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시월애

울프팩 2005. 10. 3. 14:21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2000년)는 영상이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색을 중시하는 이현승 감독답게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장면들이 그림 같다.

내용은 집 앞에 세워놓은 우체통을 통해 1998년에 사는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에 사는 여자 은주(전지현)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 틔우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뒤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줄거리도 완성도가 높고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표현된 집이 꿈같은 영상을 만들었다.

여기 출연한 이정재는 영화 속 집 이름인 '일 마레'에 반해 똑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제대로 못 살렸다.

불과 5년 전 작품인데도 마치 50년 지난 작품처럼 색이 바래고 입자가 거칠며 이중윤곽선이 두텁게 보인다.
한마디로 비디오테이프 같은 화질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울림이 좋아 김현철의 선율 좋은 음악들을 잘 살렸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이정재, 전지현, 그리고 '일 마레'라는 아름다운 집이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공간도 연기를 한다"는 앙드레 바쟁의 말대로 공간 표현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집 이름 '일 마레'는 이탈리아어로 바다라는 뜻. 촬영을 위해 1년 동안 2억 원을 들여 강화도 근교 석모도에 지은 이 집은 이듬해 태풍에 무너졌다.
낯익은 얼굴이다. 지금은 앵커가 된 최윤영. 당시 리포터였던 그는 이 감독 눈에 띄어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했다.
컬러풀한 요리재료를 맛깔스럽게 보여주는 장면은 '나인 하프 위크'를 연상케 한다.
스파게티 국수가락을 벽에 던져 붙는 정도로 찰기를 알아본다는 주인공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이 감독에 따르면 제작진이 시치미를 떼고 사실이라고 얘기를 하고 다녀서 이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석모도는 밤이 되면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자야 한다. 또 한 달에 3일 정도 갯벌이 물에 잠긴다. 영화의 시작과 끝 장면은 물때에 맞춰 찍었다.
이정재가 막일을 하는 현장은 서해대교 공사현장이었다. 이정재는 높이 200m 크레인 위에서 와이어도 없이 위험천만한 연기를 했다.
전지현이 거니는 산호 해변은 우도에서 촬영. 이정재가 사는 석모도가 고독의 공간이라면 전지현의 극 중 고향 우도는 사랑의 공간이다.
아침 안갯속에 서 있는 이정재. 그림 같은 이 장면은 갑자기 밀어닥친 안개를 보고 즉석 촬영했다.
전지현이 선물한 호스트 피시는 민물과 바닷물 양쪽에서 모두 살 수 있는 물고기다.
촬영 당시 19~20세였던 전지현은 나이보다 조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이란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복합적으로 흐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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