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실종

울프팩 2012. 8. 22. 11:29
김성홍 감독의 '실종'(2008년)은 2007년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70대 어부가 벌인 살인사건이 동기가 됐다.
어부 오 모씨는 놀러왔다가 배를 태워달라는 여성들을 배에 태우고 바다에 나가 성폭행 하려다가 살해했다.

그렇게 남자 1명과 여자 3명 등이 2차례에 걸쳐 죽었다.
오 씨는 165cm의 작고 왜소한 노인이었으나 물질에 익숙해 삿갓대로 물에 빠진 사람들을 밀어넣어 죽였다.

오 씨는 나중에 희생자의 물건과 머리카락 등이 배에서 발견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온 뒤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쭈꾸미 잡이로 생계를 꾸렸던 오 씨는 부인과 자녀 사이에 2남 5녀를 두고 있다.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여성을 감금 성폭행 한 뒤 반항하면 죽이는 내용이다.

소재 자체가 흉칙하고 내용 또한 끔찍하기 짝이 없다.
50대 촌부인 범인이 여성을 개처럼 다루며 반항하면 이빨을 모두 뽑고, 분쇄기에 산 채로 갈아 버리는 등 과정이 너무 적나라해 몸서리가 쳐질 정도.

특히 범인을 연기한 문성근의 태연한 연기가 어찌나 사실적인지 마치 사건의 재구성을 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범으로 등장해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나 구성을 보면 사건에만 집착하니 스코프가 좁아서 집중력은 강하지만 인물 등을 너무 단순화시킨 경향이 있다.
영화 속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동네 남성들이나 여기에 알레르기 반응하는 여성들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성적 욕망의 화신과 희생자라는 지나친 이분법으로만 나뉘었다.

그렇다보니 이야기가 윤택하지 못하고 건조하며 잔혹극의 고문장면만 본 것 같은 불편함이 남는다.
말미에 보성 어부 사건을 암시하는 장면을 통해 감독은 여성과 사회에 묻지마 살인을 경고하고 싶었겠지만, 메시지보다는 도처에 사이코패스가 넘쳐나는 듯한 불안함과 불쾌감을 준다.

김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쏘우'같은 작지만 임팩트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 영화가 그런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
공교롭게 이 영화 개봉 후 부녀자 7명을 납치해 성폭행 후 죽인 연쇄살인마 강호순 사건이 터져 영화가 곧잘 비교됐다.

워낙 내용이 충격적이고 강렬해 쉽게 권하기는 힘든 작품이다.
영화를 못만들어서 그런게 아니라, 불편한 상황 설정 등이 사람들의 취향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암부 디테일이 떨어지는 편인데 오히려 잔혹한 영상을 가려줄 수 있어 전화위복인 듯.
음향은 DTS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김성홍 감독의 세계가 들어 있다.

<DVD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김성홍 감독은 '투캅스'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감독이 된 뒤에는 '손톱' '올가미' '세이예스' 등 줄기차게 스릴러 영화만 고집해 왔다.
희생자 역할을 맡은 전세홍은 2003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선발대회에 나가 특별상을 받았고, 연예계 데뷔 후 몇 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나왔으며 케이블TV 드라마 등에 출연했다.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문성근의 변신이 놀랍다. 저런 부분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의외성이 있다.
이상성격의 가해자가 여성을 개장에 가두고 짐승처럼 다루는 장면은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이 영화는 감독이 현금 5억원을 내놓고 배우들이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는 현물투자 방식으로 제작했다.
촬영은 경기 이천에서 주로 했으나 제작비가 모자라 범인의 주거지로 사용할 집을 빌리지 못해 오픈세트를 지었다.
김 감독은 '손톱' '올가미' 등에서 가해자든 피해자든 강한 역할을 주로 여인에게 맡겼는데, '세이예스'에서 처음으로 악당을 남자로 설정해 박중훈에게 맡겼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세이예스'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부분을 이 작품을  통해 보상하려고 했다.
가장 잔혹한 장면은 반항하는 여인의 생니를 모두 뽑아버리는 장면. 보는 것도 고문에 가깝다. 연기한 배우들도 힘들었을 것 같다.
희생자를 산 채로 분쇄기에 갈아버리는 상상이 끔찍하다. 김 감독은 1960년대 활동한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높이 평가하며 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추자현이 사라진 동생을 찾는 여인으로 등장.
이 영화는 극의 전개가 2009년 1월 체포된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과 유사해 논란이 됐다. 강호순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영화가 먼저 제작됐지만 흉내낸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혼을 거듭하며 네 번 결혼한 강호순은 보험금을 노리고 집에 불을 질러 넷째 부인과 장모를 죽인 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여성 공무원, 노래방 도우미, 여대생, 주부 등 7명의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영화 속 범인은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사람을 갈아 닭에게 먹인다. 스타킹으로 여자들의 목을 조르며 쾌감을 느꼈던 강호순은 개 농장을 운영하며 50마리의 개들을 굶기거나 얼려죽이는 등 잔혹한 짓을 서슴치 않았다.
2007년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어부 살인 사건을 암시하는 엔딩. 함부로 놀러가서 배 태워 달랄 게 아닌 듯.
실종
문성근 주연/김성홍 감독/전세홍 출연/추자현 주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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