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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블루레이)

울프팩 2016. 8. 11. 21:00

오랜만에 반가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나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0년대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 1971년) 블루레이 타이틀이 최근 국내 출시됐다.

 

예전 TV 명화극장 등을 통해서 본 이 영화는 '벤허'나 '대부' 같은 아카데미상을 줄줄이 탄 명작은 아니지만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는 아주 반가운 숨은 수작이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인 카멜시의 DJ가 좋아하는 여성 팬으로부터 지독할 정도로 스토킹을 당하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고통이 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 영화 '미저리'나 '더 팬'의 원조쯤 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연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밀리언달러 베이비' '체인질링' '그랜토리노'에서 보여준 꼼꼼한 연출 솜씨를 이 작품에서부터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1970년대 영화여서 표현이 촌스러울 수는 있지만 데이트 하는 연인의 뒷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악녀의 시점을 살린 오버숄더 샷이나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에서 흔히 보는 빅 클로즈업과 점프 컷을 빠르게 교차 편집해 긴장감을 살린 영상 등을 보면 장르 영화의 특징을 잘 살린 그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너무나 감미로운 주제가인 로버타 플랙의 'The Fisrt Time Ever I Saw Your Face'가 흐르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두 연인의 모습은 전형적인 1970년대 영화의 상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여준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시종일관 긴장해서 보게 만드는 구성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치밀한 연출, 잘 어울린 음악까지 뭐하나 빼놓을 게 없을 만큼 잘 만들었다.

 

무엇보다 DJ 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악녀를 맡은 제시카 월터의 연기가 좋았다.

특히 큰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는 제시카 월터의 부감샷은 특별한 대사나 행동이 없어도 보는 것 만으로 오싹하다.

 

여기에 로버타 플랙의 주제가와 에롤 가너의 피아노 연주곡 'Misty'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놓았다.

무엇보다 로버타 플랙의 주제가는 멜로디가 오래도록 귓가를 떠나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카멜시의 바닷가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등으로 한여름에 즐길 만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기대 이상이다.

 

거의 반세기나 다름없는 무려 45년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질이 나빠도 이상할 게 없는데, 필름 특유의 입자감 외에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말끔하다.

다만 음향은 DTS HD MA 2.0 채널을 지원한다.

 

로버타 플랙의 아름다운 노래가 서라운드 채널로 청취 공간을 감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쉬운 것은 부록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카멜시에서 찍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때 인연으로 1986년부터 2년 동안 카멜시 시장을 지냈다.

주연과 감독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유니버셜 영화사 임원을 만나 강력하게 감독을 하겠다고 주장해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했다.

조 헤임스의 미스터리 소설이 원작이다.

지독한 스토커 에블린을 연기한 제시카 월터. 원래 제작사는 이 역할에 리 레믹을 섭외할 예정이었으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더 그룹'에서 눈여겨 본 제시카 월터를 섭외했다.

조명과 그림자를 이용해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잘 살린 영상. 이런 장면만 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남다른 연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진 세퍼드는 이 영화가 자신의 실제 사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 팬에게 오랫동안 스토킹 당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극 중 대사를 살린 원제보다 우리말 번안 제목이 훨씬 더 영화의 묘미를 잘 살렸다. 1970년대 영화 제목을 보면 더러 촌스럽고 영화와 동떨어진 것도 있지만 이 작품처럼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등 낭만적인 제목이 많다.

로버타 플랙의 주제가만으로도 이 장면은 두고 두고 잊지못할 명장면이 됐다. 로버타 플랙은 1969년 첫 음반을 낼 때 이 곡을 취입했는데 당시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이 영화에 쓰이면서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며 크게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그의 음반은 1972년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상을 받았다.

이스트우드는 로버타 플랙의 첫 번째 음반을 듣고 팬이 돼서 이 노래를 영화에 사용했따. 이 노래는 앤디 윌리엄스, 피터 폴 앤 매리, 셜리 베시 등도 불렀다.

재즈광이었던 이스트우드 감독은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 현장을 직접 찾아 촬영했던 영상들을 영화에 삽입했다. 사실 줄거리와 큰 상관이 없는데 일부러 집어넣을 정도로 그는 재즈를 아주 좋아했다.

로버타 플랙의 주제가보다는 덜 하지만 이 영화 때문에 에롤 가너의 재즈 피아노 연주곡 'misty'도 널리 알려졌다. 에롤 가너는 이 곡을 1954년에 발표했다.

처음 주인공을 제안받은 배우는 스티브 맥퀸이었다. 그러나 배역 욕심이 강했던 그는 여주인공이 영화를 리드한다고 보고 역할을 거절했다.

술집 주인으로 깜짝 출연한 인물은 영화감독인 돈 시겔이다. 그는 같은 해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유명한 시리즈의 첫 작품 '더티 해리'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고, 나중에 역시 이스트우드 주연의 '알카트라스 탈출'도 감독했다.

제시카 월터는 바다 위에 뜬 위험천만한 마지막 장면도 대역이나 인형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기했다.

어둠속에 벨이 울릴때 (1Disc)
클린트 이스트우드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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