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영화 '아멜리에'의 몽마르뜨

울프팩 2016. 4. 23. 16:09

영화 '아멜리에'와 '물랑루즈' 등으로 익숙한 몽마르트르(Montmartre), 즉 몽마르뜨 언덕은 '순교자의 언덕' 또는 '군신의 언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해발 130m의 얕으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성당과 아기자기한 카페, 거리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이 몰려 드는데 이를 노린 소매치기와 도둑, 바가지 호객행위도 흔하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여행길에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핸드백, 지갑 등은 조심하는 게 좋다.

 

[사랑의 벽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언어들. 당연히 한글도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처음 만나는 인상적인 풍경이 바로 '사랑의 벽'이다.

푸른 벽 전체에 걸쳐 전세계 300여개 언어로 '사랑한다'는 말을 잔뜩 써놓았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작은 광장이 나오는데 이 곳이 바로 테르트르 광장(Place du Tertre)이다.

무명 화가들이 거리에 나와 그림을 팔거나 초상화를 그려 준다.

 

[테르트르 광장을 메운 관광객들. 거리에 펼쳐놓은 작은 파라솔마다 화가들이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가들 뿐만 아니라 거리의 악사들도 나와 흥겹게 길거리 연주를 한다.

마침 둥근 양철북 같은 것을 두드리는 악사가 나와 거리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북을 두드릴때마다 다양한 멜로디가 나와 신기했다.

 

광장 주변으로는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다.

광장을 지나서 조금만 올라가면 유명한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 Cœur)을 만날 수 있다.

 

[거리에서 만난 신기한 핀아트 악사. 움푹 파인 곳마다 다른 음이 난다.]

 

이 성당은 몽마르뜨 언덕의 정점이다.

1877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40년간 공사를 해 1910년 완공됐다.

 

공사를 오래 한 이유는 지반이 약해서 83개의 기둥을 박아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성당은 보불전쟁으로 알려진, 1870년의 프랑스 프로이센 전쟁과 1871년 이 곳에서 시작된 파리 코뮌으로 혼란을 겪은 프랑스인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건설됐다.

 

[웅장한 모습의 사크레 쾨르 대성당. 정면의 거대한 문에 그리스도의 생애를 조각해 놓았다.]

 

성당 꼭대기에 특이하게도 거대한 돔이 있으며 84m 높이의 종탑과 18톤 무게의 종이 설치돼 있다.

성당 잎구 양 옆으로 청동 조각상이 서 있는데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명의 인물 잔 다르크와 루이 9세의 기마상이다.

 

성당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웅장하다.

특히 정면 천장에 보이는 뤼 올리비에 메르송이 만든 그리스도가 팔을 벌리고 선 거대한 모자이크화가 압권이다.

 

[사크레 쾨르 대성당의 웅장한 내부 모습. 정면에 거대한 모자이크화가 있다.]

 

성당도 성당이지만 이 곳은 탁 트인 파리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그래서 성당 앞 계단이 유난히 붐빈다.

 

성당 옆에는 작은 교화가 하나 서 있는데 생 피레르 교회다.

파리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교회인 이 곳은 1133년에 완공된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예배당이다.

 

[맑은 날 성당 앞 계단에서 바라보면 탁 트인 파리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성당 주변에는 유명한 카페, 식당 등 명소들이 많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La Bounne Franquette 카페는 2층에 여러 예술가들이 살았던 유서 깊은 곳이다.

 

이 곳 외에도 1793년에 문을 연 식당인 라 메르 카트린(La Mere Catherine), 에디트 피아프가 노래를 불러 유명한 카바레 오 라팽 아질(Au Lapin Agile) 등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다.

 

[카페 La Bounne Franquette. 위층은 가난한 화가들의 숙소였다고 한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면 풍차가 서 있는 식당을 볼 수 있다.

바로 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이다.

 

블뤼트 팽으로도 알려진 이 곳은 르누아르가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라는 그림 때문에 유명하다.

갈레트라는 과자와 무도회로 유명한 이 곳에 서 있는 풍차는 현재 물랑루즈의 남아 있는 2대의 풍차 중 하나다.

 

[르 물랭 드 라 갈레트. 나무 뒤에 거대한 풍차가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17세기 물랑루즈에는 밀가루를 빻거나 포도즙을 짜기 위한 풍차가 30대 이상 서 있었다고 한다.

이 곳의 풍차는 1621년에 만든 뒤 여러 번 고쳤다.

 

언덕을 내려 오면 대로변에서 만날 수 있는 붉은 풍차, 물랭 루즈(Moulin Rouge)가 있다.

1889년 조셉 올레와 샤를르 지들러가 카바레로 개장한 이 곳에서 훗날 프렌치캉캉으로 알려진 '카드리유'라는 춤이 유행했다.

 

[캉캉춤으로 유명한 카바레 물랑루즈. 건물 옥상에 설치한 붉은 풍차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성들이 치마를 펄럭이며 다리를 번쩍 번쩍 드는 캉캉춤은 퇴폐의 환락의 상징이 됐다.

특히 로트렉의 그림으로 유명한 이 곳은 1903년 뮤직홀로 바뀌었다가 1915년 화재로 전소된 뒤 1918년 다시 지어서 댄스홀, 영화관으로 변경됐다.

 

현재는 나이트쇼를 하는 곳이 됐다.

저녁 공연이 130유로 정도 하는데, 성인용 쇼여서 아이들은 볼 수 없다.

 

[영화 '아멜리에'에 나오는 카페 데 두우 물랭. 카페 안에 아멜리에 포스터가 걸려 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영화 '아멜리에'를 본 사람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곳이 바로 카페 데 두우 물랭(Cafe des 2 Moulins)이다.

극 중 오드리 토트가 일했던 곳이다.

 

골목 안쪽을 누비다 보면 아멜리에가 물건을 사던 곳인 '아멜리에 슈퍼'도 볼 수 있다.

이 곳 역시 영화에 나왔던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멜리에 포스터를 걸어 놓았다.

 

[영화 '아멜리에'에 나온 아멜리에 슈퍼. 가게 옆에 아멜리에 포스터가 붙어 있다.]

 

카페 골목에서 떨어져 한 적한 뒷길을 지나다 보면 옆쪽으로 희한한 조각을 볼 수 있다.

마치 사람이 벽에 갇힌 듯한 모양의 이 조각이 '벽을 뚫는 남자'다.

 

마르셀 에머의 소설 속 주인공을 묘사한 것으로, 우체국에서 일하는 소설 속 주인공은 벽을 통과하는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조각이 크지 않아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왼손가락이 유독 반짝이는 것은 사람들이 많이 만지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달리다의 동상도 볼 수 있다.

나직한 저음이 매력이었던 그는 알랑 들롱과 듀엣으로 부른 노래 '달콤한 속삭임'(Paroles , Paroles)으로 유명하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그는 1954년 미스 이집트로 뽑힌 뒤 영화배우가 됐고, 이후 파리로 옮겨 가수활동을 했다.

여러 히트곡을 갖고 있는 그는 생전에 불행한 삶을 살았다.

 

[달리다가 살던 동네에 서 있는 그의 동상.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가슴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그와 함께 손잡고 일했던 작곡가가 자살했고, 이어서 매니저였던 남편도 자살했다.

그 바람에 내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그는 여러 히트곡을 내고 영화에도 출연하며 열심히 활동했으나 1987년 5월3일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집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