웠다.

 

당시 스탈린그라드는 식수 부족이 심각했는데, 이 마을 지하에 숨어 살던 주민들이 식수를 전달하며 파블로프의 병사들을 도왔다.

독일군들은 파블로프를 비롯한 25명이 지키는 이 건물 앞에서 1940년 프랑스 파리 함락 때보다 더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파블로프 하사는 소비에트 연방 영웅칭호와 레닌훈장을 비롯해 숱한 포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전후 연방의회 당 위원을 3차례나 역임하는 등 보장된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1981년 사망해 노브고로드에 묻혔다.

 

파블로프 하사가 지켜낸 건물은 그의 이름을 따서 돔 파블로파, 즉 파블로프의 집으로 명명됐다.

지금은 볼고그라드로 이름이 바뀐 스탈린그라드에 가면 파블로프의 집터에 기념 조형물이 서 있다.

 

파블로프의 집 전투를 훌륭하게 재현한 본다르추크 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의 '스탈린그라드'(Stalingrad, 2013년)는 스탈린그라드 전투 중에서도 파블로프의 집 전투를 토대로 만든 전쟁영화다.

가상의 인물들과 설정을 약간 바꿔서 드라마를 가미하긴 했지만 영화의 소재는 파블로프의 집이다.

 

내용은 스탈린그라드의 한 건물에 고립된 소수의 소련군이 탱크를 앞세운 나치 독일과 싸우는 이야기다.

러시아 감독이 만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독일을 악당으로만 그리지는 않았다.

 

유대인으로 의심되는 주민을 불에 태워 죽이는 등 나치 독일의 악행을 묘사하긴 했지만, 그 속에서 고뇌하는 독일 장교의 모습을 통해 병사 개개인은 희생자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조국 러시아와 침략자인 독일 모두에게서 버림받는 러시아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 그것도 여자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처절한 전투 장면도 드라마틱하면서 박진감 넘치게 잘 재현했다.

총알이 오가고 피가 튀는 육박전 현상을 슬로 모션으로 재현해 비극을 극대화시킨 점도 돋보인다.

 

다만 국가적 재앙 못지 않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강조하기 위해 초반 일본 쓰나미 장면을 집어 넣은 것은 좀 뜬금없다.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드라마 전개에 지장이 없는 만큼 사족이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전장의 처절함을 잘 드러낸 훌륭한 전쟁영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색감이 뚜렷하고 화질이 좋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항은 리어를 적절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특히 공간을 흔드는 저음은 전장의 박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부록으로 짧은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러시아가 처음 만든 3D 아이맥스 영화이자, 북미가 아닌 지역에서 제작된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러시아 최초의 3D 영화는 아니다. 최초의 3D 영화는 소련 시절  알렉산더 안드리에프스키 감독이 1941년 2월에 개봉한 '콘서트'라는 영화다. 

온 몸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총을 쏘며 적진을 향해 달려드는 소련군의 모습이 강렬하다. 스턴트맨들이 특수 방화 젤을 온 몸에 바르고 실제로 몸에 불을 붙인 뒤 연기를 했다. 

각본을 쓴 일리야 틸킨은 박물관에 보관된 스탈린그라드 참전 병사들의 일기를 참고했다. 

파블로프의 집을 중심으로 한 스탈린그라드 광장은 촬영을 위해 만든 세트다. 제작진은 400만 달러를 들여 상트 페테르부르그 근처에 6개월 동안 시가지 세트를 만들었다. 

스탈린그라드는 과거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에는 차리친으로 불렸고, 1925년 볼세비키 집권 후 스탈린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개명해 1961년까지 스탈린그라드로 불렸다. 전후 영웅도시 칭호를 받았으며, 지금의 명칭은 볼고그라드이다. 

스탈린그라드는 당시 소련 산업의 중심지였으며, 특히 카프카스 유전지대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주요 석유 공급로였다.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발목이 잡혀 22개 사단이 이 곳에 투입됐으나 결국 1943년 2월2일 항복했다. 

러시아의 유명한 감독 세르게이 본다르추크 감독의 아들인 표도르 본다르추크는 모스크바 국립 영화학교를 나와 뉴스앵커를 했으며, 뮤직비디오 및 CF 감독도 했다. 

슬로 모션으로 재현한 전투장면이 사실적이면서도 비장미가 넘친다. 

독일군 칸 대위로 나온 토마스 크레취만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독일 영화 '스탈린그라드: 최후의 전투'로 데뷔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나온 틸 슈바이거는 나치 장교 역을 맡기 싫어서 출연을 거절했다. 

전장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는 유독 심금을 파고 든다. 그만큼 감상적이기도 하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와 '고지전'처럼 이 영화 역시 서정적인 노래 장면이 나온다. 마치 '고지전'의 '전선의 달밤' 장면 같다. 

'제 9 중대'로 데뷔한 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은 1990년에도 '스탈린그라드'를 만든 적이 있다. 그만큼 그는 전쟁물에 강하다. 

제작진은 기계로 까만 재를 만든 다음 대형 선풍기로 세트 전체에 휘날려서 전장 분위기를 살렸다. 

유독 소련군이 포진한 건물만 포격을 받으면 마치 핏물처럼 붉은 먼지가 흩날린다.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막판 대결 장면은 일본 쓰나미 현장에서 러시아군의 후예가 독일 소녀를 살리는 장면만큼이나 작위적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스탈린그라드
스탈린그라드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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