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리조나 드림

울프팩 2010. 4. 20. 09:49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아리조나 드림'(Arizona dream, 1993년)은 몽환적인 영화다.
언뜻보면 아리조나 사막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알 수 없는 부조리로 가득찬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우리가 못다이룬 꿈에 대한 회한이 스며있다.

사막의 한 가운데 모인 남녀는 나이를 불문하고 각자의 꿈을 꾼다.
세상을 날고, 알래스카에서 넙치를 잡고 그리고 죽는 것 까지 그들에게는 모두 꿈이다.
그들은 꿈을 꿈으로 끝나게 하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한다.

쿠스트리차 감독이 몽환적인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결국 꿈을 버리지 말라는 것.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기대에 부풀어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이 모두 행복할까.
쿠스트리차 감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여인을 통해 꿈의 실현이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돈키호테 같은 엉뚱함과 비판적인 냉소가 짙게 깔려있다.
내전과 상흔으로 얼룩진 조국 보스니아에 대한 상처와 세르비아 정치인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황당한 면모를 동시에 갖춘 쿠스트리차식 화법이다.

사막을 유유히 날아서 사라지는 넙치의 뒤를 쫓는 몽환적인 눈빛 연기가 좋았던 조니 뎁과 오랜만에 본 페이 더너웨이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이기 팝의 주제가 'in the death car'다.
영화 내용 만큼이나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이기 팝의 주제가는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든 공신이다.

16 대 9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샤프니스도 떨어지고 색감도 깨끗하지 못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은 전무하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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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사막의 도심 한가운데를 넙치가 유유히 날아서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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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 조니 뎁.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광기와 허무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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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적당한 인용과 패러디를 통해 '분노의 주먹'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대부' 등 할리우드 영화들에 대한 조소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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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히로인 페이 더너웨이가 중년 여인이 돼서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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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의 꿈은 하늘을 나는 것. 그 과정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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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와 알래스카, 넙치와 비행기. 언뜻보면 이어지지 않는 것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마치 까뮈의 소설같은 쿠스트리차 특유의 부조리한 화법이다.
Iggy Pop/Goran Bregovic - In the Death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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