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언더워터(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2. 6. 00:00

사람을 공격하는 무서운 상어를 다룬 영화들은 여러 편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유명한 걸작 '죠스'를 비롯해 '딥 블루 씨' '샤크나이트' 등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는데, 죠스와 곧잘 비교되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그만큼 상어 영화는 죠스라는 명작 때문에 성공하기 힘들었다.

그런 점에서 '언더워터'(The Shallows, 2016년)를 만든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

 

죠스와 확연한 차별점으로 죠스 못지 않은 공포와 긴장감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적한 해변가를 찾아 파도타기를 즐기던 여인(블레이크 라이블리)이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아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영화의 묘미는 묘한 불균형에 있다.

수 많은 사람이 몰리는 휴양지가 배경인 죠스와 달리 이 작품은 아는 사람만 아는 멕시코의 숨겨진 해변을 배경으로 했다.

 

재미있게도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끝을 알 수 없는 드넓은 바다지만 보이지 않는 포식자인 상어가 빙빙 돌다보니 여인의 공간은 몸을 의지한 조그만 바위나 부유물로 한정된다.

여기서 묘하게도 끝간데 없이 넓은 바다가 더할 수 없이 좁은 폐쇄적 공간으로 둔갑하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아무리 바다가 넓어도 상어가 있는 한 여인에게는 달아날 곳이 없는 닫힌 공간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이 곳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여인의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더 할 수 없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죠스에서는 경찰서장과 노련한 어부, 학자 등이 똘똘뭉쳐 특공대나 다름없는 팀을 구성해 무기를 들고 나서지만 이 작품 속 여인은 오로지 혼자일 뿐이다.

그것도 상어에게 물어뜯겨 다리에서 피를 쏟으며 무기 하나없이 맨 몸으로 맞서야 한다.

 

그만큼 절대무원의 고립감과 절박함이 주는 긴장과 공포가 압권이다.

이를 고스란히 전해 준 촬영 또한 높이 살 만 하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여인의 모습을 물 위와 물 속을 번갈아 드나들며 잡은 영상은 마치 여주인공과 같은 곳에 있는 듯한 공간감을 가져온다.

특히 수중 촬영은 감탄이 나올 만큼 잘 찍었다.

 

여기에 바다에 들어가기 전 가족과 나누는 휴대폰 영상통화를 한 화면에 표현한 방식이나 시간의 경과를 여인이 차고 있는 카시오 시계 화면을 함께 띄워 보여준 방식도 이채롭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상어 또한 죠스 못지 않게 공포스럽다.

 

한마디로 소수의 배우와 한정된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감독의 뛰어난 연출, 주연배우인 블레이크 라이블리의 훌륭한 연기, 뛰어난 촬영 등 3박자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효율적인 작품이다.

4K 타이틀은 4K와 2디스크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며 아름다운 바다 색깔이 잘 살아 있다.


다만 블루레이에 비해 화이트 피크가 높아서 HDR을 켠 상태라면 밝기를 약간 낮추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흰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나 백사장 부분이 하얗게 날아갈 수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압권이다.

머리 위로 덮치는 파도 소리가 묵직하고 위력적이다.


부록으로 상어의 공격성을 다룬 내용과 상어 제작과정, 로케이션, 촬영 배경, 삭제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부록의 대부분 HD 영상이지만 일부는 SD 화질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 속에서 멕시코의 숨은 보석 같은 해변으로 나오는 곳은 사실 멕시코가 아니다. 실제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의 로드하우스 섬에서 찍었다.

로드하우스 섬은 시드니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 방향으로 2시간30분을 날아가야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길이 11km의 작은 섬으로, 주변 모두가 국립해양공원이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물 속과 바깥을 넘나드는 촬영이 일품이다. 촬영은 플라비오 마르티네즈 라비아노가 맡았다. 그는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의 전작인 '논스톱'과 '언노운'도 찍었다.

휴대폰 화면을 함께 띄워 통화장면을 묘사한 영상. 기반 시설이 거의 없는 로드하우스섬은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곳이다.

여인이 타고 있는 파도 안쪽에 무서운 상어의 그림자가 비친다. 로드하우스 섬에서 영화를 찍은 것은 처음이다.

상어에게 물어 뜯겨 죽은 고래의 사체 위로 몸을 피하는 여인. 스페인 출신인 세라 감독은 LA에서 영화학교를 나와 뮤직비디오와 CF를 찍으며 이름을 알렸다.

제작진은 여인이 몸을 의지하는 바위를 물 속에 구조물을 설치해 인공으로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입은 오렌지색 비키니는 패션디자이너 토리 버치가 선물했다고 한다.

영화 속 상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7미터 크기의 백상아리 암컷을 5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만든 뒤 컴퓨터로 스캔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바위 주변을 맴도는 상어 지느러미는 일종의 바다 스쿠터인 시밥(sea-bob)에 지느러미를 붙여 촬영. 화면속 시계는 카시오의 베이비G BG169R-8을 모델로 했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이 모델은 타이드 그래프가 작동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먹이로 잘못 봤거나 위협을 느끼는 경우다. 특히 잠수복을 입으면 상어가 바다사자나 바다표범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한다.

모르고 상어에게 가까이 접근한 경우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봐야 한다. 상어도 사람이 보고 있다고 느끼면 그냥 피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협을 받았다고 착각하면 지나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거리를 좁혀 온다. 이런 경우 상어에게서 절대 눈을 떼지 말고 침착하게 물에서 나와야 한다.

상어가 물면 아주 민감한 부위인 주둥이나 눈을 세게 때리면 놓는다고 한다. 블루레이 부록에 보면 상어에게 물린 사람의 증언이 나오는데, 야생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도록 1주일간 물린 상처를 꿰매지 않고 피를 흘리게 놔뒀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The Shallows (언더 워터) (한글자막)(4K Ultra HD Blu-ray)
Blake Lively
언더 워터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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