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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걸작 게임(2) 브라더스 인 암스: 헬즈 하이웨이 vs 페이블2

울프팩 2008. 10. 31. 18:59
더러 세상 일을 잠시 잊고자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나 고단한 현실과 똑같은 게임을 만나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브라더스 인 암스 : 헬즈 하이웨이'와 '페이블2'가 그런 게임이다.

<브라더스 인 암스 : 헬즈 하이웨이> (엑스박스360용)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9월.
연합군 총사령관인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멋지게 성공한 후 공명심이 강한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은 전공을 세우기 위해 조바심을 낸다.

그래서 수립된 작전이 일명 '마켓 가든' 작전이다.
미국 공수부대가 네델란드에 낙하해 독일군을 밀어붙이고 영국군은 밑에서 위로 치고 올라가 미, 영 연합군이 상봉하며 독일군을 격멸하기로 한다.

그러나 영국군의 진격 속도는 느렸고, 미 공수부대는 하필 독일군 정예 부대의 한 복판에 떨어지며 고립무원의 상황에 이른다.
그때부터 독일군의 일방적인 살육이 시작되고 미군은 허둥지둥 고속도로를 따라 달아난다.

게임은 바로 처절하게 실패한 연합군의 '마켓 가든' 작전 가운데 절정인 죽음의 고속도로, 즉 '헬즈 하이웨이'에 이르는 과정을 다뤘다.
이용자는 게임 속 주인공인 분대장이 돼서 분대원을 이끌고 헬즈 하이웨이까지 무사히 탈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참 특이하다.
주인공이 슈퍼맨같은 존재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햄릿같은 존재다.

그는 신병을 구하지 못하고 죽게 만든 죄책감에 전투를 치르며 내내 괴로워한다.
분대장에게 목숨을 맡긴 부하들은 그런 분대장의 모습에 실망과 함께 불안감을 느낀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며, 무엇이 정의인지 번민하는 분대장과 함께 전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전쟁의 공포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한 편의 전쟁영화처럼 일관성을 갖고 이어지는 스토리와 너무나 사실적인 분대전투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 게임은 혼자서 잘 나서는 할 수 없다.
바주카와 기관총을 지닌 분대원들을 적절히 배치해 적을 압박하고 그 사이 주인공은 우회해서 적의 측면을 치는 분대 전술을 활용해야 한다.

독일군 또한 만만치 않다.
분대원들과 주인공의 압박에 따라 적절히 위치를 옮겨가며 저항을 한다.

만화같은 FPS에 익숙해 있다면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대치하는 리얼한 전투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전장의 공포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만한 게임이 없다.
특히 나침반과 조준선이 사라지는 리얼 난이도의 긴장감은 압권이다.

그렇다고 게임다운 맛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헤드샷이 작렬했을 때 터지는 슬로 모션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영화같은 세밀한 그래픽과 리얼한 음향, 사실적인 이야기가 돋보이는 걸작 게임이다.
한글 공략집이 동봉돼 있으나 굳이 공략집을 보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게임은 어렵지 않다.
공략집에 들어있는 한글 대사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흠.

사용자 삽입 이미지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래픽.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대 전투의 묘미를 적절히 살린 전투는 또다른 재미를 준다.

<페이블2> (엑스박스360용)
가장 뛰어난 게임 개발자를 꼽으라면 시드 마이어와 더불어 피터 몰리뉴를 꼽고 싶다.
인류의 장대한 역사를 '문명'이라는 게임으로 만든 시드 마이어와 '파퓰러스' 등의 게임으로 신에 도전한 피터 몰리뉴는 스케일 면에서 따를 자가 없다.

시드 마이어도 그렇지만, 피터 몰리뉴가 만든 게임을 해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피터 몰리뉴는 인간 세상을 굽어보는 신처럼 '파퓰러스' '블랙앤화이트' 등의 게임을 통해 끊임없이 선과 악의 기로에서 번민하는 인간의 갈등을 적절하게 풀어냈다.

게임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날개달린 천사가 되던가 악의 구렁텅이로 굴러떨어진다.
그 선택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피터 몰리뉴가 만든 '페이블2'도 마찬가지다.
누나의 복수를 위해 모험을 떠난 소년이 자라서 가정을 꾸리기까지 장대한 삶을 다룬 이 역할분담형(RPG) 게임은 제목처럼 신화같은 내용이다.

게임은 시종일관 수많은 퀘스트를 통해 선과 악의 기로에서 게이머를 유혹한다.
달콤한 악의 과즙을 앞에 두고 인내심을 발휘해 선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점을 보면, 참으로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잘 이용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은 중세를 배경으로 했지만 고단한 현실의 삶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괜찮은 여인이 있으면 유혹해서 결혼을 하고 성관계를 가진 뒤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순간의 달콤함 뒤에는 지난한 삶이 버티고 있다.
그때부터 가정과 아이를 위해 주인공은 직업을 구해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대장장이, 목수, 바텐더 등 직업은 다양하며 돈이 모이면 집이나 가게를 사서 세를 받을 수도 있다.
생활비를 벌기 싫어서 놀면 여지없이 부인에게 이혼당한다.

황당한 점은,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는 점.
하지만 들키면 안된다.
현실과 똑같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매춘부와 하룻밤을 보내면 성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쯤되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의 복사판이다.
비록 괴물이 튀어나오고 마법을 부릴 수 있지만 주인공의 삶은 고단한 현대인의 삶이다.

동화를 연상케 하는 고운 그림과 적절하게 잘 살린 광원 효과가 게임의 재미를 북돋운다.
특히 이 게임은 모든 대사와 글자가 한글화돼있어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선인이 되느냐, 아니면 돈과 폭력에 맛들인 악인이 되느냐에 따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주인공을 대하는 자세 뿐 아니라 환경까지 달라지니, 선과 악의 실험장이라고 할 만한 게임이다.
오랜만에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게임을 2편 해봤다.
단순히 말초적 자극만 추구하는 게임과 달리 삶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훌륭한 게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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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원 효과를 잘 살린 그래픽. 그러나 곡선 처리 등이 약간 매끄럽지 못해 최고로 꼽을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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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생김새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의상과 무기 등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능력치와 선행과 악행 정도에 따라 외모가 달라진다. 힘을 키우면 어깨가 벌어지고 기술을 연마하면 키가 커지는 식이다. 반면 먹을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뚱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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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따라다니는 개는 참 유용한 존재다. 곳곳에 묻힌 보물을 찾아내고 악당과 싸움도 한다. 웃기는 점은 개도 주인공의 선행과 악행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들입다 못된 짓만 하면 개가 악마의 들개 형상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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