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멜리에 (블루레이)

울프팩 2011. 9. 11. 22:32

짧게 자른 단발머리, 커다란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엉뚱한 생각을 하는 아멜리에는 4차원 소녀다.
그가 벌이는 엉뚱한 짓은 때로는 악동같고 때로는 웃음이 나올 만큼 유쾌하며 때로는 어이없다.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소녀의 기행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잃어버렸던 어렸을 적 꿈을 되돌아보고, 훌쩍 커버린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이 대사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어릴 땐 시간이 안가다가 갑자기 쉰 살이 되지."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2001년)는 그런 영화다.

세상과 동떨어져 외톨이로 지내는 4차원 소녀의 꿈과 희망을 주네 감독 특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영상으로 꾸며 놓았다.
배우들이 관객을 향해 말을 걸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등 금기시된 행동과 그림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등 애니메이션 같은 파격적인 영상들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와 충격을 준다.

특히 후반 색보정 작업을 통해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꾸민 영상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하다.
더불어 영상과 잘 어울리는 얀 티에르상의 음악 또한 좋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작품의 백미는 오두리 토투의 발견이다.
정작 낙점된 배우가 못나와서 대신 주연을 맡게 됐지만, 오히려 그를 위해 만든 영화처럼 아멜리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DVD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샤프니스가 좋고 독특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항도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감독 음성해설, 오디션영상, 제작과정, 감독의 단편 등 DVD에 수록된 모든 부록은 물론이고 주네 감독의 마스터클라스라는 부록이 블루레이에만 들어있다.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을 맡은 오두리 토투의 짧게 자른 단발머리는 한때 아멜리에 머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 바람에 들썩이는 식탁보 때문에 유리컵이 춤추는 듯한 장면은 감독이 그리스에서 본 풍경을 그대로 재현했다.
감독은 귀에 걸린 앵두가 여성의 허영심을 상징한다고 했다. 왜 그런 지,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다.
처음 주인공 역은 영국 배우 에밀리 왓슨이 섭외됐으나 사정이 생겨 출연하지 못하면서, 2명을 오디션 한 끝에 오두리 토투로 결정됐다.
주네 감독은 배우가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크게 클로즈업 되는 영상을 좋아한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
자동촬영기에 버려진 사진을 모은 사진첩 이야기는 실화다. 또 사진속 미스터리 인물이 촬영기 수리공이었다는 점도 실화다.
움직이는 그림들은 동화책을 내기도 한 미켈 소와의 그림이다. 그가 직접 그림을 그려줬고, 여기에 CG 작업을 했다.
주네 감독은 카메라의 초점을 짧게 잡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인물 표정이 선명하게 살기 때문.
진담인 지 모르겠지만 극중 성인용품점은 주네 감독이 자주 가는 곳이란다.
복제품 화가의 그림을 르느와르의 '뱃놀이 점심'으로 선택한 이유는 주네 감독이 인상파 화가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
주네 감독은 이 작품을 운명에 관한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보니 아멜리에가 운명적으로 만난 사람들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나온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이 영화를 보고 제작진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속 아멜리에의 일터인 두믈랑 카페는 몽마르트 언덕 근처에 실제로 있다. '에이리언4'의 도미니크 피뇽도 등장.
이 영화는 배우들이 금기시된 행동을 서슴없이 벌인다.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관객을 향해 연극처럼 말을 건다.
주네 감독은 17세때 전화국에서 일해 처음 받은 월급으로 촬영 장비를 사서 영화를 처음 만들었다.
주네 감독은 "17세때 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몽마르트 언덕. 크레인 촬영과 트랙킹 기법 등은 레오네 감독의 영화들을 참고한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