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역도산

울프팩 2005. 4. 27. 21:00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2004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다.
주인공 역도산(설경구)이 프로레슬링계의 거목이고, 감독은 전작 '파이란'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던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이유는 감독이 바라본 역도산과 관객이 기대한 역도산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독은 절대 강자의 고독과 외로움 등 역도산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관객들은 도대체 역도산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외면을 바라봤다.

감독은 DVD의 음성해설을 통해 진정한 작품의 가치를 몰라준다며 안타까워했지만 관객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1970년대 흑백 TV를 보고 자란 세대에게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의 오락거리였다.

당연히 박치기왕 김일, 쌕쌕이 여건부와 장영철, 천규덕 같은 선수들은 당시 영웅이었다.
그러나 역도산은 아니었다.

1963년 12월 이미 생을 마감한 역도산의 경기를 국내에서는 볼 방법이 없었을뿐더러 그의 존재조차 희미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김일 등이 역도산의 제자였으며 일본에서 영웅적 존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이다.

그만큼 역도산은 우리에게 먼 이방의 존재였다.
그처럼 먼 인물을 소개도 하기 전에 내면을 파고든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적 시도다.

그 길을 걸어간 송 감독은 역도산의 내면을 이해했는지 몰라도 정작 관객은 몰랐던 셈이다.
그래서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100억 원을 쏟아부었다는 엄청난 제작비와 혼신을 다한 설경구의 연기가 빛이 바랜듯해서 안타깝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최신 영화치고 화질이 평범하다.
특히 극장판에서 잘려나간 장면들이 감독판에 일부 새로 들어갔는데, 해당 부분의 화질이 떨어진다.

심지어 화면비도 약간 다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그다지 많지 않다.

참고로 송 감독과 설경구,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은 송감독의 자화자찬이 지나쳐 거슬린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역도산. 1924년생. 본명은 김신락.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출발했으나 미국에서 프로레슬링을 배운 뒤 일본 최초로 프로레슬링 협회를 창립, 선수활동을 했다. 죽기 전 1963년 서울을 다녀간 적이 있으나 남한보다 북한에 더 가까웠던 인물. 그해말 술집에서 칼에 찔린 상처가 복막염으로 번져 사망.
극 중 역도산 부인으로 나오는 기생 아야는 송감독이 만든 가공의 인물. 일부 영화평에서 역도산의 2번째 부인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역도산이 거쳐간 여러 여인들이 조합된 이미지다.
이 부분은 부천 야인시대 세트장에서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으로 일본처럼 보이도록 고쳤다.
역도산이 처음 레슬링 도장을 찾아갔다가 얻어맞는 장면. 여기서 설경구는 실제 일본 프로레슬러에게 호되게 얼굴을 걷어차여 부상을 입었다.
역도산을 찾아간 김일. 새로 삽입된 이 부분은 화질이 떨어진다.
풀샷으로 잡은 레슬링 장면이 자주 나온다. 경기장 전체 모습이 나오다 보니 실제와 다름없는 레슬링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다는 후문.
신바시 역 광장의 간판과 건물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삽입했다.
역도산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새로 추가됐다.
역도산을 직접 방문해 격려하는 일왕과 아들. 일왕이 등장해 일본에서 논란이 됐다.
역도산의 집으로 나온 건물은 후지산 근교 가와구치코 호숫가 근처 별장이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인상 깊었던 장면. 벚꽃이 만발한 길이 참 아름답다.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두 하고 있습니까  (0) 2005.05.07
꽃피는 봄이 오면  (0) 2005.04.30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5) 2005.04.19
내 남자의 로맨스  (0) 2005.04.08
007 죽느냐 사느냐  (2) 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